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가지 안전망은 원치 않는 관계들로 인한 억압에서 나를 지키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개인주의자니 뭐니 해도 어차피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끊임없이 군기, 서열,뒷담화, 질투, 무리 짓기와 정치질, 인정투쟁에 시달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렸다.
나는 소인국 릴리퍼트에 표류한 걸리버다(거인국이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저 많은 소인들이 뭐라뭐라 지지배배 짹짹거리며 자기들끼리 나를 놓고 찧고 까불고 있다. 그들은 내가 신경쓰이고 불편하고 굴복시키고 싶고 그런 모양인데, 그건 어차피 그들 문제일 뿐 내 문제는 아니다. 난 어차피 여기속하지 않으니까. 이들은 이들끼리 왕이니 대장이니 내가 보기엔 소꿉놀이 같은 구분 짓기를 하며 그들만의 소인국에서경쟁하고 싸우게 내버려두자. 어차피 내가 속하지도 않은 남의 나라에서 이들에게 인정받으면 뭐할 거고, 미움을 받으면 또 어떻겠나. 하물며 ‘소인국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고 용을쓴다는 건 또 무슨 짓이겠나.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