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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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어딘가에 펄벅 여사 이야기가 나온다.
여운이 긴 이야기였다.


펄벅 여사는 사랑하는 딸아이가 점차 자라면서
정신박약아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녀는 절망과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만일 딸애가 나보다 오래 살면 어떻게 될까.
누가 이 애를 돌봐 줄까?’


여사 역시 모든 장애아 엄마들이 가지고 있다는 그 소망,
나보다 하루 앞서 아이가 죽어준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그녀는 딸아이의 천진한 웃음,
해맑은 미소에 압도되어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는 딸을 위해, 딸과 함께 자신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에게 글씨를 가르치던 펄벅 여사는
아이의 손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아이는 오직 자기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에서
극도로 긴장한 채, 글자 쓰는 법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엄마 눈에 그게 보였던 것이다.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걸 중단한다.
책을 모두 내다버린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아이도 인간입니다. 그러므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행복이란
지능 그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펄벅 여사는 딸아이를 통해
‘지능이 인간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웠노라고 고백하며 또한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우리는 기쁨에서와 마찬가지로 슬픔에서도,
건강에서와 마찬가지로 질병에서도,
장점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점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아마도 후자 쪽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울 것입니다.”


펄벅 여사의 일화는 이 책『내 인생의 화양연화』에
나오는 숱한 이야기들 중 일부일 뿐이다.
이 책에는 슬프고 후회스럽고 미안하고 안쓰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펼쳐져 있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또한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그 자체로 살아가리라.
기쁨을 받아들이듯 슬픔도 받아들이리라.
숱한 맑은 날이 있고 또 흐린 날 비오는 날
폭한과 폭설의 날들이 분명 있겠지만
반갑게 고맙게 받아들이리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어떨 것이다, 라고
함부로 예측하거나 단정짓지 않으리라.....


지능이 인간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
기억력 좋고 스마트했던 젊은 날만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힘이 난다.


또 아이를 기르면서도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만
기르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시력 개선이라도 한 듯 한결 눈이 밝아진 기분이다.
모두 이 책 덕분이다.


정말로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고마운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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