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마리스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합리화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뇌는 우리를 케어 하기는커녕 죽지도 못하게 -처절하게- 찔끔찔끔 극도의 효율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가두고 훈련시키고 외롭고 비참하게 만든다.

이 분 글을 처음 읽고 느꼈던 건 나도 글쓰기를 해 볼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란 뉘앙스의 단어와 전혀 다른 뜻이다. 표현 방식이 친절하지 못한데, 의식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날 것의 그 고약한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환상문학도 아니라 뚜렷한 정신이 뒤엉켜있다고 해야 되나.

생각지도 못한 소재가, 내가 좋아하는 소재가 포함되어 있어 아주 신이 났다. 코맥 매카시가 쓴 과학자라니. 양자역학도 거론하고 오펜하이머, 이중 슬릿도. 소설에서 거론되는 여러 지식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는 사실에 꽤 뭐랄까 뿌듯한 느낌이었다. 철학은 논외로.

코맥 매카시의 단어들은 오탈자가 생기더라도 의도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독보적이다.

-근래에 본 가장 멋진 북 디자인.

———
도움이 되거나 생각난 작품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그의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수재나 캐헐런의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코맥 매카시의 ‘선셋 리미티드‘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더글러스 엠린의 ‘동물의 무기’

———
자기가 미친 걸 알만큼 제정신이면 자신이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만큼 미친 건 아니니까요. -25p

실재의 의미를 정의해주세요. -29p

사람들은 결국 세상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는 걸 파악하게 돼요. -43p

그렇지만 자기 문제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세상의 문제가 뭘 의미할 수 있겠어요? -88p

하루하루는 길지만 한 해는 짧죠. -94p

기쁨은 그와 반대로 고마움조차도 가르치지 않죠. -161p

안 괴로운 꿈도 있나요? -222p

괜찮나요?
괜찮아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는 게 나을까요?
괜찮아요. -237p

미치려면 언어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300p

이해를 정의해주세요. -314p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4-01-2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도 짧다고 느껴지는 이 노친네, 인상 깊게 리뷰글 읽었어요.

시원하게 2024-02-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