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주는 아이 - 제12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상상도서관 (푸른책들) 2
김경숙 글,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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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외할머니에게서 듣던 여우 이야기.

그 여우가 우리반 전학생 친구가 되어 초대장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쫄깃쫄깃 재밌고 오싹오싹 무섭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누가 내 심장을 움켜쥔 듯 조릿조릿하다. 초딩 조카가 이책을 밤에 읽으면 큰일 난다고! 전하던 말을 나 역시 실감했다. (감정이입이 잘 되는 감성적인 어린이 친구들은 자다가 오줌을 쌀 수도 있단다. ^^)

 

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전하는 4개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 나는 휴대폰 친구 이야기가 아찔하리만큼 와 닿았다. 뭐든 빠른 시대이다. 조금만 천천히 또는 느리게 가도 옆 사람이나 뒷 사람이 그런 나를 못 견뎌하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나 감정도 즉흥적이다. 기다렸다가 말하거나 한 번만 더 생각해 보고 말하면 될 것을 막바로 쏟아 붓듯 말해 버린다.

 

노란 빗 이야기도 주제는 같은 맥락이다.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은 생각지 않고 그저 내 하고 싶은 말만 다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 말하는 사람들 얘기. 칼로 손을 베면 아프다. 마음도 마찬가지인데 남의 마음을 푹푹 찌르는 사람들…….

 

다 읽은 후 책장을 쉽게 덮지 못했다.

 

네 개의 재밌고도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매서운 일침이 느껴졌다.

이러면 안 돼!” 라고 분명하게 경고하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정말로 진지하게 들어야 할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멀쩡한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는 만행까지 저지르면서 옷을 해 입는 어른들!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를 쥐어주고 긴 시간을 혼자 있게 하는 어른들. 옛 동네를 헐고 초고층 아파트만 세우면 잘 사는 문화 국민이 되는 줄 아는 어른들. 돈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를 만들고, 친구조차도 아파트 평수를 보고 가려서 사귀도록 세뇌하는 나쁜 어른들……

 

과연 어른인 우리는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어른인 우리가 반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 아이들은 '미령이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는 온통 파헤쳐지고, 가족도 친구도 없이 천지간에 달랑 혼자 남은 미령이. 우리 아이들은 미령이처럼 초대장을 들고 온 우주를 헤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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