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앙머리 보름이 - 아픈 이를 돌보는 의녀 이야기 조선의 일꾼들 3
박현정 지음, 김동성 그림 / 내인생의책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수지침을 배우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혈자리를 외어야 하는 일이 어찌나 어렵게 느껴지던지 곧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니 보름이와 깨복이와 약손이의 의학 공부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충분히 짐작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조선시대 의녀란 요즘의 여의사 정도 되는 줄 알았다하얀 가운에 청진기를 늘어뜨린 여의사 선생님. 요즘 시대엔 얼마나 존경받는 직업인가 말이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궁궐에서 사니까 호의호식 하고 양반들과 같이 지내면서 땅을 파거나 하루종일 절구질을 하거나 하는 중노동을 하는 건 아니니 상대적으로 편한 직업,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대장금 드라마의 영향일지도 몰랐다.

 

 책을 읽고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였음을 알았다.

 

성질 고약한 수령 밑에서 관비로 갖은 고생 다했던 깨복이. 엄마는 맞아죽었다. 너무나도 비참하고 한스러운 인생이 아닌가. 보름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독한 가난, 동생 솔봉이는 영문모를 병에 걸렸으나 약재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었다. 그러므로 의녀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나온 보름이는 부모의 여한과 소원을 이루어주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잘난척 대마왕에 시샘쟁이 약손이도 안쓰러운 처지인것은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여기 나오는 이 어린소녀들이 겨우 열한 살이라는 것!

밤낮없이 공부하고 시험보고 마음 졸이고...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의녀, 혹은 어의녀가 되지만 그렇다고 마음고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의녀 혹은 어의녀들은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직업이 아니던가. 그러니 어떤 면에선 어린 새앙머리들이 가엾고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나마 그들에게 우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이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고 목표를 향해 성큼 다가가는 마지막 장면은 뭉클하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가슴 벅차고 찡한 느낌을 주었다. 온 세상을 고루 비추는 보름달, 밝고 환한 달빛! 그런 존재.... 분명 우리 안에 이런 유전자가 있을 것이다.

 

뿌듯하고 흐뭇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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