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도서관 창비아동문고 283
최은옥 지음, 오정림 그림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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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도서관에 나오는 아이들은 정말이지 나랑 똑 닮은 아이들이었어요.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말, 행동, 손짓 눈짓 그리고 사소한 버릇(한숨을 쉰다든다 입을 씰룩거리거나 얼굴을 비비는 등)까지, 모두 내 주변의 어린 친구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아이들은 우산 도서관이라는 지나가는 의견에 불과했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공시켜 갑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하나 극복해 가며 보란 듯이 이뤄냅니다. 그 과정에서 불뚝불뚝 성질 사나운 교장 선생님과 직접 만나 담판을 짓기도 합니다.

 

이 아이들 참 대단하지 않아요? 교장선생님을 찾아가다니요!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깜짝 놀랐어요. 어렸을 때 저는 경찰관과 교장선생님을 매우 무서워했어요. 잘못한 게 없으면서도 경찰서 앞을 지날 때 괜히 주눅이 들었고 교장 선생님은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어려워했어요. 5학년 2반 아이들이라고 왜 안 그렇겠어요. 실제로 불뚝선생님은 교장실을 찾아온 아이들에게 호통 치듯 묻습니다.

 

무슨 일이야?”

 

아이들은 단박에 기가 죽어 어깨를 움츠립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마치 그 방에 있기라도 한 듯 페이지 넘기는 손까지 막 떨렸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또랑또랑 준비해온 말을 합니다. 그러자 퍼덕대던 내 가슴이 진정되면서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어요.

 

, 대단한 아이들이구나! 정말 멋진 아이들이야!’

 

자랑스럽고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그리고 나도 다혜처럼 비록 덜덜 떨리긴 해도 한 마디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얘네들은 나랑 똑같은 아이들이야. 얘네들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나와 내 친구들도 할 수 있다는 얘기잖아!’

 

그래요, 책을 읽는 동안 나는 5학년 2반 아이들이 내뿜는 알 수 없는 힘에 나도 모르게 전염된 느낌이었어요. 이상한 책이에요.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후끈 얼굴이 달아올라 있어요. 완벽한 감정이입 속에서 특별한 에너지에 전염된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이 감동의 여운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내 안에 5학년 2반 아이들의 열정이 늘 살아 꿈틀대기를 희망합니다. 지혜와 용기가 필요할 때 나는 내 안의 5학년 2반 아이들을 불러내어 그 특별한 에너지를 빌려 쓰겠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저는 더 이상 경찰관이나 교장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무턱대고 반대만 하는 영원히 무서운 사람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삐죽삐죽 튀어나온 우산살을 누르며 우산을 꿰매고 있을 불뚝샘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 미세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던 건율이 아빠가 지금쯤은 툭툭 털고 일어나 앉아 있기를 바랍니다. 건율이와 보라가 더 친해지기를 바라고요.(^^)

 

어쩐지 작가님이 다음번엔 대통령을 만나 담판짓는 5학년 2반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런 이야기, 기대해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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