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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박주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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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할머니 집을 오가며 큰 자매, 각자의 길을 걸으며 흩어졌다가 할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언니 엠마가 먼저 열흘동안 같이 있자며 동생에게 제안한다 동생은 5년만에 보는 언니와 지내며 서로 속마음을 얘기하고 가까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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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삐뚤어진 사랑으로 인한 가정폭력으로 자매는 혼란에 빠졌고 결국 필사적으로 어머니에게 벗어나려 애쓰다 성공하는데, 두 사람 다 폭력적인 어머니의 본능, 감정적이고 욱하는 어머니의 성격을 가지고있으며 과거의 상처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스린다. 특히 동생 아가트가 오랫동안 치료받고 있는 사회불안장애, 양극성장애에 대한 독백과 고백이 크게 와닿았는데 나 스스로 나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무력감, 그리고 주변에 대한 죄책감과 내가 보이고 있는 현실의 행동이 서로 엇갈리며 엇나가고 사과하고를 반복한다. 이 장면은 작가가 겪었나, 아니면 정신과 환자를 인터뷰했나 싶을 정도로 매우 실감났다. ( 나 본인도 양극성 장애 치료중이다 ) 씁쓸한 내용이지만 아주 똑같은 상황과 고민을 보며 더욱 위로를 받았다. 더불어 언니와 동생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관계, 내면, 상처에 대한 고민과 아픔의 고백들이 그리고 솔직함으로 인한 치유가 힐링의 요소였다.
⭐본인이 공감했던 내용은 마지막 두 컷 발췌를 찍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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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 장엄하다. 비범하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의 밤을 미칠 듯이 기다렸었다. 사실 나는 거의 모든 일들을 인내심이 바닥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모든 것이 현재보다 나아 보였다. 현재는 오직 기다리거나 후회하는 용도로만 존재하고, 어제와 내일, 과거와 미래, 향수와 기대 사이를 잇는 일종의 다리 같았다. 기대하던 순간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 순간을 경험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참을 수 없는 멜랑꼴리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를 극복해보려 명상에 몰두하고 자기계발서도 마구 읽어봤지만, 기다림을 기대하는 순간의 서막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해도, 그다음 날은 여전히 숙취처럼 공허했다. _ 128
✍ 나는 오랫동안 주어진 틀에 나를 밀어넣어보려 애쓰고, 남들이 그려 놓은 이상에 나를 끼워맞추려 발버둥 치다가 결국 현실을 인정했다. 나는 늘 규범보다 예외에 가까웠다. 잡지에 실린 심리 테스트를 할 때마다 나에게 맞는 선택지는 없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말했다. 규범이 너무 좁은 거라고, 바다처럼 광활해야 하는데, 한창 가뭄이 말라붙은 시냇물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할머니 말이 옳았다. 규범이란 단지 족쇄일 뿐, 서로 비교하고 안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었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한정판이었다. 그 편이 훨씬 멋졌다. _ 15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