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를 부탁해! 마음이 따스해지는 생활 동화
홍민정 지음, 이채원 그림 / 머스트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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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부는 원두막에 앉아 높은 하늘 둥둥 떠 있는 구름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동화입니다.

한마디로 힐링 동화’.

 

나는 더 이상 쓸모 없어진 헌 냉장고입니다. 그나마도 물건 잘 버리지 않는 주인 할머니 덕분에 시골집 처마 밑에 세워진 채 신발장으로 용도 변경된 고물 냉장고입니다그러다가 어느 날 어린 지호가 할머니 집에 일주일간 놀러 와서 여기저기서 주워온 잡동사니들을 보관해 주게 됩니다.

 

작은 돌멩이, 깨진 유리구슬, 부러진 찻숟가락, 깨진 그릇조각, 톱니처럼 생긴 납작한 병뚜껑, 흙묻은 장난감 바퀴, 플라스틱 반지, 딱지 한 묶음…….

 

읽는 내내 빙긋 빙긋 웃었습니다. 동네를 들판을 뛰어다니며 이것저것 주워들이고 얼음틀에 그것들을 집어넣어 냉동고에 숨겨놓는 지호의 하는 양이 귀여웠거든요. 그때마다 터져나오는 장고의 투정도 귀엽고 장고 친구들인 소파와 거울의 지적질도 귀여웠습니다.

 

할머니집을 떠나던 날 지호는 쓰레기통이나 다름없는 냉동고 앞에다가 지호 보물상자라고 커다랗게 이름표를 붙여주고 갑니다.

그래요, 다른 사람 눈엔 그것들이 쓰레기로 보이겠지만 지호에겐 보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장고는 누군가의 보물상자가 되었네요.

 

책장을 덮으며 문득 어린시절 내가 두고 온 것들은 다 어디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도 그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반들반들한 조약돌, 영화포스터와 월드스타 카드, 다른 나라에서 사온 유리구슬, 친구에게서 받은 머리핀, , 그림자석, 다 쓴 미니 향수병, 엄지손톱 만한 동물 캐릭터 인형, 해바라기가 매달린 열쇠고리…….

 

지금은 그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장고가 오래오래 지호의 보물을 품고 있기를 바랍니다.

 

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보물을 품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괜찮은 존재가 아닐까. 비록 냉장고 본연의 구실은 못하게 되어 쓸모없어졌고 폐기처분해야 할 대상이 되었더라도, 누군가에게 보물상자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시간의 모퉁이길에서 주워온 작은 돌멩이와 깨진 유리구슬과 부러진 찻숟가락과 납작한 병뚜껑을 보관해 주는 장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슬프냐고요? 무슨 말씀. 그럼 어때요. 그 자체로 좋은 거지요!

 

장고와 더불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여름 한낮이 저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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