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도에 출판된 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현 시대 상황을 대입해봐도 민주의 행동과 말은 너무나도 통찰력 있고 통쾌하다. 한편으론 민주에게 감정이입하며 통쾌한 감정이 들 만큼 1992년도의 여권과 2020년의 여권이 그닥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는 점이 씁쓸하다. .극 중 나오는 남자인물들에게 단 한 명도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데 - 심지어 백승하 조차도 - 그 중 김인수는 최악이었다. 거절을 거절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민주를 향한 집착을 자신의 끈기있는 성격이라고 추잡스럽게 포장하는 역겨움은 요새도 빈번하게 거절을 받아 들이지 못해 폭력과 살인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곤 하는 남성들의 추태를 떠오르게 한다..소설의 후반부에 갈수록 변화하는 민주의 심경에 내가 다 안타깝고 할수만 있다면 정신 차리라고 물이라도 끼얹고 싶은 심정이었다. 초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자신을 신의 대리인이라고 할 정도로 세상 두려울 것 없던 민주가 결국 사랑이란 감정에 휘둘리고 일을 그르치는 것을 보며 얼마나 답답하던지.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바인가 싶다. 종국에 위대한 여자를 망치는 것은 남자와의 연애 놀음이니 정신 차리라.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