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 유전체 의학의 불씨를 당기다
마크 존슨.케이틀린 갤러 지음, 금창원 외 옮김, 서정선 감수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 부모라도 자신의 아이가 아프면 차라리 자신이 아팠으면 합니다.
신종 플루가 전국을 뒤덮을 때 저도 딸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서 초조하게 보내고 타미플루를 먹고 환청에 환각에 시달려하는 아이를 껴안고 울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물며 그 아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 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두 살배기인데다가 가장 신뢰해야 할 의사마저도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는 먹기만 하면 장에 염증이 생겨서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서 하위 3%에 해당하는 정도의 체중으로 갈수록 앙상하게 말라만가고...아이의 엄마인 애밀린 볼커는 가슴 성형 수술까지 받아 가면서 여자로서의 삶보다 엄마로서의 삶으로 올인을 합니다.

이야기는 5년의 세월을 정확한 병의 진단을 위해 찾아 헤맸던 "닉 볼커"라는 아이에게서 32억 쌍이 넘는 염기서열에서 딱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해내고, 아이의 면역체계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주는 치료를 통해 아이를 살려낸다는 기적 같은 얘기입니다. 이제 닉 볼커는 11살이 되어서 집 근처 숲을 뛰어다니고, 더 이상 먹는 것으로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괜찮아"진 것이지요.

1953년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 Francis Crick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고, 1990년부터 시작한 미국 정부 주도의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2003년 32억 개로 이루어진 한 인간의 전체 게놈을 분석하고 나서도 게놈 해독의 완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닉 볼커 이후에 드디어 미국에만 2,500만에서 3,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희귀 질병 환자들은 또 다른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공동저자인 마크 존슨 Mark Johnson과 케이틀린 갤러거 Kathleen Gallagher는 2011년 퓰리처상 해설보도 부문을 수상한 언론인들입니다. 2010년 12월에 닉 볼커의 이야기를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준으로 상세하게 보도하였던 것을 다시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하여 2016년 현재의 닉 볼커 이야기와 당시 보도되지 않았던 내용까지 꾸민 것이 이 책입니다.

닉은 조나스 브라더스 밴드를 좋아했다. 애밀린은 닉이 그 밴드 노래들 중 한 곡의 특정 소절을 부르는 것을 자주 들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난 괜찮아질 거야"라는 부분이었다.
책에는 내용이 상세히 소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조나스 브라더스 밴드에도 Nick 과 이름이 같은 Nick Jonas가 있습니다. 1형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Nick Jonas가 직접 불렀던 "A Little Bit Longer"의 가사에는 'A little bit longer and I'll be fine'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네 살 먹은 꼬마 아이가 자기와 이름이 같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힘을 내다니, 닉 볼커의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유전체 의학을 다루는 의사들이나 그의 어머니나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가족도 있지만, 살려는 의지를 결코 놓지 않은 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연히도 두 명의 Nick의 이름의 유래가 된 성 니콜라우스는 3세기~4세기 동로마 제국에서 활동하였던 기독교의 성직자로,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인물로 어린이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제대혈 이식을 앞두고서는 여태껏 배트맨 망토를 두르고 배트맨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던 닉은 <라스트 에어벤더 The Last Airbender> 라는 영화를 보고서는 스스로를 '아앙Aang'이라는 주인공이 되려고 합니다. 물과 불과 흙과 공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진정한 영웅이 되려고 100번이 넘는 수술을 거치고도 다시 용기를 낸 닉은 이식수술 후 합병증을 견뎌내고 진짜 영웅이 되어갑니다.


한편, 닉의 치료 방법을 놓고 고민하던 의사들은 정답을 알아내고서도 다시 한번 고민을 합니다. 게놈 해독을 치료에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나서도 "닉의 치료에 성공하고 유전체 의학의 선구자가 되는 대신, 의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해를 끼치지 말라'는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었다."
"참 괜찮은 죽음"으로 번역된 헨리 마시의 책의 영어 원제가 "Do No Harm"이었습니다. 골수이식으로도 환자의 병이 해결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찌할지, 그런 경우에 인정하기 힘들지만 현대 의학을 하는 의료진의 무지를 인정하고 내버려 두는 편이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 더 나은 것은 아닌지 겸손하게 다시 고민하는 의사들의 모습에서, 그렇게 고민을 하고 나서도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있습니까?"라고 다시 물으면서 실패를 각오하고 불확실하고 자신의 경력이 끝장날 수도 있는 한 걸음을 내딛는 의사들의 모습에서 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닉의 질병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 닉과 그의 가족의 입장에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치료로까지 이어져야 성공으로 보겠다는 그들의 굳은 결심이 진정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따르는 참된 의료진의 자세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책은 시간 순서와 상관없는 23개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매트 리들리 Matt Ridley의 "Genome : The Autobiography of a species in 23 chapters"가 23장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유사합니다. 사람의 모든 유전자가 23쌍의 염색체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닉 볼커가 스스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티고, 그런 닉 볼커를 살려내기 위한 그의 가족들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23개의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모든 유전자가 23개의 염색체 내에 있는 것은 아니듯이 이 책에 담아낸 내용 외에도 닉 볼커 이야기는 분명히 더 있겠지요.

물론 닉 볼커를 살려냈다고 해서 모든 환자들의 게놈을 분석해야 된다는 당위성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 게놈체 의학을 돈벌이 사업으로 연관시키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도 안되는 것이구요.
번역도 매끄럽고 어려운 전문 용어 없이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다만, 4명의 옮긴이의 공동 작업의 영향인지 닉이 다른 아이들이 잠들 때 쥐고 자는 곰인형과도 같은 베이글 바이츠 Bagel Bites 봉투가 12장과 1장에서 다르게 설명되는 것과 같은 미미한 오류(아마 23장을 장별로 나눠서 작업하신 듯)는 있어 보입니다.
원저자들이 해설보도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언론인들이라, 이런 주제를 처음 대하는 사람도 미리 사전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게놈에 대해서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다는 분들은 MID 출판사에서 이전에 나왔던 "천달러게놈"이나 과학동아에서 나왔던 "내 생명의 설계도 DNA", 김영사에서 처음 나왔다가 절판되고 최근 반니에서 다시 나온 매트 리들리의 "게놈"을 다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분류상 과학책으로 봐야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책 자체로도 감동을 받았고 또다른 책을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어서 저는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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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냉장고의 탄생>>(톰 잭슨, 김희봉, MID, 2016)

원제는 "Chilled:How refrigeration changed the world, and might do so again"입니다.
차가움:냉장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다시 한번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도가 되겠네요.
우리말로도 냉장고와 관련된 형용사가 차갑고, 시원하고, 서늘하고...처럼 제법 많은 말들이 있듯이 영어만 해도 chill, cold, freeze...많은 걸 보면, 고대로 거슬러가서 오늘까지 이어지는 냉장고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얘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 같지만, 이 더위에 읽을만한 책으로 제목만큼 시원한 책으로 알고 고르셨다면 실수하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옮긴이의 글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저는 김희봉님의 서문을 꼼꼼이 읽어봤습니다. 영문판을 사놓고도 20페이지를 못 넘겼던 저로서는 이런 옮긴이의 꼼꼼함이 드러나는 글솜씨라면 이번엔 끝까지 제대로 읽을 수 있겠구나 싶어 아주 반가왔습니다. 다 읽고 나면 느끼실텐데, 저자인 톰 잭슨은 굉장히 불친절한 사람입니다. 굉장히 박식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데, 이 양반 글을 읽다보면 전형적인 너드nerd의 특성이 보입니다. 곳곳에 느낌표가 등장하고(스스로 감탄하며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를 사용한 것이고, 옮긴이도 재치있고 깔끔하게 번역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표현도 많이 나옵니다만, 시시콜콜한 과학적 원리와 관련된 인물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게다가 시간의 흐름도 왔다 갔다 합니다. 책을 제대로 읽기도 전에 시원하려고 골랐던 책이 성미급한 분이라면 흉기로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드실 겁니다. 그래서 더더욱 옮긴이 서문을 길잡이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 더, 정말 냉장기술의 역사를 건너뛰고 냉장고의 탄생부터 보고 싶은 분이라면 당장 8장 냉장고의 탄생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냉장고의 원리를 알고 싶으신 분이라면 170페이지 정도를 열어서 6장 뒷부분의 1852년에 발견된 줄-톰슨 팽창이 냉장고의 원리라는 것을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냉장고에 관한 책이 드물다는 얘기를 듣고 보니,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스티븐 존슨, 강주헌, 프런티어, 2015)가 떠오르게 됩니다.
스티븐 존슨의 이 책에서는 냉기의 역사를 1834년 얼음왕 프레더릭 튜더로 시작하여 냉동식품의 아버지 클래런스 버즈아이를 거쳐 1902년 윌리스 캐리어의 우연한 발명으로 탄생한 에어컨까지 이어지고, 세계 전역의 거주 문화가 바뀌고 수백만 명의 갓난아기가 인공적으로 태어나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냉장고의 탄생>>은 여기서 공간과 시점을 수메르의 도시 테르카로 기원전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현재를 넘어서서 별도의 12장 한 챕터를 고스란히 냉장고의 미래로 할당하여 아직도 끝나지 않은 냉각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소개합니다.
인류의 저장, 보관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삶을 변화시킨 냉장고를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소홀했었다 싶어서 읽는 내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은 즐거웠습니다.
다만, 김치 냉장고를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한국 얘기는 반가왔지만, 1995년에 김치 냉장고가 발명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아쉽습니다.
최초의 김치 냉장고는 당시 금성사(현 LG전자)가 1984년 3월 출시한 GR-063이었습니다. 1965년 4월 국내 최초 냉장고 GR-120에서 한국의 냉장고의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고, 지금도 냉장고는 역시 LG전자지요!!!
캐나다산 참치가 1972년 뉴욕 JFK 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왔던 생선이 비행기를 탔던 역사가 빠진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스시 이코노미>>(사샤 아이센버그, 김원옥, 해냄, 2008))
또 하나 공들여서 지나치게 꼼꼼하게 설명하던 역사와 달리 뒷부분이 약간 용두사미가 되는 것도 다소 불만입니다. 저자 정도라면 스위스 LHC 얘기를 직접 살아있는 과학자와 나눈 얘기도 넣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싶기도 합니다.
"냉장고가 순간이동장치를 만들어낼지, 인공지능이나 최신의 컴퓨터 장치를 만들어낼지는 굳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없다.어떻게 되든 나는 행복할 것이다...이제 모든 것을 다 말했고 끝났다."
뭔가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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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없이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붉은 재앙
조나단 월드먼 지음, 박병철 옮김 / 반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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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크 미오도닉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을 읽으면서 이 책도 꼭 번역본이 나왔으면 하고 기대했었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마침내 나왔군요. 꼭 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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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ni 2016-08-1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대하시면 별점 5점 안될까요? ㅎㅎ-반니

샛별투 2016-08-1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저도 모르게 별점이 ...제가 좋아라하는 번역자셔서 기대가 된다는 글이었는데...주문 넣겠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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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미국에 두서너 달 장기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현지 회사에서 아파트를 구해준 덕분에 편히 잘 지내다가 어느날, 원인 모를 이유로 화장실 변기가 갑자기 막히는 바람에 식은 땀을 흘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볼 일을 이미 다 본 상태라 어떻게든 난감한 상황은 해결은 해야겠는데 혼자서 끙끙대다가 하는 수 없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행히 변기를 넘치지는 않은-미국 화장실은 왜 배수구조 없이 카펫을 깔아두는 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그냥 'out of order'라고 얘기하기에는 제 상황이 워낙 심각해서 하는 수 없이 당시 미국에서 살던 매형에게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더니 껄껄 웃으며, 'clog'이라는 단어-평생 못 잊을 단어지요-를 가르쳐주더군요.

책을 보니, 저자는 그보다 한 두 단계 등급이 높은 참담한 상황을 겪었더군요.
저자가 무슨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이 책이 미국에 출판될 때는 '화장지' 부분은 빠졌답니다. 미국 사람들 문화와 맞지 않을 것 같아서 뺐다는 얘기도 있는데, 글쎄요. 미국 사람들도 밑은 닦고 살텐데 말이죠. 어쩌면 5장 경탄할 만한 거품에서 소개되었던 경험이 미국에 대해서는 자기검열을 확대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자인 마크 미오도닉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교수로 학내에서 학제간 연구를 주도하는 Institute of Making의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연구소가 하는 일의 범위가 자유 그 자체입니다. 분자를 만드는 사람에서부터 빌딩을 만드는 사람까지, 인조 피부에서 우주선을 만드는 사람까지 관심분야도 고고학 등의 인문학에서 화학, 건축학을 넘나들고 자체내에 2000개 이상의 물질을 모아둔 Materials Library와 마음먹은 물질이나 제품을 전문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제작이 가능한 Makespace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책에 나오는 모든 물질은 저자가 자기집 지붕위에서 찍은 사진에서 한꺼번에 동시 등장을 합니다. 먼저 저자가 사물들을 하나씩 설명하겠다고 얘기할때만해도 이 사람의 "덕후 기질(혹은 물질성애자)"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봅니다만 이런 일상적인 물건들은 하물며 그 물건들을 이루는 재료들은 그 존재 자체를 너무도 당연시하게 여기게 됩니다. 실제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말 다양한 뒷이야기들과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수많은 노력이 보이지 않거나, 혹은 애써 우리가 외면해왔던 게 사실 아닌가요?
처음에 책 전체의 주제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그 한 장의 사진을 볼 때는 저는 영국에서 제일 높다고 하던, 사진의 오른쪽 배경에 보이는 "The Shad"만 보았습니다.
덕후의 책들로는 <연필깎기의 정석>도 있고, <눕기의 기술>도 있었고, <문구의 모험>도 있었지요. 남들이 생각하기에 별것 아닌 것들로 책이 한 권이 나올 정도로 할 얘기가 많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어보겠다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보니 이번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은, 순전히 제 기준으로, 그 책 혼자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나 관점을 주거나, 제대로 된 정보로 저를 업그레이드시켜주거나, 아니면 다음 책으로의 연결을 잘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세 가지 모든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절대 '재미'가 없는 책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물리학과 생물학과 어쩌면 천문학까지 넘나드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한번에 끝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리듬까지 갖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빌 게이츠 아저씨의 서평(아저씨는 '화장지' 에피소드는 못 읽어보셨겠네요)처럼 과연 더 이상 제 주변을 둘러싼 사물들이 전과 같이 느껴지질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읽고나니 위의 책들의 미시적인 면들외에도 최근 읽은 척하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빅 히스토리 관점이나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의 '롱 줌long zoom' 역사이나 심지어 <코스모스>와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재료 얘기를 한참 듣다보면 그래서 우리는? 이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요.
<사피엔스>를 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저자 유발 하라리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제 곧 우리의 욕망이라는 것도 공학적으로 해결하게 되겠지만, 진짜 중요한 질문 하나는 "우리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라고 화두를 던집니다.
어쩌면 두 질문 모두 '무엇(들)을 가지고'가 그저 생략되기에는, 그런 '사소한 것들'의 전혀 사소하지 않은 결정적인 도움없이는, 공허한 얘기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을 그냥 있다 퉁치고, 나만, 그리고 우리만 생각하는 것은 사피엔스의 교만이고 무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에서 나왔던 "유리 덕분에 우리는 세포와 미생물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내려가고,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스마트폰으로 전세계를 연결했을 뿐 아니라, 우주의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가 이번 책에서 어떻게 버무려져있는 지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재료를 대하는 자세에서 저자는 미시 세계-멋진 신세계로서의 마이크로 파라다이스-를 이해하는 스케일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좌석 업그레이드 비용'이라는 맛깔나는 비유도 들고,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형식에서도 영화 대본의 형식도 과감히 도입을 합니다.

리사 렌들 누님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 나온 얘기입니다만,
물질은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단순히 비슷한 구성 요소가 그저 더 작은 스케일로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는 모든 면모를 세부사항을 두고만 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우선 순위에 따라 전체적인 '큰 그림'을 먼저 볼 것인가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지요. '적절한' 스케일을 고르는 문제입니다. 리사 렌들 누님도 예를 들었지만, 뉴욕의 레스토랑을 찾으려고 미국 전국 지도를 펼친다거나,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아보려고 그 건물의 평면도를 펼쳐볼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저자의 말장난 수준도 그야말로 '수준급'이고 여러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도 읽을 재미를 더해줍니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와 관련해서는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마릴린 먼로가 불렀던 노래('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를 인용을 하는 것이지요.

제가 즐겨 신고 다니는 운동화 밑창의 'Gel'도, 테니스 라켓, 스쿼시 라켓에 쓰여있던 Titanium도, 어금니 자리에 박힌 임플란트도 재료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작품을 위해 저자가 아껴둔 재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총과 펜에 동시에 쓰이는 텅스텐도 그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저자의 영국식 농담을 흉내내면 재료의 관점에서는 펜이 총보다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올 것 같습니다. 같은 텅스텐이라는 관점에서 재료 자체에는 정치적인 의미는 없으니깐요.

물론, 저자의 주장중에서 강철과 관련하여 일본 사무라이 검이 산업혁명까지 '가장' 강한 강철이라는 부분에서는, 굳이 한일감정을 들먹이지 않아도, 다마스쿠스 검(Damascus Blade)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탁구공만은 셀룰로이드로 만든다"는 것도 이미 탁구공마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저자가 미처 확인을 못한 부분이겠구요.
오히려 Acknowlegement에 나온 결혼 25주년 은혼식을 15주년(동혼식)에 사용한 것은 애교로 보고 넘어가야겠지요.

트위터에서 어느 분이 "우리 모두 독립적이고 평등한 시민 1인이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동등하게 선량하고 동등하게 사악한, 동등하게 현명하고 동등하게 미련한"이라던데 그 글귀는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애정하는 덕후들도 품어내는 사회의 다양성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닌가 혹은 오히려 덕후를 장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된다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무관심과 소외의 결과가 어느 분야에서건 악순환을 만듭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그리고 이런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다시 더 좋은 책을 만들게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부디 이 책 '사소한 것들의 과학'이 대박났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책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던 농반진반의 김훈 선생의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미쳐도 곱게 미쳐라"는 말도 있고, <미쳐야 미친다> 라는 책도 있지요. 어쩌면 이렇게 곱게 미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저자의 영향이 이미 제게 '미쳤기' 때문일 겁니다.

저자는 편지를 쓸 때도 마지막에 평범하게 'Sincerely yours'대신 'Materially yours'라는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그렇지요. 칼 세이건 아저씨가 얘기했듯이 우리 자신이 바로 재료(starstuff)입니다.
그러고보니 원서 제목인 'Stuff Matters'사이에 Really!를 넣어보고 싶고, 우리말 제목인 '사소한 것들의 과학'이 재료를 두고 하는 말인지,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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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크로니클 - 우주 탐험, 그 여정과 미래, 대한출판문화협회 "2016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에이비스 랭 엮음, 박병철 옮김 / 부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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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출판사 서평 참가로 얻은 책을 읽고 씁니다]

 

누구나 언제고 읽어야 할 마음속의 책이 하나씩 있을텐데, 제게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그중에 하나입니다. 
<코스모스>가 두께도 묵직하고 전하는 느낌도 깊은 느낌이라면 이번에 읽은 책 <스페이스 크로니클>은 두께에 비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좋은 책' 을 얘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책'을 얘기하기도 합니다만, 이 책은 분명히 '좋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의 범주에 들겠습니다.

 

뉴욕 출신의 58년 개띠, 타이슨은 NASA와 같은 해에 태어났고, 트위터에 480만명, 페이스북에 200만명을 몰고 다니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입니다.

아홉살때 뉴욕의 헤이든 천문관을 견학하고 고등학교때 칼 세이건과의 만남을 통해 흑인이라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마침내 96년 헤이든 천문관의 소장까지 올라간, 이 사람의 역사가 미국 현대사를 조명할 정도의 우여곡절도 있습니다.

 

책 내용은 지난 15년간 타이슨이 우주개발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시간 순서와 관계없이 우주에 대해서 '왜 가려고 하는가"와 '어떻게 갈 것인가', '불가능은 없다'의 3부로 나누어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타이슨 아저씨는 '츤데레'는 아니어도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닙니다. '가장 말도 안되는 SF영화' 1위로 과감하게 "스타 트렉"을 꼽기도 하고, "스타 워즈"는 아예 SF의 반열에 끼워주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책 중간중간에 '스페이스 트윗'으로 나오는 실제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보면 과학자 특유의 끊임없는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 부분도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덕분에 저도 480만명의 팔로워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행접시가 착륙하여 문이 열리면 외계인은 항상 경사길을 따라 걸어 내려온다. 왜 하필 경사길일까? 외계인에게 계단 공포증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의 비행접시는 장애인을 고려하여 설계된 것일까?" (스페이스 트윗5)

 

NASA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천문학'에만 쓴다는 주장에도 조곤조곤 반박합니다.
"NASA가 연간 사용하는 비용은 1년 세금의 0.5%이고, 1달러달 0.5센트를 우주개발에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부실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NASA 50년 예산이 넘는 돈이 투입되었다"
"지금은 전시가 아닌데도 미국 국방부는 NASA의 1년 예산을 23일만에 쓰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좋은 책이 늘 그렇듯이 다른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접접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몇 만년의 세월에 대한 스케일에 대한 이해가 요새 화제가 되고 있는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조현욱옮김, 김영사, 2015)"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252페이지의 케네디 대통령의 라이스대 연설의 인용이 그렇고,

http://www.jfklibrary.org/JFK/Historic-Speeches/Multilingual-Rice-University-Speech/Multilingual-Rice-University-Speech-in-Korean.aspx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을 우주로 보내야 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에도
"오랜 세월 동안 동굴에 거주했던 원시인이 어느 날 동굴 밖으로 나와 계곡을 건너거나 산을 오른 것은 과학적 발견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 그렇지 않고서야 아프리카에서 잘 살던 인간이 수많은 고난과 싸우면서 유럽과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대륙으로 지눌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화성에 사람을 보내서 바위 밑과 계곡 바닥을 뒤지는 것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해왔던 일을 그저 확장하는 셈이다"

 

책 소개로 언론에 나왔던 유방조영술이 결국 NASA 주도의 허블망원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나, NASA의 방만한 운영에 관해 흔히들 검증없이 카더라로 소개하는 100억불을 들여 만들었다는 '우주용 볼펜'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었던 점도 덤으로 얻은 지식이었고, "지구를 농구공 크기로 줄이면 달은 열 걸음 거리에 있는 소프트 볼이 된다"는 얘기나, 금성의 표면온도가 섭씨 480도로 납도 녹일 온도(327도에 녹습니다)라는 얘기를 ""아직 굽지 않은 직경 40센티미터짜리 페퍼로니 피자를 금성에 갖다 놓으면 단 9초만에 먹기 좋게 익을 겁니다"라는 얘기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얘기였습니다.

 

한편, 과학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서도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https://www.facebook.com/notes/neil-degrasse-tyson/what-science-is-and-how-and-why-it-works/10153892230401613)에서도 반복됩니다만, (스타 트랙의 Kirk와 Picard 선장에 대한 비교가 또 나옵니다) 어떤 주장이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귄위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자세를 강조합니다.
304쪽의 "...과학의 역사를 봐도 분명한데, 모든 증거들 중에서 가장 못 믿을 것이 '목격자의 증언'이라는 사실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어설픈 증언이 법정에서 가장 확실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으니 말이다."가 그러하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책 전체에 애증이 섞여 있는 "스타트렉"과 관련하여서는  300쪽의 "엔터프라이즈 호 내부의 출입문들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기술이 개발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써놓고 보니 너무 창피하다. 독자들만 알고 있고, 소문은 내지 말아주기 바란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과학하는 사람의 글이 지나치게 딱딱하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트위터에 익숙한 타이슨이라 접어두어도 좋겠습니다만, 328쪽에서 "항상 그렇듯이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낯설고 기이하다"는 표현은 '마크 트웨인'이 "사실이 허구보다 더 허구같다"고 얘기한 내용의 옮김으로 저자가 그냥 책상물림만 하는 골방속의 과학자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Truth is stranger than fiction, but it is because Fiction is obliged to stick to possibilities; Truth isn't.”

 

롤러코스터처럼 재미있는 얘기들이 넘쳐나면서도, "왜 가려고 하는가"와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면서 "불가능은 없다"로 마무리한 책의 마지막은 에필로그에서 마무리됩니다.

우리가 우주적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생명체들 중 하나'인 인간이 우주적 관점을 포용하지 않으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과거의 우주관으로 혹은 심지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무기를 휘둘러 자멸할 것"이라는 얘기로 마칩니다.

별의 먼지속에서 인간이 탄생했다거나,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에 대한 얘기를 읽다보면 어느덧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을 읽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칼 세이건은 그의 책 <창백한 푸른 점>에서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옥의 티라면, 뒤의 추천사중에서...제가 좋아하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저자인 앤소니 도어가 말한 내용의 번역이 조금 아쉽네요. ^^

"지금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발견한 것'과 '발견해나가고 있는 것'을 명쾌하게 설명해줄 과학자가 절실히 필요한데,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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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는 '우리가 무엇을 발견하고 있는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발견하는가'까지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데, 닐 디 그래스 타이슨이 바로 그런 사람들중에 하나이다.

Anthony Doerr - Boston Sunday Globe

“It's more imperative than ever that we find writers who can explain not only what we're discovering, but how we're discovering it. Neil deGrasse Tyson is one of those writers.”

최근에 읽은 책 들중에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책을 공짜로 주셔서 감사한 것도 있지만, 좋은 책을 주셔서 부키출판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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