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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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 The Case of Itaewon Homicid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건실한 청년 한 명이 아무 이유없이 처참하게 죽는다. 분명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단다. 보는 사람도 환장할 노릇이다. 용의자가 있긴 하다. 두 놈이다. 그런데 서로 자신은 목격자란다. 살인은 저 놈이 했고 나는 목격만 했을 뿐이란다. 진술 번복. 이 놈이 수인번호를 달고 있다가 며칠 후에는 저 놈이 수인번호를 달고 있다. 검사나 변호사도 표현하지는 않지만 내심 헛갈린다. 어쨌거나 범인은 분명 둘 중 하나인데 그것을 못가려 내고 결국 둘 다 법적인 책임없이 풀려난다. 무죄로 풀려나면서 쓰윽~입꼬리 올라가던 그들의 음흉한 미소. 저 놈같은데! 아냐 이놈 같기도 해. 아니면 두 놈이 함께?? 대체 어떤 놈이냐구! 눈 앞에 용의자를 잡아 두고도, 독 안의 쥐를 놓치다니. 어찌 이런 일이, 애석하고 땅을 칠 일이다.
12년 전에 이태원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당시에 미성년자이며 미국 국적을 가진 용의자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후, 미국으로 몸을 피해 표표히 사라진다. 분명하게 범인을 가려내어 응징을 했다면 몰라도 이런 미제 사건은 영화화하지 말았으면 했다.
아직도 원혼의 아들을 둔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일수 있고 또 재미로 저지른 미성년자의 천인공노할 살인이라, 모방범죄의 가능성도 있을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묻지마 살인사건이 갈수록 늘어가는 세태가 아닌가. 보는 사람 마음도 답답하고 찜찜하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이 영화를 계기로 검찰청에서 이 미제 사건을 재수사할 조짐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본 네티즌들이 각종 사이트를 통하여 재수사 촉구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도 한다. 정말 그리 된다면 이 영화제작에 큰 의미가 부여될 수 있겠지! 과연 그렇게 될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왠지 피로 범벅일것 같은 이 영화를 굳이 보러 간 이유를 인물,사건,배경 중에 묻는다면 바로, 인물이다. 아름다운 중년의 열정가, 배우 정진영! 팬으로서 그의 영화를 지켜보고 싶었다. '왕의 남자''즐거운 인생''님은 먼곳에' 등을 통하여 서서히 눈에 띄게 된 그는 20년 배우 인생에서 이젠 조연을 넘어 주연 배우로 우뚝 떠오르고 있다.
정진영과 장근석은 몇 년 전 영화 '즐거운 인생' 에서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는 힘을 모아 유쾌함을 일구어 냈다면, 이번 영화에서 장근석은 냉혈한의 모습을, 정진영은 냉정과 이성을 잃지 않으려는 검사역을 소화한 것 같다. 다만 극중에서 공직사회와 자신의 권위와 자존심을 건드리지않기위해, 자타의 의해, 의심이 들면서도 재수사를 착수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