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권혁범 외 지음 / 삼인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 우리가 자화상을 그린다면 도저히 '파시즘'이라는 색깔을 빼놓고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 같다. '튀는 놈들은 다 죽여 놓아야 일 년이 편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이제 3년 차가 되는 초등학교교사인 나의 친구, 군대에 갔다 온 이후 이상하게 변해버린 나의 친구들, 군국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은하영웅전설>에 열광하는 사람들, 심지어 그러한 것을 지적하고 있는 이 책에서까지도 외래 용어와 전문 용어를 남발함으로써 지적 파시즘의 냄새를 피우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자화상을 그렸다. 반공주의서부터, 언어 생활, 학교 교육, 생산 현장과 회사조직, 학생운동, 정치 문화, 가부장주의 등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가 있는 '우리 안의 파시즘'을 차분하고 날카로운 논리로 해부에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보면서 갑갑했던 것이 어느 정도 풀렸다. 최소한 나를 가위눌리게 했던 것의 정체는 파악을 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지?'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것을 우리의 몫으로 남겨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해결방안이 없다고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왜 그럴까>가 해결되고 난 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점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궁극적으로는 해결책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은 거기까지는 분명히 성공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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