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게 무슨 책일까... 처음엔 호기심으로 읽었는데 읽다가 보니 고양이를 매개로 한 주인공 사토루의 우정 얘기 같았다. 정말 중간까지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고양이를 더이상 기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래서 사랑하는 고양이를 충분히 믿고 맡길 만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니까.... 친구에게 가고 오는 과정에서 그 친구랑 왜 친하게 되었는지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과거 이야기를 마치 앨범을 펼쳐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듯 들려주니까, 읽는 나로서는 '아, 지난 날의 우정을 돌아보는 얘기인가 보다.' 라고 넘겨짚을 수밖에.

 

그러나 단연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과거사와 학창시절의 우정을 조명하려는 게 아니다. 후반부에 이르러 사랑하는 고양이를 남에게 맡겨야만 하는 사토루의 처지가 밝혀진다. 그리고 고양이 나나의 진심도 드러난다.

 

나처럼 단순한 호기심으로 (뭐야 이책, 무슨 얘길 하려는 거야? 하는 자세로) 읽어온 사람에게는 대단한 반전인 셈이다.  

 

섬세하고 천성적으로 착한 사토루. 그가 얼마나 이 고양이 나나를 사랑했는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고양이로 태어나도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얄밉도록 영리하고 얄미우리만큼 재치있게 말하는 고양이 나나 또한 그를 그렇게 사랑한다. 

 

감히 이들 두 사람의 우정을 우리가 어떻게 흉내낼 수 있을까.

 

정말 괴롭게도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눈물 콧물 줄줄 흘리고 말았다.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안경 밑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을 올려 닦는다면 다들 내가 주책맞게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까봐) 손을 들어 훔치는 대신 그냥 소리없이 줄줄 눈물을 흘리는 걸 택했다. 

 

두 사람, 지금쯤 천국에서 다시 만나 이별없은 세상을 즐겁게 여행하며 잘 지내고 있겠지.

고마워. 당신들 두 사람 때문에 잠시나마 내 마음이 편안했더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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