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크로니클 - 우주 탐험, 그 여정과 미래, 대한출판문화협회 "2016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에이비스 랭 엮음, 박병철 옮김 / 부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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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출판사 서평 참가로 얻은 책을 읽고 씁니다]

 

누구나 언제고 읽어야 할 마음속의 책이 하나씩 있을텐데, 제게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그중에 하나입니다. 
<코스모스>가 두께도 묵직하고 전하는 느낌도 깊은 느낌이라면 이번에 읽은 책 <스페이스 크로니클>은 두께에 비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좋은 책' 을 얘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책'을 얘기하기도 합니다만, 이 책은 분명히 '좋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의 범주에 들겠습니다.

 

뉴욕 출신의 58년 개띠, 타이슨은 NASA와 같은 해에 태어났고, 트위터에 480만명, 페이스북에 200만명을 몰고 다니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입니다.

아홉살때 뉴욕의 헤이든 천문관을 견학하고 고등학교때 칼 세이건과의 만남을 통해 흑인이라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마침내 96년 헤이든 천문관의 소장까지 올라간, 이 사람의 역사가 미국 현대사를 조명할 정도의 우여곡절도 있습니다.

 

책 내용은 지난 15년간 타이슨이 우주개발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시간 순서와 관계없이 우주에 대해서 '왜 가려고 하는가"와 '어떻게 갈 것인가', '불가능은 없다'의 3부로 나누어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타이슨 아저씨는 '츤데레'는 아니어도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닙니다. '가장 말도 안되는 SF영화' 1위로 과감하게 "스타 트렉"을 꼽기도 하고, "스타 워즈"는 아예 SF의 반열에 끼워주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책 중간중간에 '스페이스 트윗'으로 나오는 실제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보면 과학자 특유의 끊임없는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 부분도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덕분에 저도 480만명의 팔로워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행접시가 착륙하여 문이 열리면 외계인은 항상 경사길을 따라 걸어 내려온다. 왜 하필 경사길일까? 외계인에게 계단 공포증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의 비행접시는 장애인을 고려하여 설계된 것일까?" (스페이스 트윗5)

 

NASA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천문학'에만 쓴다는 주장에도 조곤조곤 반박합니다.
"NASA가 연간 사용하는 비용은 1년 세금의 0.5%이고, 1달러달 0.5센트를 우주개발에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부실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NASA 50년 예산이 넘는 돈이 투입되었다"
"지금은 전시가 아닌데도 미국 국방부는 NASA의 1년 예산을 23일만에 쓰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좋은 책이 늘 그렇듯이 다른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접접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몇 만년의 세월에 대한 스케일에 대한 이해가 요새 화제가 되고 있는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조현욱옮김, 김영사, 2015)"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252페이지의 케네디 대통령의 라이스대 연설의 인용이 그렇고,

http://www.jfklibrary.org/JFK/Historic-Speeches/Multilingual-Rice-University-Speech/Multilingual-Rice-University-Speech-in-Korean.aspx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을 우주로 보내야 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에도
"오랜 세월 동안 동굴에 거주했던 원시인이 어느 날 동굴 밖으로 나와 계곡을 건너거나 산을 오른 것은 과학적 발견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 그렇지 않고서야 아프리카에서 잘 살던 인간이 수많은 고난과 싸우면서 유럽과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대륙으로 지눌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화성에 사람을 보내서 바위 밑과 계곡 바닥을 뒤지는 것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해왔던 일을 그저 확장하는 셈이다"

 

책 소개로 언론에 나왔던 유방조영술이 결국 NASA 주도의 허블망원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나, NASA의 방만한 운영에 관해 흔히들 검증없이 카더라로 소개하는 100억불을 들여 만들었다는 '우주용 볼펜'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었던 점도 덤으로 얻은 지식이었고, "지구를 농구공 크기로 줄이면 달은 열 걸음 거리에 있는 소프트 볼이 된다"는 얘기나, 금성의 표면온도가 섭씨 480도로 납도 녹일 온도(327도에 녹습니다)라는 얘기를 ""아직 굽지 않은 직경 40센티미터짜리 페퍼로니 피자를 금성에 갖다 놓으면 단 9초만에 먹기 좋게 익을 겁니다"라는 얘기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얘기였습니다.

 

한편, 과학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서도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https://www.facebook.com/notes/neil-degrasse-tyson/what-science-is-and-how-and-why-it-works/10153892230401613)에서도 반복됩니다만, (스타 트랙의 Kirk와 Picard 선장에 대한 비교가 또 나옵니다) 어떤 주장이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귄위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자세를 강조합니다.
304쪽의 "...과학의 역사를 봐도 분명한데, 모든 증거들 중에서 가장 못 믿을 것이 '목격자의 증언'이라는 사실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어설픈 증언이 법정에서 가장 확실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으니 말이다."가 그러하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책 전체에 애증이 섞여 있는 "스타트렉"과 관련하여서는  300쪽의 "엔터프라이즈 호 내부의 출입문들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기술이 개발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써놓고 보니 너무 창피하다. 독자들만 알고 있고, 소문은 내지 말아주기 바란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과학하는 사람의 글이 지나치게 딱딱하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트위터에 익숙한 타이슨이라 접어두어도 좋겠습니다만, 328쪽에서 "항상 그렇듯이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낯설고 기이하다"는 표현은 '마크 트웨인'이 "사실이 허구보다 더 허구같다"고 얘기한 내용의 옮김으로 저자가 그냥 책상물림만 하는 골방속의 과학자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Truth is stranger than fiction, but it is because Fiction is obliged to stick to possibilities; Truth isn't.”

 

롤러코스터처럼 재미있는 얘기들이 넘쳐나면서도, "왜 가려고 하는가"와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면서 "불가능은 없다"로 마무리한 책의 마지막은 에필로그에서 마무리됩니다.

우리가 우주적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생명체들 중 하나'인 인간이 우주적 관점을 포용하지 않으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과거의 우주관으로 혹은 심지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무기를 휘둘러 자멸할 것"이라는 얘기로 마칩니다.

별의 먼지속에서 인간이 탄생했다거나,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에 대한 얘기를 읽다보면 어느덧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을 읽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칼 세이건은 그의 책 <창백한 푸른 점>에서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옥의 티라면, 뒤의 추천사중에서...제가 좋아하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저자인 앤소니 도어가 말한 내용의 번역이 조금 아쉽네요. ^^

"지금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발견한 것'과 '발견해나가고 있는 것'을 명쾌하게 설명해줄 과학자가 절실히 필요한데,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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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는 '우리가 무엇을 발견하고 있는가' 뿐만 아니라, '어떻게 발견하는가'까지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데, 닐 디 그래스 타이슨이 바로 그런 사람들중에 하나이다.

Anthony Doerr - Boston Sunday Globe

“It's more imperative than ever that we find writers who can explain not only what we're discovering, but how we're discovering it. Neil deGrasse Tyson is one of those writers.”

최근에 읽은 책 들중에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책을 공짜로 주셔서 감사한 것도 있지만, 좋은 책을 주셔서 부키출판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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