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살아라.마지막 장을 덮고 생각나는 한마디. 재난을 맞서는 인간들의 이야기들을 표방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좀 더 작고 개인적인 소설에 가깝다. 역시 할리우드 대표 시나리오 작가답게 화면들이 속도감 있게 머릿속 영상으로 그려지고, 영상화에 염두를 둔 작품이 아닐까 싶을 이야기이다.익숙한 소재에 익숙한 전개는 신선함과 거리가 먼 데, 그럼에도 450페이지 정도 되는 양이 순식간에 읽히게 된다. 생각했던 재난 아포칼립스는 아니고 장르적 재미도 떨어지지만, 두 남매의 교차 대비를 통해 돈 따위는 전혀 소중한 것이 아니라는 흔하디흔한 메시지. 하지만 그 흔한 메시지를 진득하게 울리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겠다.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고립과 준비를 선택한 억만장자는 전혀 행복하지 못했고, 조화와 적응의 공동체를 이룬 여동생은 역경을 헤쳐나가고 서로 도와가는 것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