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가 공감이라고 믿고 있었던 행위가 제대로 된 공감이 아니였단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감정 먼저 제대로 돌봐야 한다고 거듭 말하는 저자의 말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가 내게 건네는 위로처럼 다가온다.* 7/27 수정인터뷰 보고 별점 수정한다. 웩웩웩 불륜은 세기의 사랑이 아닙니다.
92년도에 출판된 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현 시대 상황을 대입해봐도 민주의 행동과 말은 너무나도 통찰력 있고 통쾌하다. 한편으론 민주에게 감정이입하며 통쾌한 감정이 들 만큼 1992년도의 여권과 2020년의 여권이 그닥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는 점이 씁쓸하다. .극 중 나오는 남자인물들에게 단 한 명도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데 - 심지어 백승하 조차도 - 그 중 김인수는 최악이었다. 거절을 거절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민주를 향한 집착을 자신의 끈기있는 성격이라고 추잡스럽게 포장하는 역겨움은 요새도 빈번하게 거절을 받아 들이지 못해 폭력과 살인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곤 하는 남성들의 추태를 떠오르게 한다..소설의 후반부에 갈수록 변화하는 민주의 심경에 내가 다 안타깝고 할수만 있다면 정신 차리라고 물이라도 끼얹고 싶은 심정이었다. 초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자신을 신의 대리인이라고 할 정도로 세상 두려울 것 없던 민주가 결국 사랑이란 감정에 휘둘리고 일을 그르치는 것을 보며 얼마나 답답하던지.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바인가 싶다. 종국에 위대한 여자를 망치는 것은 남자와의 연애 놀음이니 정신 차리라. 라고 말이다.
최근 좋아했던 사람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갖고 싶던 물건이 품절 되어 갖지 못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질투하고 집착하고 오기 부리느라 정신이 황폐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도하게 쇼핑하는 버릇도 버리기로 했다. 많이 가진다고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지 않음을 알았기에.
과학 저서, 그것도 평소에 내가 전혀 관심없던 분야인 식물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이 많아서 책 내용이 어렵게 다가왔고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저자인 호프 자런의 일에 관한 열정, 실패을 거듭해도 무너지지 않는 멘탈, 여자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굴복하지 않는 것 등 그녀의 삶은 오직 ‘식물‘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치열하고 고군분투한다. 또 가족보다도 더 끈끈한 동료 빌과의 관계도 흥미로웠다. 인생을 허투루 쓰는 법 없는 그녀를 보며 나태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과학이 끝없이 발전해도 인간의 외로움, 고독함, 그리움과 같은 쓸쓸한 감정들은 해결해주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고, 끝없이 사유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연민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