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보고 영화를 보는 방식은 영화 불감증을 날려보내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흔히들 걸작 영화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 두 가지다. 영화를 접하고 소설을 보는 것과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 대부분 소설의 명성에 따라가지는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영상이 가지는 아주 복잡한 프로세스에 기인하는 것이리라. 반면 텍스트는 무궁무진하다. 표현에 제한도 없고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수정도 너무 쉽다. 기획이 잘 못 되면 다시 고치면 된다. 그리고 상상력에 의존하므로 무궁무진한 전파력이 있다.엑소시스트는 후자다. 대부분 이 작품을 영화로 먼저 접했을 것이다. 영화에 문외한도 엑소시스트는 알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영화이지 않은가. 나도 사실 원작이 있는지 몇 년 전에 알았는데, 으레 걸작이라고 칭하는 영화는 그 원작과 톤이나 느낌과 -좋은 뜻으로- 아주 다른 경우가 있다.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의 기본 조건이 아닐까. 영화와 달리 이 원작 소설은 엑소시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탐정(혹은 신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면모를 보이며 여러 장르들이 잘 어울려진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빙의된 소녀, 그 소녀의 어머니, 형사, 신부 나머지 감초 역할의 조연들까지 유머도 넘치고 과학적인 분석과 몰입도 높은 문체가 완벽하게 엔터테이닝 하다.앞으로 벌어질 전조 현상들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힘든 텍스트로 표현된 심리 묘사가 아무렇지 않은 듯 스멀스멀 다가온다. 형사와 신부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장르적 쾌감도 리드미컬하고 압도적인 재미도 선사한다.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완전체라 부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