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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길들이기 ㅣ 저학년 북플러스 9
최은옥 지음, 김중석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13년 11월
평점 :
『그림자 길들이기』.자신감 없고, 늘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동우의 이야기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많은 아이들이 동우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동우의 그림자가 하는 행동(주로 되갚음)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다.
그림자가 맨날 당하기만 하던 동우를 대신해 민규네를
혼내줄 때는 내 속이 다 뻥 뚫리는 것 같고 신이 났다.
그래서 이 얘기가 약하고 힘없는 애들을 괴롭히던
나쁜 애들이 혼쭐나는(징악) 걸로 끝나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 책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다음 페이지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함과 긴장감이다.
아이들이 최은옥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언젠가 읽은 그림자에 관한 다른 책이 생각난다.
‘심리적인 옷’으로 말하기도 하는 페르소나.
페르소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자기 모습이란다.
(이를 테면 이 책에서 동우의 그림자처럼 말이다.)
그런 모습이 아이들에게만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결국 그림자를 '잘' 길들이는 문제는 어른에게도 역시 숙제다.
그림자 이야기..... 생각해보면 상당히 깊이 있는 주제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학년도 읽을 수 있는 쉽고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랍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기가 정말로 드러내고 싶은 자신,
혹은 반대로 감추고 싶은 자신이 있는지,
그게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부모가 내 아이와, 또는
선생님이 학생들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선은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나 선생님에게 털어놓고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이는 이미 행복한
그림자를 가진 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억압받는 불우한 환경에 짓눌려 있으면서도
자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그늘진 얼굴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있다.
어른이라면 그런 아이들에게 말 걸어주는 그림자,
마음을 위로하는 그림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안데르센의 동화 중 어떤 것은 어렸을 때도 물론
재미있게 읽었지만 어른이 된 후 어느날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거기 더 깊은 뜻이 있음을 깨닫는다.
아마 이 작품, <그림자 길들이>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동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