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언젠가부터 나 자신과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어떤 함수 같다고 느껴진다. 글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넘어서서 하나의 필터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간접 체험 같은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부제, -일제 강점기 조선 반도의 어린이들이 쓴 삶의 풍경-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린이들이 덤덤하게 쓴 글을 통해, 그들의 눈을 통해 그 당시 시절을 바라볼 수 있다. 가혹하고 치욕적인 그 역사의 중심에서 말이다.언어가 인간의 의식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강한지 40페이지 정도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조선 어린이들이 일본어로 적은 글과 조선어로 적은 글을 비교하는 단락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다.—어린이들은 확실히 모국어를 사용했을 때 더욱 치밀한 묘사력을 보여 준다. -46p하지만 어린이들은 자신이 어느 지역에 살건, 어떤 계급에 속하건 즐거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신비한 존재들이다. -135p일제는 순응하는 피지배자를, 선한 자녀를 원하고 있었다. -163p조선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식 글짓기 경연대회는 결국 이 '전쟁하는 제국'이라는 기조 속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23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