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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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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 멕시코의 세타스 카르텔이 마을의 사람들에게 자릿세를 걷고 살인을 저지르며 납치를 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이어간다. 이미 정부에 뇌물을 먹이고 정부 인사들의 멱살까지 잡고 있는 터라 나랏님도 어떻게 못하는 통에 2014년 딸 카렌을 납치당하고 한 달 뒤 딸이 죽었음을 직감하고 그들을 소멸시키려고 나선다. 같은 무력이 아닌 정보를 수집하고 법과 싸우며, 딸을 묻어주고 무고한 피해자들의 보상을 위해 모험을 시작하는 엄마 미리암은 과연 이 위험한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심지어 ˝논픽션‘으로 백프로 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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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이 멀고, 권력에 눈이 멀어 사람들의 목숨이 죽어가는 데도 인간의 죽음을 두고, 시간 없다, 난 모른다, 조사중이다. 둘러 이야기하며 하루라도 뇌물을 받고, 살아 남아보려고 꼼수를 부리는 공무원들. 정의를 실현하는 미리암의 활약이 고맙기는 커녕 일을 불린다며 빨리 끝내고싶어 귀찮다며 안달이다. 남미지역에서는 인간의 목숨이 종잇장이라는 것을 얼핏 들어왔지만, 사람이 목숨이 달린 사건이 이렇게 쉽게 넘기고 심지어 가족의 총격을 알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찾아가는데도 죽었는지 안죽었는지를 알려달라해도 대답조차 안하고 괜찮을거라며 계속해서 농담만 뱉는다. 우리나라면 말도 안되는 전개라는 생각에 입이 쩍 벌어지며 어이가 없을 노릇이다. 나아가 남미사람들의 일부만 아는 이 목숨이 종잇장 같은 상황이 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조금 잔인한 이야기지만 언론과 세상에 알리려 애쓰는 용기에 감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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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텔은 종종 기업에 비유되곤 한다. 물론 범죄 조직의 언행이 더 직설적이긴 하겠지만, 본질적으로 그 둘은 꽤 비슷하다. 기업이 로비하듯 카르텔도 뇌물을 건넨다. 또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듯 카르텔도 평판을 관리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듯 카르텔도 경쟁자의 조직원을 가져온다. _ 88
✍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국가의 간섭을 피해야 했고, 그러려면 공직자들을 매수해야 했다.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멕시코에는 주로 범죄자들이 쓰는 ‘플라타 오 플로모 (Plata O Plomo)‘ 라는 말이 있다. ‘은이냐 납이냐‘, 즉 뇌물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총알 세례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뜻이다. 이는 세타스가 장악한 지역의 정치인과 경찰에게 주어진 선택지였다. 대부분 그들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거부한 소수는 총알 세례를 받았다. _ 99
✍ 시간이 지나루록 소문과 억측이 정부 조사와 객관적 정보의 공백을 채웠다. 이렇게 된 데에는 끔찍한 학살을 지나간 일로 치부하려는 멕시코 정부의 의도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진실을 은폐•왜곡하며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로 둔갑시키는 능력이야 말로 멕시코 정부의 주특기였다. _ 112
✍ 카렌이 실종된 이후, 미리암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서로의 삶에 워낙 가까워서 굳이 심정을 설명하거나 말을 가려서 할 필요가 없는 친구 말이다. 찰로만큼은 그런 친구였다. 산페르난도에서 가장 큰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찰로는 미리암이 산페르난도에서 유일하게 두려움 탓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녀를 존경했다. ˝두려움은 한낱 단어일 뿐˝ 이라고 이야기했던 상대도 찰로였다. _ 21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