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
문윤수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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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외과를 전공하고 권역외상센터에서 전문의로 근무하는 저자, 오랫동안 해온 외상외과 의사로서의 인생을 책으로 엮었다. 그의 이야기들은 오로지 환자뿐이며,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고있다.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고민하게 되며, 나는 오늘 어떻게 살았는가 보게된다. 진실되고 성실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는 것을 이 책이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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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알면서도 또 다른 발암물질을 늘상 맞이한다. 전날도 하였고, 며칠 쉬고 다시 또 맞이한다. 머릿속에서 이미 발암물질이란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바로 ‘야간노동‘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2급 발암 물질을 온몸으로 맞이한다. 국제 암연구소에서는 야간노동을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였다. 여러 연구에서 야간 교대 근무를 장기간 시행한 사람에게서 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생체리듬 조절 유전자 중 ‘HPer2, p53‘ 등이 암 발병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야간 근우로 생체시계 리듬이 깨지연서 일주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변형을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다. 당직 근무, 밤새워 중증외상 환자들과 함께하는 날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발암물질을 맞이 하기에 그 전부터 크게 심호흡한다.

‘ 오믈은 어떻게 무사히 넘길까?‘ ‘오늘도 카페인의 힘으로 버텨야 할까? 아니면 오늘은 환자들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면서 버텨볼까?‘ _ 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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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도 귀하다는 말을 왜 자꾸 강조하게 됬을까?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의미와 결과는 진하고 존재는 옅어진다. 나 또한 그랬다. 가까운 사람에게 집착하고 사랑을 확인하다가 11년만에 내 실수로 싸웠다. 이 타이밍에 이 책이라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아니나 다를까 연인의 사랑 확인으로 서로 피곤해지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매우뜨끔😫 내 존재에 열등을 느끼지 않도록, 나를 믿도록 노력하다보면 사랑하는 마음을 말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음을 작가의 말로 믿어보면서 나도 돈받아서 밥한끼 사야겠다.

내 정신과 진료를 걱정해줘서 감사를 표하다 화해함..😭

이 책이 내 마음을 되돌려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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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틀의 계단 위에서
나는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잠시 쉬어도 데우지 못하는 요행 대신,
천천히 스며들어 오래 머무는 온기를 택하기로.

쉽게 타올랐다 사라지는 열기,
묵묵히 타오르며 꺼지지 않는 숨결을 품기로.

막연히 기다림에 기대는 대신,
내 발로 한 걸음씩 딛는 길을 선택하기로.

그리고 그럴 때,
존재의 온도는
매일의 나를 쌓아가는
고요한 숨결 속에서
느리더라도 꺼지지 않는
내 안의 체온으로 남는다.

_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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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 그 말의 기준이 뭘까? 남자가 여자보다 강한 것? 엄마가 육아를 담당하는 것? 이성끼리만 커플을 맺는 것? 이 책은 인류학을 근거로 반박 증거를 대며 편견을 깨부순다. 당연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머릿속에 전굿불이 나와버렸다. 내 머리가 깨어났다. 짧은 글임에도 그 글 안에 핵심을 골고루 넣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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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본성의 서사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자연‘과 ‘자연 아닌 것‘ 사이의 대치 구도를 상정하고, ‘자연‘에 가까운 어디쯤에서 인간 행동의 원형 (prototype) 이 발견된다고 가정한다. 우리 행동은 그 원형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ㅡ 즉 부자연스러우면 ㅡ 적대시된다. 싸우지 않는 남자, 아이는 키우지 않는 여자,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이 그러하리라. 본성에 충실한 결과 벌어진 전쟁은 더 이상 놀라울 일이 아니다.

이 모두가 ‘자연‘ 과 ‘자연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환상에 기반한다. 아군과 적군이 분명하게 나뉜다는 생각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따라 내가 아군이기도 적군이기도 하듯, 자연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은 자연 어디에서 ‘인간 본성‘ 의 단서를 구하는지에 달려있다. 그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서로를 적이라 부르는 군인이 각자 사랑하는 아이의 사진을 상대방의 얼굴에 내미는 순간을 상상해 보라. 아군과 적군의 극명한 대치가 착시였음이 드러나는 그 순간, 총부리에서는 꽃이 피어난다. 이 순간을, 그리고 이 순간에 대한 갈망을 우리는 평화라 부를 뿐,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는다. 총끝에서 롳이 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지 묻지 않듯이.

_ 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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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박주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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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할머니 집을 오가며 큰 자매, 각자의 길을 걸으며 흩어졌다가 할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언니 엠마가 먼저 열흘동안 같이 있자며 동생에게 제안한다 동생은 5년만에 보는 언니와 지내며 서로 속마음을 얘기하고 가까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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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삐뚤어진 사랑으로 인한 가정폭력으로 자매는 혼란에 빠졌고 결국 필사적으로 어머니에게 벗어나려 애쓰다 성공하는데, 두 사람 다 폭력적인 어머니의 본능, 감정적이고 욱하는 어머니의 성격을 가지고있으며 과거의 상처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스린다. 특히 동생 아가트가 오랫동안 치료받고 있는 사회불안장애, 양극성장애에 대한 독백과 고백이 크게 와닿았는데 나 스스로 나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무력감, 그리고 주변에 대한 죄책감과 내가 보이고 있는 현실의 행동이 서로 엇갈리며 엇나가고 사과하고를 반복한다. 이 장면은 작가가 겪었나, 아니면 정신과 환자를 인터뷰했나 싶을 정도로 매우 실감났다. ( 나 본인도 양극성 장애 치료중이다 ) 씁쓸한 내용이지만 아주 똑같은 상황과 고민을 보며 더욱 위로를 받았다. 더불어 언니와 동생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관계, 내면, 상처에 대한 고민과 아픔의 고백들이 그리고 솔직함으로 인한 치유가 힐링의 요소였다.

⭐본인이 공감했던 내용은 마지막 두 컷 발췌를 찍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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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 장엄하다. 비범하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의 밤을 미칠 듯이 기다렸었다. 사실 나는 거의 모든 일들을 인내심이 바닥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모든 것이 현재보다 나아 보였다. 현재는 오직 기다리거나 후회하는 용도로만 존재하고, 어제와 내일, 과거와 미래, 향수와 기대 사이를 잇는 일종의 다리 같았다. 기대하던 순간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 순간을 경험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참을 수 없는 멜랑꼴리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를 극복해보려 명상에 몰두하고 자기계발서도 마구 읽어봤지만, 기다림을 기대하는 순간의 서막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해도, 그다음 날은 여전히 숙취처럼 공허했다. _ 128

✍ 나는 오랫동안 주어진 틀에 나를 밀어넣어보려 애쓰고, 남들이 그려 놓은 이상에 나를 끼워맞추려 발버둥 치다가 결국 현실을 인정했다. 나는 늘 규범보다 예외에 가까웠다. 잡지에 실린 심리 테스트를 할 때마다 나에게 맞는 선택지는 없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말했다. 규범이 너무 좁은 거라고, 바다처럼 광활해야 하는데, 한창 가뭄이 말라붙은 시냇물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할머니 말이 옳았다. 규범이란 단지 족쇄일 뿐, 서로 비교하고 안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었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한정판이었다. 그 편이 훨씬 멋졌다. _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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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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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 멕시코의 세타스 카르텔이 마을의 사람들에게 자릿세를 걷고 살인을 저지르며 납치를 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이어간다. 이미 정부에 뇌물을 먹이고 정부 인사들의 멱살까지 잡고 있는 터라 나랏님도 어떻게 못하는 통에 2014년 딸 카렌을 납치당하고 한 달 뒤 딸이 죽었음을 직감하고 그들을 소멸시키려고 나선다. 같은 무력이 아닌 정보를 수집하고 법과 싸우며, 딸을 묻어주고 무고한 피해자들의 보상을 위해 모험을 시작하는 엄마 미리암은 과연 이 위험한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심지어 ˝논픽션‘으로 백프로 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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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이 멀고, 권력에 눈이 멀어 사람들의 목숨이 죽어가는 데도 인간의 죽음을 두고, 시간 없다, 난 모른다, 조사중이다. 둘러 이야기하며 하루라도 뇌물을 받고, 살아 남아보려고 꼼수를 부리는 공무원들. 정의를 실현하는 미리암의 활약이 고맙기는 커녕 일을 불린다며 빨리 끝내고싶어 귀찮다며 안달이다. 남미지역에서는 인간의 목숨이 종잇장이라는 것을 얼핏 들어왔지만, 사람이 목숨이 달린 사건이 이렇게 쉽게 넘기고 심지어 가족의 총격을 알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찾아가는데도 죽었는지 안죽었는지를 알려달라해도 대답조차 안하고 괜찮을거라며 계속해서 농담만 뱉는다. 우리나라면 말도 안되는 전개라는 생각에 입이 쩍 벌어지며 어이가 없을 노릇이다. 나아가 남미사람들의 일부만 아는 이 목숨이 종잇장 같은 상황이 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조금 잔인한 이야기지만 언론과 세상에 알리려 애쓰는 용기에 감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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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텔은 종종 기업에 비유되곤 한다. 물론 범죄 조직의 언행이 더 직설적이긴 하겠지만, 본질적으로 그 둘은 꽤 비슷하다. 기업이 로비하듯 카르텔도 뇌물을 건넨다. 또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듯 카르텔도 평판을 관리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듯 카르텔도 경쟁자의 조직원을 가져온다. _ 88

✍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국가의 간섭을 피해야 했고, 그러려면 공직자들을 매수해야 했다.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멕시코에는 주로 범죄자들이 쓰는 ‘플라타 오 플로모 (Plata O Plomo)‘ 라는 말이 있다. ‘은이냐 납이냐‘, 즉 뇌물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총알 세례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뜻이다. 이는 세타스가 장악한 지역의 정치인과 경찰에게 주어진 선택지였다. 대부분 그들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거부한 소수는 총알 세례를 받았다. _ 99

✍ 시간이 지나루록 소문과 억측이 정부 조사와 객관적 정보의 공백을 채웠다. 이렇게 된 데에는 끔찍한 학살을 지나간 일로 치부하려는 멕시코 정부의 의도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진실을 은폐•왜곡하며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로 둔갑시키는 능력이야 말로 멕시코 정부의 주특기였다. _ 112

✍ 카렌이 실종된 이후, 미리암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서로의 삶에 워낙 가까워서 굳이 심정을 설명하거나 말을 가려서 할 필요가 없는 친구 말이다. 찰로만큼은 그런 친구였다. 산페르난도에서 가장 큰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찰로는 미리암이 산페르난도에서 유일하게 두려움 탓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녀를 존경했다. ˝두려움은 한낱 단어일 뿐˝ 이라고 이야기했던 상대도 찰로였다. _ 21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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