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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 그 말의 기준이 뭘까? 남자가 여자보다 강한 것? 엄마가 육아를 담당하는 것? 이성끼리만 커플을 맺는 것? 이 책은 인류학을 근거로 반박 증거를 대며 편견을 깨부순다. 당연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머릿속에 전굿불이 나와버렸다. 내 머리가 깨어났다. 짧은 글임에도 그 글 안에 핵심을 골고루 넣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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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본성의 서사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자연‘과 ‘자연 아닌 것‘ 사이의 대치 구도를 상정하고, ‘자연‘에 가까운 어디쯤에서 인간 행동의 원형 (prototype) 이 발견된다고 가정한다. 우리 행동은 그 원형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ㅡ 즉 부자연스러우면 ㅡ 적대시된다. 싸우지 않는 남자, 아이는 키우지 않는 여자,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이 그러하리라. 본성에 충실한 결과 벌어진 전쟁은 더 이상 놀라울 일이 아니다.

이 모두가 ‘자연‘ 과 ‘자연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환상에 기반한다. 아군과 적군이 분명하게 나뉜다는 생각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따라 내가 아군이기도 적군이기도 하듯, 자연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은 자연 어디에서 ‘인간 본성‘ 의 단서를 구하는지에 달려있다. 그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서로를 적이라 부르는 군인이 각자 사랑하는 아이의 사진을 상대방의 얼굴에 내미는 순간을 상상해 보라. 아군과 적군의 극명한 대치가 착시였음이 드러나는 그 순간, 총부리에서는 꽃이 피어난다. 이 순간을, 그리고 이 순간에 대한 갈망을 우리는 평화라 부를 뿐,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는다. 총끝에서 롳이 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지 묻지 않듯이.

_ 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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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박주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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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할머니 집을 오가며 큰 자매, 각자의 길을 걸으며 흩어졌다가 할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언니 엠마가 먼저 열흘동안 같이 있자며 동생에게 제안한다 동생은 5년만에 보는 언니와 지내며 서로 속마음을 얘기하고 가까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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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삐뚤어진 사랑으로 인한 가정폭력으로 자매는 혼란에 빠졌고 결국 필사적으로 어머니에게 벗어나려 애쓰다 성공하는데, 두 사람 다 폭력적인 어머니의 본능, 감정적이고 욱하는 어머니의 성격을 가지고있으며 과거의 상처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스린다. 특히 동생 아가트가 오랫동안 치료받고 있는 사회불안장애, 양극성장애에 대한 독백과 고백이 크게 와닿았는데 나 스스로 나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무력감, 그리고 주변에 대한 죄책감과 내가 보이고 있는 현실의 행동이 서로 엇갈리며 엇나가고 사과하고를 반복한다. 이 장면은 작가가 겪었나, 아니면 정신과 환자를 인터뷰했나 싶을 정도로 매우 실감났다. ( 나 본인도 양극성 장애 치료중이다 ) 씁쓸한 내용이지만 아주 똑같은 상황과 고민을 보며 더욱 위로를 받았다. 더불어 언니와 동생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관계, 내면, 상처에 대한 고민과 아픔의 고백들이 그리고 솔직함으로 인한 치유가 힐링의 요소였다.

⭐본인이 공감했던 내용은 마지막 두 컷 발췌를 찍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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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 장엄하다. 비범하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의 밤을 미칠 듯이 기다렸었다. 사실 나는 거의 모든 일들을 인내심이 바닥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모든 것이 현재보다 나아 보였다. 현재는 오직 기다리거나 후회하는 용도로만 존재하고, 어제와 내일, 과거와 미래, 향수와 기대 사이를 잇는 일종의 다리 같았다. 기대하던 순간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 순간을 경험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참을 수 없는 멜랑꼴리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를 극복해보려 명상에 몰두하고 자기계발서도 마구 읽어봤지만, 기다림을 기대하는 순간의 서막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해도, 그다음 날은 여전히 숙취처럼 공허했다. _ 128

✍ 나는 오랫동안 주어진 틀에 나를 밀어넣어보려 애쓰고, 남들이 그려 놓은 이상에 나를 끼워맞추려 발버둥 치다가 결국 현실을 인정했다. 나는 늘 규범보다 예외에 가까웠다. 잡지에 실린 심리 테스트를 할 때마다 나에게 맞는 선택지는 없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말했다. 규범이 너무 좁은 거라고, 바다처럼 광활해야 하는데, 한창 가뭄이 말라붙은 시냇물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할머니 말이 옳았다. 규범이란 단지 족쇄일 뿐, 서로 비교하고 안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었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한정판이었다. 그 편이 훨씬 멋졌다. _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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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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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 멕시코의 세타스 카르텔이 마을의 사람들에게 자릿세를 걷고 살인을 저지르며 납치를 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이어간다. 이미 정부에 뇌물을 먹이고 정부 인사들의 멱살까지 잡고 있는 터라 나랏님도 어떻게 못하는 통에 2014년 딸 카렌을 납치당하고 한 달 뒤 딸이 죽었음을 직감하고 그들을 소멸시키려고 나선다. 같은 무력이 아닌 정보를 수집하고 법과 싸우며, 딸을 묻어주고 무고한 피해자들의 보상을 위해 모험을 시작하는 엄마 미리암은 과연 이 위험한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심지어 ˝논픽션‘으로 백프로 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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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이 멀고, 권력에 눈이 멀어 사람들의 목숨이 죽어가는 데도 인간의 죽음을 두고, 시간 없다, 난 모른다, 조사중이다. 둘러 이야기하며 하루라도 뇌물을 받고, 살아 남아보려고 꼼수를 부리는 공무원들. 정의를 실현하는 미리암의 활약이 고맙기는 커녕 일을 불린다며 빨리 끝내고싶어 귀찮다며 안달이다. 남미지역에서는 인간의 목숨이 종잇장이라는 것을 얼핏 들어왔지만, 사람이 목숨이 달린 사건이 이렇게 쉽게 넘기고 심지어 가족의 총격을 알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찾아가는데도 죽었는지 안죽었는지를 알려달라해도 대답조차 안하고 괜찮을거라며 계속해서 농담만 뱉는다. 우리나라면 말도 안되는 전개라는 생각에 입이 쩍 벌어지며 어이가 없을 노릇이다. 나아가 남미사람들의 일부만 아는 이 목숨이 종잇장 같은 상황이 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조금 잔인한 이야기지만 언론과 세상에 알리려 애쓰는 용기에 감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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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텔은 종종 기업에 비유되곤 한다. 물론 범죄 조직의 언행이 더 직설적이긴 하겠지만, 본질적으로 그 둘은 꽤 비슷하다. 기업이 로비하듯 카르텔도 뇌물을 건넨다. 또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듯 카르텔도 평판을 관리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듯 카르텔도 경쟁자의 조직원을 가져온다. _ 88

✍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국가의 간섭을 피해야 했고, 그러려면 공직자들을 매수해야 했다.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멕시코에는 주로 범죄자들이 쓰는 ‘플라타 오 플로모 (Plata O Plomo)‘ 라는 말이 있다. ‘은이냐 납이냐‘, 즉 뇌물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총알 세례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뜻이다. 이는 세타스가 장악한 지역의 정치인과 경찰에게 주어진 선택지였다. 대부분 그들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거부한 소수는 총알 세례를 받았다. _ 99

✍ 시간이 지나루록 소문과 억측이 정부 조사와 객관적 정보의 공백을 채웠다. 이렇게 된 데에는 끔찍한 학살을 지나간 일로 치부하려는 멕시코 정부의 의도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진실을 은폐•왜곡하며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로 둔갑시키는 능력이야 말로 멕시코 정부의 주특기였다. _ 112

✍ 카렌이 실종된 이후, 미리암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서로의 삶에 워낙 가까워서 굳이 심정을 설명하거나 말을 가려서 할 필요가 없는 친구 말이다. 찰로만큼은 그런 친구였다. 산페르난도에서 가장 큰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찰로는 미리암이 산페르난도에서 유일하게 두려움 탓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녀를 존경했다. ˝두려움은 한낱 단어일 뿐˝ 이라고 이야기했던 상대도 찰로였다. _ 21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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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극장 - 시대를 읽는 정치 철학 드라마
고명섭 지음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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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철학, 종교, 역사, 인문, 신화를 종합해 세상을 읽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는다. 뒤로 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지고 여러 고서들인, 《메데이아》, 《향연》, 《오디세이아》등등 원작을 보고싶다는 욕구가 솟는다. 과학에도 인문에도 모두 과거와 미래, 현재를 아우른다. 최근 과학, Ai기술이 발달하며 인문학은 고지식하고 재미없다는 반응 등이 많으나 이 책을 보며 결코 그렇지는 않다. 단 사람들이 이게 맞다 저게 맞다라고 무 자르듯 가르고 편파하면 그 어느 것도 건강하지 못하다. 세상 모든 원리들이 그러하다고 이 책은 여러 인문지식을 빌려 그렇게 말하고있다. 어릴적 만화로만 어렴풋이 봤던 이야기들이 반갑기도 했고, 만화로 보지 못한 다양한 인문지식도 놓치지 않고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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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는 언제나 형성 중인 인간이며 자기의심을 통해 자기 확신을 부정하고 극복하는 인간이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 봄으로써 자기 행동에 제한을 가하고 자기를 넘어서려는 것이 아이러니스트의 태도다. 다른 누구보다 권력자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권력의 자기중심성에 갇히지 않으려면 권력자는 아이러니스트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벌거벗은 임금님‘이 대로를 활보하는 동화, 속 이야기를 현실에서 목격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아이러니스트의 미덕을 갖추지 못할 때 권력자에게 남는 것은 비극적 아이러니다. 진실을 알고 정의를 안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그 진실의 힘에 무장해 제당하고 부정의한 인간으로 떨어진다. 한계를 모르는, 아이러니 없는 권력자에게 몰락은 필연이다. _ 151~152

✍법이 정적을 공격하는 부당한 무기가 될 때, 법이 반대자를 치는 날카로운 도구가 될 때, 그 법은 법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암수가 된다. ‘욕구 없는 정신‘으로서 법은 사라지고 ‘정신 없는 욕구‘만 날뛴다. 권한을 남용해 있는 죄는 묻어버리고 없는 죄는 만들어낼 때, 그 부당행위에 법원이 가담해 법의 정신을 희롱할 때, 법은 있되 법이 없는 무법 상태가 벌어진다. 법을 다루는 법기술자들이 법의 적이 된다. 우리는 국가 권력이 고문과 조작으로 범법자를 만들어내고 판사가 그렇게 만들어진 범법자에게 정찰제 가격을 매기듯 형을 선고하고 가혹하고 끔찍한 시대를 지나왔다. 그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법기술자들이 파놓은 이 어두운 헤르메스 동굴에서 벗어나야 한다. _ 129~130

✍ 이 문장에는 투키디데스의 역사관 혹은 역사의식이 집약돼 있다. 역사는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된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고 공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나간 일을 바르게 알아 교훈을 얻어야만 유사한 사태가 닥쳤을 때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펠로폰네소스전쟁은 그리스의 두 강국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27년에 이르는 싸움은 아테네의 처참한 패배로 끝난 전쟁이다. 그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똑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투키디데스는 그 미래의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 _ 20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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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 우울증 -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고장 나 버린 사람들
주디스 조셉 지음, 문선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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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우울증은 아무것도 할수가 없고, 종일 눈물을 흘리며, 계속 누워있고 싶고, 주변과 연락을 끊는 등 행동과 인간관계를 모두 차단하고 쉬고싶어한다. 그에비해 고기능우울증은 반대로 끝없이 일하고싶어하고 쉬는걸 죄책감으로 여기며, 겉으로는 바쁘지만 속으로는 성취감을 조금도 못느낀다. 이는 최근부터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검사지에도 이와 관련된 문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들도 이런 인식이 없다는 이야기다. 치료받지 못하고 진단받지 못하는 고기능 우울증들은 우리가 흔히 우울증이라 말하는 저기능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기타 정신질환으로 발병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여 저자는 바쁘고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의 병세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고기능 우울증 가능성자들에게 경고를 하며 예방과 치료, 기준을 제시한다. 치료 방법으론 인정, 환기, 가치, 관계, 비전으로 5가지 V, 즉 V5를 제시한다.

📣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 일중독자인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에 그만두지 못하고 성취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

👉 바쁘게 지내고 일정을 끝내면 우울감을 남은 업무로 채우는 사람

👉 자신이 저기능 우울증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우울한 사람

🏷 발췌

✍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도미노가 겉보기엔 완벽히 줄지어 있어도, 하나만 살짝 삐둘어져 있으면 연쇄는 진행되지 않는다. 이 책을 다 읽고도 어딘가 막힌 느낌이라면 이제 어긋난 그 한조각을 찾아야 한다. 많은 경우 그 도미노는 '자기인정' 이다. 자신의 가치를 위한 자리를 좀처럼 내어주지 못한다면, 그 가치를 뒤로 밀어 넣게 만든 트라우마를 아직 충분히 온전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스스로에게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기 힘들다면, 놓아주려는 그 감정들이 충분히 타당하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까닭일지도 모른다. 비전이 흐릿하다면, 내면의 자기 비난이 당신의 승리와 성취를 인정하고 축하하는 과정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p. 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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