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보고서 작은거인 44
김경숙 지음, 박세영 그림 / 국민서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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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이 아빠가 아들에게 보고서를 써내라고 말했을 때, 사실은 즉흥적으로 그냥 해본 말이었으리라고 본다. 아들과 전학 얘기 중에 마침 직장동료한테서 전화가 걸려와 보고서 써내라는 말을 하다가 엉겁결에 아들한테도 같은 걸 요구했던 게 분명하다.

이래서 뜻하지 않게 보고서를 쓰게 된 태훈.

 

그러나 태훈은 보고서를 쓰는 동안 학교생활이 조금씩 달라져 간다. 마침 공교롭게도 학급엔 강유미 볼펜 녹음기가 없어진 사건이 있었다. 태훈은 도둑을 잡고 싶은 마음에 교실에서 본 것 들은 것들에 이어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보고서'라는 형태로 정리를 해간다.

 

이런 과정에서 태훈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고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깨닫기도 한다. 이렇게 8개의 보고서가 완성되고, 어느 덧 전학 보내달라고 조르던 태훈은 마음이 바뀌어 이미 각별한 사이가 된 친구들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는 얘기.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에 보면 그런 구절이 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말고 관찰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관찰하는 사람은 결국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게 된다. 이해하는 사람은 이해 받고 배려하는 사람은 배려 받는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서로 지켜봐주고 서로 이해해주는 것, 그게 우정이 아닌가.

 

 *

 

우리반 왕만두, 왕민우. 민우 때문에 착한보고서를 읽다가 덜컥, 심장이 내려앉기를 몇 번. 한편으론 놀라고 한편으론 어처구니가 없어 실실 웃음을 흘렸다.

 

왕민우 같은 아이. 어느 학급에나 꼭 한 명쯤 있다. 말하지 말라고 다짐 받았지만 소용이 없는 아이.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5초도 안 되어 사람들 앞에서 나팔을 불어버리는 아이. 판도라의 상자의 뚜껑을 주저없이 열어버리는 아이.

 

사실은 초등 교실뿐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도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말을 옮기고 갈등과 사건을 만드는 사람. 문제는 그 갈등이 마침내 전쟁이 된다는 건데.... 이 책 '착한보고서'를 읽고 아이들이 한번쯤은 왕민우의 말과 행동에 대해 집중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왕민우는 설령 그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라 해도 밉지가 않다. 계산이 있어서 속셈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니까. 아이들은 그래서 사랑스러운 것 같다. ,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 알고 보면 왕만두, 강유미는 우리의 어린 시절 모습이기도 하다. ^^

 

매번 느끼는 건데, 김경숙 작가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살아 있다. 그래서 재미있게 잘 읽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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