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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 그 말의 기준이 뭘까? 남자가 여자보다 강한 것? 엄마가 육아를 담당하는 것? 이성끼리만 커플을 맺는 것? 이 책은 인류학을 근거로 반박 증거를 대며 편견을 깨부순다. 당연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머릿속에 전굿불이 나와버렸다. 내 머리가 깨어났다. 짧은 글임에도 그 글 안에 핵심을 골고루 넣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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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본성의 서사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자연‘과 ‘자연 아닌 것‘ 사이의 대치 구도를 상정하고, ‘자연‘에 가까운 어디쯤에서 인간 행동의 원형 (prototype) 이 발견된다고 가정한다. 우리 행동은 그 원형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ㅡ 즉 부자연스러우면 ㅡ 적대시된다. 싸우지 않는 남자, 아이는 키우지 않는 여자,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이 그러하리라. 본성에 충실한 결과 벌어진 전쟁은 더 이상 놀라울 일이 아니다.
이 모두가 ‘자연‘ 과 ‘자연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환상에 기반한다. 아군과 적군이 분명하게 나뉜다는 생각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따라 내가 아군이기도 적군이기도 하듯, 자연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은 자연 어디에서 ‘인간 본성‘ 의 단서를 구하는지에 달려있다. 그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서로를 적이라 부르는 군인이 각자 사랑하는 아이의 사진을 상대방의 얼굴에 내미는 순간을 상상해 보라. 아군과 적군의 극명한 대치가 착시였음이 드러나는 그 순간, 총부리에서는 꽃이 피어난다. 이 순간을, 그리고 이 순간에 대한 갈망을 우리는 평화라 부를 뿐,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는다. 총끝에서 롳이 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지 묻지 않듯이.
_ p.135~1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