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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법과 맞짱뜨다 - 대한민국 이삼십대를 위한 생활밀착형 법 공부 자기계발서
한정우 지음 / 대림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좋은 점은 친한 사람이 옆에서 툭툭 던지듯 말하는 문체? 말투? 뭐 그런 거에 있는 것 같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지하철 탈 때면 이야기 몇 개씩 읽고 있는데, 오늘 펼쳐든 페이지 내용.
읽으면서 혼자 마구 키득거리다가 앞좌석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찰칵! 허벅지 노린 몰래카메라맨을 어떻게 잡나?
증거 확보가 우선이다. 인터넷 어딘가 떠돌아다닐 허벅지 동영상을 생각하니 수치심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스트레스가 하늘을 치솟겠지만, 침착해야 한다. ... 놈은 순간적으로 달아날 준비가 늘 되어 있다. 잡는다 해도 두 눈 크게 뜨고 잡아뗄 확률, 100%다. 가방도 안 보여준다. 이때 Y씨가 그 남자 가방을 뒤질 권리는 없다. 괜히 일만 지저분해진다. ... 직접 잡지 말고 의심받지 않게 처진 뒤, 뒤를 쫓으며 신고하라. 그러면 가까운 지하철 지구대 경찰이나 인근을 순회하는 경찰이 와줄 것이다.
-200쪽, 몰래카메라맨, 몰래 잡아라
#경찰서에 함께 갔다. 그런데 각자의 진술이 다르다. 공통된 건 두 남녀 모두 나한테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다는 점이다. 난 말리려다가 연루되었을 뿐이고 때린 적도 없다. 오히려 내가 고소해야 하는데, 경찰이 나도 폭행죄로 처분했다.
삭막한 세상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술 먹고 싸우는 싸움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리지 마라. 그대도 술을 마신 상태라면 십중팔구는 휘말린다. 싸움 말리려다가 제2, 제3의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 부지기수다. 안 때렸어도 휘말린다. 폭행은 반드시 주먹이나 발로 때려야만 성립하는 죄가 아니다. 팔다리 부러지고 허리 다치는 일이 때려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말리려고 '용'쓰다 보면 폭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
-189쪽. 괜히 싸움 말리다가 폭행죄로 몰린다
내가 어느 순간 법을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참 운명적이게도 책제목이 딱 가리키고 있는 그 '서른 살'에 전세금 문제로 집주인과 다투었을 때부터다. 뭐 여기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러쿵저러쿵 말은 다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때 임대차보호법이란 게 있는 걸 알았고, 설마 이런 것까지 법에 명시되어 있을까 싶은 것들까지 다 있는 걸 보고, 다행히 무식한 집주인의 엄청난 '우기기'에 속수무책 넘어가진 않아도 되었었다.
종종 '가진' 분이나 '부리는' 분들은 어리거나 젊다는 이유로 , 청년들을(특히 혼자인 여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해 큰 소리 몇 번으로 우기거나 인상 한번 쓰거나 아니면 달콤하게 웃으며 좀 돌려 말하면 쉽게 수긍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이 책은 인생 경험 별로 없고, 싸움 잘 못하고, 비상식적인 일에 분노하기보다는 냉소부터 하는 나와 같은 현대 젊은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법률 지식을 가르쳐 주고, 어리버리하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내용이 많아서 한번에 죽 읽기보다는 읽고 싶은 것부터 조금씩 읽으면 될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게 실은 불법이었구나 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맛으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어렵게 쓰지 않으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쓴 것 같다. 다른 법 책은 펼치는 순간 공부를 하며 한 자 한 자 읽어가야 할 것 같아 그냥 덮었는데, 이 책은 문장도 짧아서 술술 읽힌다. 만만한 분량은 아니지만, 페이지는 쉽게 넘어가는 책이다.
보통 법을 알고 싶어하고, 변호사를 찾아갈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경제력이 어느 정도는 있거나, 법적 분쟁을 겪을 만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윗세대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도리하는 윗세대들에 비해 젊은층은 무방비상태인 것 같다. 당장 운명을 바꿔줄 것 같은 자기계발서들도 많은 힘을 주기도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최소한의 개념, 비판의식, 권리의식도 챙겨야겠고, 그게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학이랑 사회학이랑 경제학 책과는 좀 다른 실질적인 목적에서다.
최소한의 개념, 비판의식, 권리의식.. 법을 자세히 모를지언정 말이다. 사는 데 있어서 '의식'이라는 건 필요하다. 저자가 1장에서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리걸 마인드'(법적 사고력을 말하는데, 나는 그냥 '이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의식' 같은 거라고 말하고 싶다.)를 기르면, 비판하고 싶을 때 비판하고 따지고 싶을 때 따질 수 있고, 궁금할 때 뭐라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사람이 될 것 같다.
누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 안 해도, 비판이나 건의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나를 존중해줄 거라고? 흥! 그런 건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는 부모님에게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