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따뜻하게 드는 날, 하천길을 천천히 산책하듯 나른하고 여유로운 책. 경진에게 느닷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 요 며칠 자극적인 스릴러 소설들만 줄곧 읽었더니 마음이 피로해졌는데, 이 소설을 읾음으로써 리프레쉬 되는 기분이다. 마치 MSG 잔뜩 친 기름진 중국음식을 먹고 난 후 따뜻한 보이차 한 잔을 들이킨 듯 입 안이 상쾌한 기분이랄까.
기대만큼 무섭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책 중반부까지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상태 묘사와 보험일을 설명하는 것이 주여서 다소 지루했다. 영화 ‘검은 집‘의 스포일러를 아는 상태로 봐서 그런지 반전이랄 것도 새삼스럽지 않았다. 주인공이 검은 집 안에서 숨어있던 장면과 회사 건물에서 사치코에게 쫓기는 장면, 딱 이 두 장면만 가슴 콩닥 거리게 스릴 있었다.
오락용 소설로 훌륭하다. 흡입력이 대단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맨 처음 시체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남편에게만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억지스럽기도 했지만 소설이 진행 되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이니까 라고 합리화 했다.캐릭터의 엉성함도 있었다. 이를테면 치밀하고 의심많은 상은이 왜 주란의 제안을 덥썩 믿어버렸을까? 카메라 설치한 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늘 베란다에서 주란네 집을 관찰하던 미령은 주란 남편이 뒷마당에서 시체를 묻고 파헤쳐 꺼내는 동안 눈치를 못챘을까 하는 것들.마지막 결말 부분은 나름 반전을 주려고 했던 모양인데, 소름 끼치거나 뒷통수의 얼얼함은 없었다. 이런 아쉬운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로써 주란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독자도 혼란스럽고 답답해 지는 심정과 정말로 주란이 망상장애인가 하는 의심을 샘솟게 하며 소설에 흠뻑 몰입하게 만든다.
곰탕이라는 제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SF스릴러(?) 소설이다. 미래에서 과거로 곰탕을 배우러 시간여행을 온 우환으로 부터 시작 되는.책이 꽤나 두꺼움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작가가 영화 감독이어서인지 문체는 짧고 간결했으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들이 눈 앞에 생생했다. 처음과 중간중간 던져주는 크고 작은 떡밥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전부 다 회수 되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없었다.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본 듯한 박진감 넘치는 소설. 킬링타임용으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