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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일본어는 가라!
김지룡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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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는 '초보자~'를 위해라고 되어 있지만, 왕초보를 위해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문법같은 것은 전혀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문법실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구체적인 단어는 모르더라도 그냥 테이프 내용이 술술 들어온다. 아마 상황에 따른 대화 설정과 함께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만한 연애가 주내용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 더 삽화를 넣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를 배우는데 왠만큼 이골이 난 사람들은 내가 지금 배우는 이 언어가 죽은 것이 아닐까 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잘 파고든 책인 것 같다. 이런 류의 시리즈가 요새 쏟아져 나오고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외국어 습득의 지름길은 인내와 끈기'라는 금언은 적당치 않은 말이거나 사람들에게는 외면하고자 하고 싶은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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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권혁범 외 지음 / 삼인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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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 우리가 자화상을 그린다면 도저히 '파시즘'이라는 색깔을 빼놓고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 같다. '튀는 놈들은 다 죽여 놓아야 일 년이 편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이제 3년 차가 되는 초등학교교사인 나의 친구, 군대에 갔다 온 이후 이상하게 변해버린 나의 친구들, 군국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은하영웅전설>에 열광하는 사람들, 심지어 그러한 것을 지적하고 있는 이 책에서까지도 외래 용어와 전문 용어를 남발함으로써 지적 파시즘의 냄새를 피우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자화상을 그렸다. 반공주의서부터, 언어 생활, 학교 교육, 생산 현장과 회사조직, 학생운동, 정치 문화, 가부장주의 등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가 있는 '우리 안의 파시즘'을 차분하고 날카로운 논리로 해부에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보면서 갑갑했던 것이 어느 정도 풀렸다. 최소한 나를 가위눌리게 했던 것의 정체는 파악을 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것을 우리의 몫으로 남겨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해결방안이 없다고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왜 그럴까>가 해결되고 난 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점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궁극적으로는 해결책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은 거기까지는 분명히 성공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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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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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이 책을 본 것은 대학입시가 끝나고 난 겨울방학 때였다. 그러니까 내가 20살이 되던 해,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바로 그 때였다. 시립도서관 서고에서 다른 책들보다 빨간 바탕의 하얀 글씨의 이 책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책 겉 표지의 모딜리아니의 <넥타이를 맨 여인> 역시 나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난 책을 도로 다시 서고로 집어 넣고 뒤로 돌아섰다. 이유는 지금은 내가 이 책의 감성에 젖어들 수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난 책이란 그것을 읽어야 할 시기가 따로 있었고, 나중에 10년 정도 지난다면 이 책이 공감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를 위해서 이 책을 아껴두기로 했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만일 그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난 이 글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는 버려야할 것보다 얻어야 할 것이 많았던 시기였으니까. 물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의 나이도 아직 30에 는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20이었을 때보다는 이 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아껴두었던 이 책을 꺼내 보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글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서글펐다. 전반적으로 그랬지만, 특히 이 글 초반의 몇 페이지는 정말 나에게는 절실하게 다가왔다. '내가 이제는 갈 수 없게 된 그 수많은 [가지 않은 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 못 이루던 때가 생각이 났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놓치게 되는 그 수많은 것들이 나에게는 지금 너무나 아쉽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심정과 30에 이르러서 이 글을 읽는 심정은 뭔가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지금보다 좀 더 밝은 분위기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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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 서현의 우리도시기행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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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났다.

나로 하여금 다른 도시의 이야기를 하라고 하지 말라. 바로 이 곳에서 수년동안의 나의 불안, 나의 희망이 그물 안에 얽혀 들었던 이 유일한 도시에 대해서 지껄이게끔 나를 내버려다오. 단정치 못한 커다란 어부처럼, 거대하고 무심한 강변에 자리잡고 앉아 변함없이 부패한 은빛의 어획물을 낚아들이는 이 도시의 모습을 나는 보고 있다. 은 빛깔의 불안을, 부패한 희망을. < 잉게보르크 바하만, <삼십세> 중에서 >

서울 생활 12년째지만, 이 넓은 서울시 안에서 특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나 가보고 싶은 곳이 별로 없다. 서울 시내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탁한 공기와 자동차와 시커먼 먼지, 그리고 깨진 타일, 많은 사람들, 그래서 너무 걷기 불편하다는 것 등이다. 이 책에서는 매일 신촌거리를 왔다갔다하면서 영등포를 지나다니면서 대학로에서 친구를 만나면서 내가 느꼈던 편치 못함의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 공감이 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지은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건물이 그리고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거리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머금었다가 품어내는 스펀지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지은이가 그토록 매섭게 이 거리에 독설을 퍼부었던 것 같다. 지은이는 이 거리 자체가 아닌 거기에 담긴 형식주의, 허례허식, 권위주의와 암울한 역사, 압축성장의 그늘에 침을 뱉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의 분노는 이해가 간다. 그러한 분노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우리 나라에 없을 것이다.

'21세기는 그렇게 분노로 시작되어야 한다. 거리를 걸으며 분노하라.'( 301p~302p )

맘껏 분노하자. 그리고 침을 뱉자. 그래서 우리의 거리에 스며든 온갖 나쁜 것들을 다 쫓아내자. 하지만, 지은이의 말대로 21세기를 분노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1세기는 분노가 아닌 애정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패'했을지 모르지만 이 거리에서 '희망'을 낚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 거리를 외면하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돌볼 수 있다. 분노는 좌절과 무관심을 낳을 뿐이다. 애정을 가져야만 저자와 모든 사람이 희망하는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이렇게 삭막한 거리를 물려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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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동녘문예 6
김산 지음, 조우화 옮김 / 동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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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과 <체 게바라 평전>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 덕분에 여러 가지로 비교되는 두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세계가 과연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 또 그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왜 불가능하고,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젊은 시절, 이런 문제로 고민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던가? 하지만, 이 문제의 해답은 누구도 쉽게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김산'과 ' 체 게바라'는 '행동과 실천'이라는 방식을 택한 사람들이다.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시대의 모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러한 고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맞서 싸워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된다. 둘 다 의학을 공부했으며, 둘 다 조국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전세계를 위해서 타국에서 생을 마쳤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체 게바라 평전>을 읽을 때와 <아리랑>을 읽을 때와는 느낌이 너무나 달랐다. <체 게바라 평전>의 경우는 실감도 안가고 그의 행동이 절실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 <아리랑>의 경우에는 책을 읽는 도중에 책을 덮고 한숨을 내쉬면서 천장을 바라보고거나 창 밖을 바라보는 일이 자주 있었다.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것이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저기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대척점 어느 곳에서 이름도 복잡한 사람들,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투쟁해야하는 세력이 아닌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늘 들어오고 아직도 우리의 동포들이 사는 만주라는, 상해라는 그리고 연해주라는 곳에서 일본 제국주의와의 싸움은 너무나 절박하게 나에게로 다가왔다. 조국강토의 식민화라는 모순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했던 '김산'은 오늘날 실천적 지식인이 부족한 우리의 역사현실에서 커다란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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