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비
박아림 지음 / 월천상회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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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란우비를 입은 볼이 빵빵한 어린아이.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 채로 빗속을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엄마아빠랑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래서 애타게 오늘을 기다려왔고 깨자마자 동물원에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출출 비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했던 아이는 너무 실망해서 서럽게 운다. 아이는 엄마아빠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우비입고 장화신고 문밖에 쪼그려 앉아 기다린다. 비가 그치기를!

 

나 잡아봐라!” 하고 외치듯이 개구리가 아이 앞에 나타나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같이 가, 개굴아!" 그러다가 고여 있는 빗물에서 튀어나오는 사자를 만나 으악! 달아나고. 물 위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에서 푸드득푸드득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나오는 공작을 만난다. (나는 이 대목이 참 좋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 하마도 있네. 새도 있고 기린도 있고. 원숭이, 코끼리, 홍학도 있고.... 비오는 날 마당 구석구석에서 만나는 동물친구들. 


으악 악어다!

 

아이는 개구리랑 같이 펄쩍 뛰어 달아나고. 아이는 때마침 우산을 들고 나온 엄마아빠랑 신나게 놀면서 말한다.

 

아빠 엄마 우리 집이 동물원이에요!”

 

*

 

변이 코로나까지 나타나 맹위를 떨치는 요즈음. 이 그림책만큼 위로가 되는 게 없는 듯하다. 가족, 친구들과 동물원에 갈 수 없는 현실이 상징적이다. 무엇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들들. 좋은 벗들과 한자리에 모일 수 없고 외식도 불가능하다. 학교나 유치원조차도 가기 힘든 시절이니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

 

그러나 아이는 어떤가. 


마당에 고인 빗물에서 사자를 발견하고 화초 그림자에서 공작을 만난다. 아이는 동물원에 가서 만나고 싶었던 많은 동물친구들을 우리집 앞마당에서 만난다. 아이가 불러낸 그 친구들과 아이는 함께 뛰놀고 숨바꼭질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오감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볼 빵빵한 우리들의 귀여운 주인공이 비오는 날 동물비를 발견한 것처럼, 우리도 이 우중충한 장마철, 상상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숲에서, 공원에서, 골목길에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시간을 그리고 공간을 음미해 보아야겠다.

 

공작이 날개를 펼치며 나타나듯, 우리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멋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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