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의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믿고 읽는 이병승 작가의 작품들인 만큼 모두 안정적이고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제자입니다>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그만한 재능이 있고 화가가 되고싶다는 간절한 꿈이 있는 어촌의 한 소년 이야기. 그리고 자존감 강한 소년의 마음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를 도우려는 두 선생님 이야기.
부모조차도 자기를 내던지고 가버려서 할머니의 푸념의 대상이 되어 버린 소년은 억울하고 화 나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싫습니다. 꿈이 있지만 그 꿈을 키우기도 전에 벌써 체념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세상 어디에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알아봐 주고 기대를 갖고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소년이 느끼는 안도감이란! 그건 어쩌면 세상에의 '뿌리내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망가뜨렸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화가선생의 명에 따라 그 그림을 그대로 다시 그리는 등 한바탕 사건을 치르고 난 뒤, 소년은 독백합니다.
"검은 바다에 흐릿하게 떠 있는 저 섬처럼 난 아주 외로운 섬인 줄 알았는데 그 섬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섬이면서 섬이 아닌 섬이다." 라고요.
그 섬이 육지와 연결돼 있음을 깨닫기까지, 아이들은 앞으로도 외롭고 힘든 날들을 많이 거쳐가야 할 겁니다. 그렇게 어른이되고 그렇게 성숙해 가는 것이지만, 미리부터 아이들에게 그걸 주입시키고 겁먹게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른들은 다만 이 작품에 나오는 두 선생님들처럼, 알맞게 그때 그때 아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이순간도 스스로를 외로운 섬이라 생각하며
힘겨운 시간을 버텨가는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와 연결돼 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