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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에 걸린 마을 (양장) - 깜지의 동화마을 여행
황선미 글, 조미자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부터 꿈꿔 온 여행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명작만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들을 여행하고 싶다고...
빨강머리 앤이 살았던, 몽고메리의 고향인 프린스 에드워드 아이슬랜드에 가서
캐번디쉬의 그린게이블 하우스와 앤과 길버트의 신혼집인 '앤의 꿈의 집'등을 구경하며
어릴 적 내 친구 앤의 흔적을 따라가보기도 하고, 눈의 여왕이 산다는 그린란드에 가서
아름다운 절경을 구경하며 눈의 여왕을 만나보기도 하고, 들장미 소녀 캔디의 배경이
되었던 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았던 알프스 산맥,
프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되는 네덜란드 등 내 추억 속 자리한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곳을 직접 여행하면서 더 한 감동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이번에 이 동화책을 통해 눈이 새까맣고, 털이 빛나는 매우 재빠르고 또똑한 쥐 깜지와
깜지를 탄생시킨 엄마 건만증 작가와 동화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어느정도 그 꿈을
이룬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꿈을 되새기면서 다음에 꼭 나도 가고싶어했던
명작만화 여행을 떠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번째 이야기 <피터팬, 피리를 불어줘>
여행의 시작은 켄싱턴 공원에서부터이다. 건망증 작가가 <자료24>공책을 두고 가면서
깜지는 세상에 첫 발을 디딘다. 그리고 피터팬을 만난다. '깨어나라 깨어나라'는
바람에 실린 피리소리에 맞춰 동상이었던 피터팬이 깨어나고 그 뒤를 동물들이 따른다.
피리를 불며 축제를 즐기던 피터팬의 피리소리가 갑작스레 끊긴다. 그리고 동물들이
숲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 이유는 요정의 여왕에게 인도해야할 꽃의 요정이 사라지면서
피리소리가 끔찍하게 변해버린 것! 피터팬과 비슷한 또래의 제임스라는 소년이 형을
잃은 후 아픈 엄마를 위해 처음 핀 꽃을 꺾어버려 요정이 죽어버린 것이다. 피터팬은
처음에 제임스에게 화를 내지만, 아직 꽃망울 터뜨리지 않은, 꺾인 꽃의 쌍둥이 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제임스를 용서한다. 꽃의 피기 시작하면서, 요정이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피리는 아름다운 소리를 되찾게 되고, 축제가 다시 시작되려 한다.
죽은 형의 옷을 헐렁하게 걸치고 형인 척 하며 아픈 엄마를 기쁘게 하려는 제임스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피터팬과 깜지가 느꼈듯이 나 또한 제임스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제는 형이 아닌 제임스 자신의 모습으로 엄마에게 다가서길, 엄마의 웃음을 되찾길
바래본다. 그리고 엄마에게 자신의 존재가 잊혀져 돌아갈 수 없는 피터팬, 영원히
자라지 않는 피터팬의 영웅담을 들으면서 정말 나도 네버랜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피터팬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 것 같다. 이제는 가고 싶어도 엄마에게
갈 수 없을 피터팬을 떠올리면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팅커벨과 자연을 벗 삼아
행복한 생각을 하며 마음 껏 세상을 날아다니고 축제를 즐기길 바라본다.
두번째 이야기 <세탁부의 선물>
솔직히 처음 나는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비아트릭스 포터를 알지 못했다.
티기윙클부인이 누구인지, 셸리 헨니 페니가 누군인지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본 바, 티기윙클부인 이야기는 전세게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뾰족한 가시에 둘러싸인, 마음씨 좋은 세탁부 아줌마 티기윙클부인에게
티틀 마우스의 바지를 선물 받은 깜지를 보면서 나도 티기윙클부인을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동물들이 모자를 쓰고, 옷을 입는 등 의인화되어 표현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한 비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들...
정말 책 속에서 표현된 것처럼 비아트릭스는 그림으로 가까워지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냈을, 자연 속에 감춰진 세상을 엿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안보인다고 해서 없어진 건 아니라는 멋지고 명쾌한 답을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
세번째 이야기 <주문에 걸린 마을>
삐삐를 부르는 환한 목소리~
삐삐를 부르는 상냥한 소리~
삐삐를 부르는 다정한 소리~
삐삐를 부르느 산울림 소리~
들쭉날쭉 오르락 내리락 요리조리 팔딱팔딱
산장을 뒤흔드는 개구쟁이들
깜지가 삐삐를 만나는 동안 계속 이 신나는 삐삐의 주제가가 귓가를 맴돌았다.
삐삐가 살고 있는 빔메르뷔의 삐삐마을, 건망증작가와 깜지가 삐삐를 만나기
위해 찾았가지만 하필이면 모두가 쉬는 일요일이라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일요일에도 논다는 삐삐의 말처럼 평소에 수고하는 점박이 말 아저씨를
유모차에 태우고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으며 요리조리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삐삐를
보면서 참 삐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먹에서 점박이 말 아저씨는 점이 더 생기게,
그리고 자신은 주근깨가 더 생기게 햇빛을 쬐고 있다는 삐삐의 엉뚱한 행동이 마냥
재밌기만 했다.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셰이드 맥크렐미느 에프레이즘 도우터 롱스타킹!
이런 길고 특이한 이름을 가진 것처럼 삐삐의 특이한 행동 덕에 나와 더불어 많은
어린이들이 유쾌하고 즐거웠겠지!
네번째 이야기 <뒷골목 피노키오>
이탈리아 콜로디 마을 피노키오공원에서 피노키오를 만났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깜지와 만난 피노키오는 우리가 알고 있던 피노키오와는 많이 달랐다.
흔히 알려진 이야기에서처럼 진짜 아이가 되지 못한 채 아직도
나무인형으로 착한 일을 하며 아버지 제페드 할아버지를 찾고 있는 피노키오!
깜지는 오히려 나무인형인채로 있는 피노키오가 피노키오다웠다고 했지만,
피노키오가 얼른 아버지를 만나고 인간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들었다.
다섯번째 이야기 <외돌토리도 멋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 건망증 작가 엄마와 유람선을
타려던 깜지는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던 까마귀에 낚아 채이면서 엄마와 헤어지게 된다.
깜지를 두고 벌어지는 까마귀들의 싸움아래 파라솔위에 떨어져 간신히 목숨을 건진
깜지는 헤어진 엄마와 만나기 인해 인어공주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덴마크로 입양되어 온 한국소년인 한스를 만난다.
깜지는 한스와 함께 엄마가 있을 오덴세로 향한다.
카메라를 들고는 자신과 비슷한 동양인의 사진을 찍는 한스를 보면서 깜지말마따나
한스가 슬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외로움이, 타향살이의 아픔이,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안데르센도 한스처럼 외돌토리였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한스도 글로서 이야기를 한 안데르센처럼, 꼭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하며 꼭 한국으로 오길 기도했다.
동화에서만 그치지 않고, 입양아들의 아픔을 느끼게 해준, 이번 이야기가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다.
깜지와 짧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동화여행을 하면서 잊고 지냈던 옛 친구들을
만났고, 다시 한번 감동에 젖어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깜지처럼 나도 한스에게, 피터팬에게, 마르꼬아저씨에게,삐삐에게, 티기윙클아줌마랑
비아트릭스에게, 피터팬에게 감사와 안부의 엽서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 직접 내 발로 찾아가서 내 눈으로 그들을 만나길,
앞서 말했다시피 내가 꿈꿔온 명작만화 여행을 꼭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