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옷을 입는다고 토끼가 될까!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전아리 지음 / 포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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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초반의 남자가 있다. 회사에서는 정리해고를 당했고 아내는 남자와 별거를 작심하고 이삿짐을 싣고 떠난다.  혼자다.  혼자의 자유가 싫지 않다.  정리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한 집안이 편안하다.  냉장고에 얼려있던 음식도 바닥이 난다.  어느 날 길목 쓰레기 더미에서 토끼옷을 발견한다.  왕방울만한 눈이 달려 있는 토끼 모자와 엉덩이 부분에 꼬리가 붙은 토끼바지, 남자는 그 토끼옷을 주워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부터 남자는 토끼다. 토끼의 삶을 살기로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그 토끼 의상을 하고 다닌다.

  주인공 남자의 이야기다.  소심하고 소극적이던 그에게 발견된 토끼의상은 그를 다른 삶 즉 토끼로 살아야지 하는 계기가 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다닐만 하다.  토끼옷은 없어서는 안 될 자신의 보물 1호가 된다.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현재 삶이 대부분 무미건조하다.  일상의 반복이다.  숨통을 열 탈출구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다른 성격으로 살아 봤으면 좋겠다.  곰옷도 좋고 호랑이옷도 좋다.  자신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파격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성격을 이상적인 성격으로 확 바꾸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쉬운가!

 주인공 남자도 토끼옷을 입고 활보하지만 껍데기만 토끼일 뿐이다.  그것도 모자와 꼬리달린 바지만 있는. 호랑이옷을 입는다고 호랑이가 될 수 없고 곰옷을 입는다고 해서 곰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본연의 자신은 쉽게 바꿀 수가 없다.  그러니 결국은 자신으로 돌아올 수 밖에.  자신으로 살면서 조금씩 매일 깨고 다듬을 수 밖에!  그렇게 해서 새롭게 성숙하고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  자신의 현재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이만 먹고 사는 막걸리집 할아버지도 있다. 텔레비전에서 취재도 나와 기인으로 소개되니 사람들은 호기심에 할아버지 막걸리집을 찾는다. 술안주의 맛은? 형편없다.  그래도 매상이 오르는 이유는? 사람들의 호기심! 삼 시 세 때를 오이만으로 연명한다니 기이하지 않은가. 술과 안주를 먹으러 오기보다는 진기명기, 할아버지를 구경하러 오는 것인데, 어느 깊은 밤 막걸리집을 찾은 주인공 토끼의상 남자에게 라면 끓여 먹는 것을 들키고 만다.  “이 세상은 연출을 잘 하는 놈이 성공하는 것여.” 남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공감하며 눈감아 주기로 하는데, 결국 오잇물을 토하며 죽어가는 할아버지 이야기.

  오세리라는 젊은 여자,  포르노 잡지의 야설 작가.  20대 초반의 자수성가 억척녀 박정은, 시골에서 상경하여 보험 설계사로 그 나이 또래에 비해 경제적 기틀을 일찍 다져놓은 야무진 여자, 미혼모가 되어야 할 지경에 이르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고 아이 아빠를 기다리며 엄마가 될 준비를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찌보면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사람들 같지만 사실 생뚱맞은 사람들은 아니다. 조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색안경 속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겉으로는 비상식적이고 기괴해 보여도 속은 여리고 상처받은 사람들. 그래서 그들에게 더욱 연민이 느껴진다.  거기에 작가의 유머러스하고 명랑한 문체가 어우러져 재미난 한 권의 소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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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끼옷을 입는다고 토끼가 될까!
    from 꽃방글의 서재 2009-09-22 14:38 
      30대 초반의 남자가 있다. 회사에서는 정리해고를 당했고 아내는 남자와 별거를 작심하고 이삿짐을 싣고 떠난다.  혼자다.  혼자의 자유가 싫지 않다.  정리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한 집안이 편안하다.  냉장고에 얼려있던 음식도 바닥이 난다.  어느 날 길목 쓰레기 더미에서 토끼옷을 발견한다.  왕방울만한 눈이 달려 있는 토끼 모자와 엉덩이 부분에 꼬리가 붙은 토끼바지, 남자는 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인디아
그래! 인디아 - 엉뚱발랄 15인의 발칙한 보고서
하정아 지음 / 나무수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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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인디아.


  깜찍발랄한 여행 기록문이다.  그 동안 많이 보아왔던 여행 에세이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함! 작가는 인도로 여행 온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 형식의 여행서를 만들어 낸다. 한 사람이 아닌 15인의 여행 기록문!  한 권의 책속에서 15인의 삶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니,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만족이다. 덤으로 재미있는 사진까지 삽입되어 있으니 읽는 재미에 생생한 현장감까지! 아껴서 보고, 보고도 또 보고싶은 책! ‘그래!인디아’

  흔히 말하기를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두 쪽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또 가고 싶다. 절대 가지 않겠다.’ 인도 다녀온 주위 사람을 직접 만나 보아도 그런 것 같다. 인도 여행이 염원인 나는 ‘또 가고 싶다’ 편에 붙어서 더 많은 에피소드를 청한다.

  이 책에서도 20일 계획으로 인도여행을 왔지만 사기당하고 약속 지키지 않고 사진찍고 나서 모델료 달라는 인도 어린이들을 보면서 완전 실망한 여행가가 있다. 겨우 10일정도 지났는데 남은 10일을 어찌 보낼까하는. 그런데 몇 개월 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 작가는 사진 몇장 얻으려고 전화했더니, 다시는 인도에는 발붙이지 않겠다던 그 사람, 또 다시 인도 가고 싶단다. 가고 싶어 죽겠단다.  그것이 인도의 매력 아닐까!

  갠지스 강이 보이는 곳에서 춤 연습을 하며 일상의 기쁨을 누리는 한국인 20대 여성. 두 번째 발길에 이끌려 와서 인도 전통 춤을 배우고 있다는 여학생에게서 인도사랑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리얼 인디아’를 느껴보고 싶어 왔다는 일본인 여행가. 먹는 것부터 진짜 인도인처럼. 웬만하면 인도 서민들의 생활에 부딪쳐보자는 각오로 인도여행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돈과 영어에 올인하며 날 선 생활을 해왔는데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생활이 변해 있을 것이라고. 여행이란 그런 것 아닐까. 여행 떠나기 전과 마음이 좀 달라져 있는것! 여유로워지는 것. 전전긍긍하지 않는 것.

  인도 대자연 앞에서 한 곡조 뽑고 싶어 섹소폰을 짊어지고 왔다는 깜찍발칙한 일본청년. 인도 온지 며칠만에 알거지되어 그 섹소폰을 반값으로 처리해야했던 청년은 좋은 친구를 만나 몇 달 째 인도 여행 중!

  인도 구석구석에 한국돈 10원짜리와 메모를 숨겨놓고 다닌다던 한국 여행가. 숨겨놓은 위치를 사진으로 실어 놓아 웃음이 난다. 한국 사람들 어디가면 낙서 하기 좋아하는데 낙서대신 10원짜리 숨기기란 얼마나 깜찍한가!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에 잠시 휴식을 하러 왔다던 유럽인 부부. 아프리카를 1년 6개월째 여행하다보니 인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편안한 쉼터란다. 얼마나 상대적인가. 지금의 나를 불평하기보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한번만 돌아본다면, 이런 불평은 복에 겨운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언젠가는 떠날 인도여행을 위한 정보이며 나도 함께 지금 인도에 있는 듯한 생생함이다. 가슴이 뛴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인도는 싫은데 좋아요. 화나는데 즐겁고, 더러운데 행복해.” (본문 중에서)

  이것이 바로 인도 여행의 슬로건이다. 이 몇 구절만 외고 간다면, 인도 여행 더 기대할 것도 더 실망할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인도를 오롯이 온 몸으로 느끼고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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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인디아
    from 꽃방글의 서재 2009-09-22 02:23 
       그래!인디아.   깜찍발랄한 여행 기록문이다.  그 동안 많이 보아왔던 여행 에세이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함! 작가는 인도로 여행 온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 형식의 여행서를 만들어 낸다. 한 사람이 아닌 15인의 여행 기록문!  한 권의 책속에서 15인의 삶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니,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만족이다. 덤으로 재미있는 사진까지 삽입되어 있으니 읽는 재
 
 
 
도전에는 때가 따로 없어!
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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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공부도 때가 있고 결혼도 때가 있고 여행도 때가 있고.  옛날 옛적에는 백 프로 맞는 말이다가 또 언제부터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아? 하다가 지금은 이런 생각이 더 많이 깨진 듯 하다.  이제는 어떠한 일에 때가 따로 없어지는 분위기이다. 자신이 그 일을 시작하는 때가 진정한 ‘때’라고나 할까!  물론 때가 꼭 있는 일도 많다.  예를 들면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에 주먹질은 이십 대에서 마쳐야 한다. 삼 사 오십 대까지 그런 객기를 부린다면 손가락질에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된다.

   

   

   개그작가, 양나연. 이 사람도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때’로 본다면 어쩌면 늦게 시작한 파리행 모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니면 못해’ 정신 - 이 정신은 나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으로 파리행을 감행한다.  그렇다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결단이다.  파리에 가서 가이드를 하고 싶단다.  불어? 전혀 못한다. 영어? 마찬가지다.  나이 서른 둘. 하지만 서른 셋보다는 빠르잖아! 이 한 마디가 참 명언이다.  서른 두 살도 늦었거든?// 서른 셋보다는 빠르잖아!  
 

 

  최고의 시청률을 내던 개그 프로의 후배 작가와 개그맨들을 수 없이 거느렸던 그녀.  그 안락함과 입지를 버리고 떠나는 그녀에게 이제부터의 삶은 한 편의 수기같은 드라마다. 파리의 가이드를 하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 어떤 일에서든지 초보로서 꼭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고난기)를 마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도 회사도 인정하는 가이드로 우뚝 선다.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진심으로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읽는 내내 나도 그녀와 함께 발로 뛰고 함께 당황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희열이 있었다.

  가이드라는 직업이 매력이 있다. 먼저 누군가를 가이드한다는 것(특히 유료 가이드)은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부터 습득해야 하고  그런 후에 그것을  재미나고 세련되게 잘 전달해야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작가도 파리의 명소 위치, 박물관을 발이 닳도록 답습하고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직접 체험으로 얻는 성취감과 그로 인한 성숙은 어떤 것도 이것을 이기지 못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1년이 지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녀가 1년 전보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큰’사람으로 눈에 선하다.  앞으로 그녀의 앞 날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을 믿는다.  

 

  예전에 여행사를 통해서 테마 여행을 몇 번 간 적이 있다.  국내 여행으로 새벽에 떠나서 밤에 돌아오는 하루 코스인데 저렴한 비용에 한 두 군 데 명소만 다녀오는 것이므로 가볼만한 패키지 여행이다.  버스 안에 동행하는 가이드가 한 명씩 있는데 목적지에 대한 소개를 깔끔하게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버벅버벅 어설픈 사람도 있다.  몇 번 가다 보니 나도 한번 가이드를 해 보고 싶다는 충동!  친한 척 하면서 입사과정을 물었더니 친절히 답해 준다. 그런데 딱! 걸리는 장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이’ 이다.  억울하다.  나도 시켜주면 잘 할 수 있는데!  그러고 보면 나에게는 아무 문제될 것이 없는 부분이 상대에게는 크게 상관이 있나보다.  그래도 ‘다 때가 있어’ 라는 고정관념에 맞서 나도 ‘때 없이’ 살아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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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전에는 때가 따로 없어!
    from 꽃방글의 서재 2009-09-21 12:53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공부도 때가 있고 결혼도 때가 있고 여행도 때가 있고.  옛날 옛적에는 백 프로 맞는 말이다가 또 언제부터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아? 하다가 지금은 이런 생각이 더 많이 깨진 듯 하다.  이제는 어떠한 일에 때가 따로 없어지는 분위기이다. 자신이 그 일을 시작하는 때가 진정한 ‘때’라고나 할까!  물론 때가 꼭 있는 일도 많다.  예를 들면 밤 늦
 
 
 
그는 대체 어떤 심장을 가졌을까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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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심장을 가졌을까!   아무래도 내 것과는 근본이 다를 것만 같다.  체 게바라!   그와 관련된 서적에 사람들이 열광할 때 나는 발 벗고 달려 들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읽어보리!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그에 대한 ‘열정’은 아니더라도 은근한 관심은 있었기에  이 책을 받아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이사람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책을 읽기 전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세계사를 꽤고 있는 사회선생님한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신속하리라.   체 게바라가 활동하던 시기의 사회적 시대적인 배경은?  아르헨티나 사람인 그가 왜 쿠바 혁명을 일으켰으며?  왜 이 나라 저 나라 원정까지 가서 게릴라전을?

   

사회선생님은 자신도 체 게바라에 빠져 산 적이 있단다.  묻지 않은 그의 가정사까지 열을 올린다.  음, 이제 어느 정도 맥이 잡힌다.  좋다!  그럼 이제 읽어 볼까나!

  총칼이 난무한 게릴라전 속에서 시라니, 하지만 그가 시도 연애도 모르는 오직 혁명을 위한 혁명가이기만 했다면 그의 매력이 덜 했을 것 같다.  1967년 총살 당시 그의 배낭 안에서 발견된 두 권의 비망록은 이미 책으로 출간되었고 나머지 한권 -녹색노트-의 사연이 최근 40여 년 만에 밝혀져 이렇게 내 손 안에 멋진 책으로 쥐어져 있다.  필사한 69편의 저자와 제목들, 체 게바라가 좋아했던 네 명의 시인.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뻬) 그들의 시들을 한 권의 노트에 필사하여 넣고 다녔던 것인데, 이 책의 글쓴이는 아프리카 시절과 쿠바시절 그리고 볼리비아 시절로 나누어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시절에 필사한 니콜라스 기옌의 시를 읽을 때는 이 독자도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훌륭한 교수에게서 중남미 시문학 강의를 듣고 그 시들에 흠뻑 빠져 든 느낌?!  한 편의 시속에 체 게바라의 심경과 상황이 환하게 드러나 있어서 그를 이해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 체 게바라의 전기와 시와의 조화!  짧은 한 덩이 속에 방대한 시대상황을 함축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시만의 매력이 아닐까.

   

 

알고 지내는 동생이 말하기를 “언니, 저 이 사람 너무 좋아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보셨어요?” 한다. 아, 그게 또 무슨 영화란 말인가.  인터넷 뒤져 보니 2004년에 개봉작이다.  그 때 난 뭐 하고 있었을까.  왜 이 영화를 놓쳤을까.  무진장 바빴나보다.  꼭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여 결국 DVD를 신청한다.  이 사람의 책을 읽은 후에 이 사람을 영화화한 DVD를 기다리면서 설렌다.  이 사람, 양파 속  같다.  더 알고 싶다. 
 

 

  180분짜리 원작을 110분으로 편집해 놓으니 뚝뚝 끊기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 영화의 핵심만큼은 뚜렷하다.  젊은 날의 이 여행은 오늘 날 그를 있게 한 중요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어떤 사람에게 있어 여행은, 이렇게 인생 전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행하면서 사람들의 가난과 인종차별과 불평등을 눈 앞에서 보고 분노도 한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분노를 하다가 말겠지!  돌아와서 의대졸업을 하고 의사가 되어 안락한 가정을 꾸려 가겠지!  그러나 체의 가슴에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활화산같은 것이 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의 자리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보다는 불평등과  피눈물속에서 신음하는 민중을 위하여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영화를 보고 다시 이 책을 든다.  아무래도 한참 빠져 나오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왕 내친 김에 그의 자서전도 주문한다.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있고 그 아래 신음하는 민중들이 있는 한, 체 게바라는 살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체와 같은 혁명가를 요구하지 않는 사회가 진정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한다.’

 나도 두 손을 번쩍 들어 온 마음을 다해 이 말에 무게를 싣는다.  식민지 제국주의하에 인종차별하에 신음하는 민중이 없어지는 그 날을 위하여!  체 게바라는 우리의 가슴에 기리고 그를 원하는 핍박받는 민중은 더 이상 없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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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는 대체 어떤 심장을 가졌을까
    from 꽃방글의 서재 2009-09-22 11:47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심장을 가졌을까!   아무래도 내 것과는 근본이 다를 것만 같다.  체 게바라!   그와 관련된 서적에 사람들이 열광할 때 나는 발 벗고 달려 들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읽어보리!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그에 대한 ‘열정’은 아니더라도 은근한 관심은 있었기에  이 책을 받아보는
 
 
 
가족애 눈물애의 카타르시스, 마이 시스터즈 키퍼
마이 시스터즈 키퍼 - My Sister's Keep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하마터면 묻힐뻔 한 영화다. 요즘 개봉된 좋은 영화들에 가려 못보았더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요즘 내가 본 영화중의 최고다.  눈물은 건강에 좋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면 그 속에 스트레스나 좋지 않던 묵은 감정들이 함께  빠져 나와 감정도 정화되고 정신건강에 특효약이라고 한다.  울고 싶은데, 울고 싶어죽겠는데 통곡할 자리가 없는 분, 또는 선선한 가을도 되고 했으니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싶은 분께는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혈액암인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위해 치료형 맞춤아기로 태어난 11살 안나,

안나는 자신의 14K목걸이를 팔아 수임료를 마련하고 91%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를 찾아간다.내 몸을 부모로부터 지켜달라고.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언니에게 골수,세포 등   많은 걸 기증했다고. 이번엔 신장. 신장은 줄수 없다고, 이제는 더 이상 언니의 치료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처음 장면에서 안나의 이 모습보며 당돌하고 독한것! 신장 하나 없어도 살 수있는데  언니에게 하나 이식해주고 언니도 살고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지, 왜 저러나 싶었다. 보실분들을 위해 안나의 의도는 밝히지 않으련다.

그래서 자꾸 눈물이 난다.  지독하게 개인적인 아이같지만, 이런 행동에는 의도가  있으므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끄억끄억 하게 한다.



 

  엄마, 무슨일이 있어도 아이를 살려야 한다.  아이를 잃고는 숨도 쉴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이의 치료 간호를 위해 변호사직도 그만 둔 억척 엄마다. 

케이트의 치료를 위해 계획적으로 가진 아이 안나, 안나에게 언니를 위해 당연히 신장을 기증해야 한다고, 딸을 상대로 법정싸움까지 한다. 안나가 미워서가 절대 아니다.  다 함께 살기 위해서다.   엄마는 냉정을 잃지 않으려 눈물보이지 않으려하는데 보는 관람객은 또 끄억끄억! 



 

  케이트의 오빠. 동생의 치료를 위해 부모님은 그것에만 올인한다.  늘 뒤에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있는듯 없는듯  묵묵하게 외롭게 살아간다.

어린시절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못해 난독증으로 1년간 따로 치료를 받아야했다.  그래도 병마와 싸우는 케이트를 보면 늘 안쓰럽고 슬프다.



 

  아빠, 과묵하게 지긋이 딸을 바라보며 아픔을 누른다.  아이 치료를 위해 극성스러운 아내를 보면서도 왠만하면 넘어가준다. 힘든 치료로 지친 케이트가 바다를 보고 싶어하므로  위험하다며 가로막는 아내를 몸싸움으로 밀어내고 아이들과 바다로 나온 아빠. 

오랜만에 해방을 맞는 기분이다.  보는 관람객도 그런 마음이다.  지쳐가는 것은 케이트 뿐 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병들어가는 것 같다. 집안에 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어 본  

관람객이라면 충분히 이심전심일 것이다.

 

  케이트.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아니 희생하기 위해 태어난 동생 안나가  

고맙고 미안하기만 하다.

엄마, 자신에게 모든것을 바친 엄마에게 어떤 말로도 표현 못할만큼 고맙다.  하지만 이제 자연의 이치대로, 돌아가고 싶다.  엄마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남은 세포 하나에도 전기충격을 가할 분이다.  오직 자신을 살리기위해! 

자신으로 인해 가족의 각개 삶이 엉망이고 살얼음판이다.  엄마,아빠,오빠, 동생, 이러한 가족이 있었음이 더 없이 행복했고 후회도 없는삶이었다.

이 정도면 15년 삶, 정말 잘 살았다.

 




  그렇게 케이트는 가족의 사랑속에 떠나고 남은 가족은 케이트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정신적 성숙을 얻는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절대 케케묵은 말이 아니라 진리이다) 
  10대 소녀가 부모 상대로 법정 소송문제를 다룬 영화라 해서 얼마나 살벌하고 콩가루 집안일까, 했던 생각이 일시에 사라진다.
법정 소송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 사이에 그려지는 진한 가족간의 사랑과 희생. 가슴이 뻐근해서 심호흡을 몇 번씩 하며 보아야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극 중의 배우들은 울고짜고 징징대지 않는다.  그런데 왜 보는 관람객이 울고 짜게 되는지.  정말 가슴 저 밑에서 오는 울음이다.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이 세상에서 가장 축복 받은 관계가 바로 가족임을, 그래서 나의 가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감동의 영화다.

 
  이 영화는 2004년 발표된 미국 작가 조디 피콜트의  소설 <쌍둥이 별> 을 영화화 한  

작품이라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소설도 괜찮을 것 같다.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를 보면 원작도 만만치 않은 수작일 듯 싶다.  참으면서 울었더니 명치도 아프고 눈도 맵다.  그래도 진한   

카타르시를 느끼며 영화관을 나설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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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족애 눈물애의 카타르시스, 마이 시스터즈 키퍼
    from 꽃방글의 서재 2009-09-21 12:55 
      하마터면 묻힐뻔 한 영화다. 요즘 개봉된 좋은 영화들에 가려 못보았더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요즘 내가 본 영화중의 최고다. 눈물은 건강에 좋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면 그 속에 스트레스나 좋지 않던 묵은 감정들이 함께  빠져 나와 감정도 정화되고 정신건강에 특효약이라고 한다.  울고 싶은데, 울고 싶어죽겠는데 통곡할 자리가 없는 분, 또는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