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일로 내가 더 현명해졌는지는 직접 판단할 일이 아니다. 다만 겸손해졌다는 건 안다. 나 자신의 무지가 날가르쳤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현실의 깊이를 이해해야 세상을 망치는 오만함에서 벗어날 수있으니까. 결국 중요한 건 그런 관점이다. 겸손해져야만 위대해지길 바랄 수 있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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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

"동생들을 데리고 이 안에 숨어 있는 거야. 사흘간. 어떠니, 할 수 있겠니?"
거기에 수놓아져 있던 무늬는 문이었다. 꽃살로 꾸민 화려한 맞미닫이.
"여기 이 자수 안에요?"
모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엄마가 고갯짓했다.
"그래, 거기에는 숲이 펼쳐져 있고 단칸의 기와집이 지어져 있을 거란다. 그래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손님은 그곳에 나타날 거거든. 너희가 그 집에 숨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왜냐하면 모란아, 그 손님이 바로 나일 거니까."

- P117

-그를 사로잡는 단 하나의 마법-

집중력의 허브로 알려진 로즈메리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장미는 사랑을 끌어옵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로즈메리 허브 향에 희선 씨는 정신이 반짝깼다. 아로마테라피의 효과인지 여신님의 마법인지,희선 씨는 지금까지 겪었던 지옥도의 데이터가 머릿속에서한번에 조각모음 하듯 정리되는 감각을 느꼈다.

사랑의 여신께 내려받은 특별한 여신님의 힘,
숨겨진 나의 아름다운 잠재력을 개화시켜

살고 싶다. 살고 싶어. 뒷일은 몰라. 그렇지만 일단은 살아서 저것들을 죽이고 여길 나가는 거야. 그리고 내 삶을 되찾을 거야. 혼자였지만 혼자여도 충분히 즐거웠던 나날들을,
별 볼 일 없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평범한 만큼 소소히 행복했던 내 인생을.....
이 공간 안의 모든 것이 머리에 그려지고 눈에 들어왔다. 희선의 생존 의지에 따라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졌다.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 로즈메리의 향기와 같이 맑은 집중력이 깃들었다.
곧이어 희선 씨는 짧은 시간에 탈출 방법을 구상했다.
신비한 마녀의 마법에 걸린 것처럼, 희선은 맑고 상쾌해진 정신으로 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과 인두겁을 쓴 짐승들의 위치를 스캔했다.
널브러져 있는 고문 기구 중에 타격감이 좋은 둔기와 근접전에 유용한 날붙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을 집어 저금수들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동해야 좋을까. 가장빠르게, 그러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급소를 공격해 고통을 주되, 너무 빨리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하면서 이곳을 탈출해 저것들에게 죄를 물을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왕이면 살아서도 평생을 후회하고 자신이 지은 죄를 곱씹고 곱씹을 수있도록 팔이든 다리든 어디든 한두 군데는 잘라내버렸으면좋겠는데. - P360

-창귀-

사람들은 흔히 젊은 여성이 살해당했다고 하면, 어떻게든 죽을 만한 이유를 찾아내기 마련이다. 그가 불우해서,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질이 나쁜 남자를 사귀어서, 꼭 가지 말라는데 혼자서 외진 곳을 걸어가서. 그런 것이 여성에게는 ‘죽을 이유‘가 되었고, ‘죽을 죄‘가 되었다. 하지만 그날 살해당한 여성에게 ‘그럴 만한 이유‘는 한 가지도 없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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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 말해 보자면 실패는 없는 인생 따위는 있을 수가 없으며, 그 실패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실패한 만큼 강해진다. 그것만은 기억해 두렴. - P660

지금부터 약 50년전, 트루먼 대통령이 알버트 아이슈타인에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만약 우주인이 지구에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하면될지를.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결코 공격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인류를 뛰어넘는지적 생명체에게 전쟁을 건다한들,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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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는 남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좋은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핀 포인트 폭격 같은 세련된 전술도 없다. 대의도 이데올로기도 애국심도 없다. 있는 것은 일체의 허식이 사라진 섬멸전뿐이다. 지하자원 쟁탈과 민족 간의 증오, 날붙이와 소총에 의한 살육."
- P59

"박사님. 현 정권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시군요?"
"현 정권뿐만이 아냐. 나는 권력자가 싫네. 그놈들은 필요악이라고할수 있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쳐. 더 나아가 나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싫다네."
루벤스는 자신의 내면에 박사의 의견과 같은 증오심이 잠들어 있는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일찍이 지구상에 있던 다른 종류의 인류, 원인(原人)이나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네"
- P472

"인간은 자신도, 다른 인종도 똑같은 생물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네.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사회나 가족이라는 좁은분류 속에 자신을 우겨넣고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는 경계해야 하는 다른 종인 셈이야. 물론 이것을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습성이네. 인간이라는 동물의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고 경계하게 되어 있어.그리고 난 이거야말로 인간의 잔학성을 말해 주는 증거라고 생각하네."
루벤스는 박사의 주장을 이해했다.
"즉, 그 습성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해서 종 전체에 보존되었고, 거꾸로 말하면 다른 인종을 경계하지 않은 인간은 그 다른 인종에게살해당했다는 말씀이시군요."
"맞네.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이 독사에게 물려서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일세. 결과적으로 뱀을 무서워하는 개체가 많이살아남아서 자손인 우리 대부분은 뱀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었지." - P473

서재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루벤스는 인류 사회의 너무나취약한평화를 저주했다.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이 불안은 인류 탄생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20만년이나 되는 오랜 세월에 이어져 왔다. 인간의 유일한 적은 바로 동종 생물인 인간이었다.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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