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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동녘문예 6
김산 지음, 조우화 옮김 / 동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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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과 <체 게바라 평전>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 덕분에 여러 가지로 비교되는 두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세계가 과연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 또 그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왜 불가능하고,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젊은 시절, 이런 문제로 고민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던가? 하지만, 이 문제의 해답은 누구도 쉽게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김산'과 ' 체 게바라'는 '행동과 실천'이라는 방식을 택한 사람들이다.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시대의 모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러한 고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맞서 싸워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된다. 둘 다 의학을 공부했으며, 둘 다 조국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전세계를 위해서 타국에서 생을 마쳤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체 게바라 평전>을 읽을 때와 <아리랑>을 읽을 때와는 느낌이 너무나 달랐다. <체 게바라 평전>의 경우는 실감도 안가고 그의 행동이 절실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 <아리랑>의 경우에는 책을 읽는 도중에 책을 덮고 한숨을 내쉬면서 천장을 바라보고거나 창 밖을 바라보는 일이 자주 있었다.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것이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저기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대척점 어느 곳에서 이름도 복잡한 사람들,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투쟁해야하는 세력이 아닌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늘 들어오고 아직도 우리의 동포들이 사는 만주라는, 상해라는 그리고 연해주라는 곳에서 일본 제국주의와의 싸움은 너무나 절박하게 나에게로 다가왔다. 조국강토의 식민화라는 모순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했던 '김산'은 오늘날 실천적 지식인이 부족한 우리의 역사현실에서 커다란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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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행정가 - 한국형 지도자론 나남신서 615
이종범 외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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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과의 학생으로서 행정학을 배우면서 늘 고민했던 문제 중의 하나는 '과연 우리가 배우는 이 학문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행정학의 대부분이 미국의 역사를 배경으로하여 나온 이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행정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는 미국의 이야기이지 우리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행정을 '공공 욕구의 충족과 문제 해결'과정이라고 정의 할때 공공의 욕구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욕구이고 문제라는 것 역시 우리나라라는 토양을 바탕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나라의 행정학은 특히 우리와는 전혀 정서가 다른 미국의 행정학은 무엇을 하는데 참조는 될 수 있겠지만, 주된 것은 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환시대의 행정가>라는 책은 내가 그 동안 꼭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전에 교수님으로부터 이 책의 소개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행정가들을 다루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책에서 나의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국에도 존경받을만한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쓰여졌다고 한다. 한국적 지도자론을 말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이 다른 곳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서론 부분에서 이렇게 시작한다.

'60년대 이후 90년대 초까지 한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고 이 시기의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정치적 변화까지도 포함한다.'

즉 이 책의 제목인 '전환시대'는 그 동안 우리가 겪었던 시대를 명명하는 말인 것이다. 이 전환시대라는 의미는 군부독재, 다원주의사회로의 진전, 경제적 발전 등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시대'의 중심에 저자는 행정가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틀을 바탕으로 하여 7명의 행정가를 각각 분석하여 '전환시대의 한국형 행정가'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냐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에 따라 앞으로 요구되는 행정가 상(像) - 시민형 행정가 - 를 설명하고 있다.

난 이 책의 전제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을 했다. '우리 나라의 역사분석면'에서 적절한 지표를 이용해서 짧지만, 간명하게 '전환시대'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전환시대'를 앞에 서서 행정가들이 이끌고 갔다는 사실 역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회의가 들었다. '압축성장'이라고 불리울 만큼 서구사회가 몇 백년에 걸쳐 겪은 일을 30년 정도에 이루어낸 우리로서는 과거의 행정경험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적절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결론 부분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행정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며 또한 시대가 요구하는 행정가의 모습은 각각 다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소위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근대화시절 즉 60∼70년대 경제성장기에는 '김현옥'같은 인물이 필요했었지만,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루어서 시장경제에 순응해야만 했을 80년대의 경제안정기에는 '김재익'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학렬' 과 같이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지금 이 시대 바람직한 지도자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 곳곳에서 긍정적인 인물로서 언급되고 있는 '강경식'이라는 인물이 IMF환란의 주범으로서 전국민을 암울한 터널 속에 몰아넣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근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몇가지 비판받아야할 사항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한국적 행정학의 모색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고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언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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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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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상당히 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읽었다. 책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게 쓰여진 탓도 있지만 내가 배웠던 것들이 딱딱한 경제학 교과서에만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설명 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점이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야 처음 이론을 배울 때 간략한 설명을 듣지만, 솔직히 수식과 그래프가 난무하는 교과서를 보면서 '이것이 이런저런 이유에 의해서 이런저런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기구나' 혹은 '아! 이래이래서 이런 식으로 예측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거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오히려 '이것을 언제 다 외우지' 또는 '아 이것을 어떻게 쓰지' 생각만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이 경제 이론의 현실설명력이나 미래예측력은 시대 배경과 지적조류를 바탕으로 하여 이론을 전개해나가는 이 책의 고유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경제학이 본래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니면 경제학을 영원히 원래 따분한 학문으로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재미 만을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에서는 지식인(지성인)을 좁은 의미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그들의 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대현실을 잘 인식하여, 그러한 불평등한 현실에 반기를 들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에 옮긴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식인은 핍박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끊임없이 도덕적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의 지식인의 의무를 실천하기 위해 고뇌하고 투쟁하는 모습이 책 곳곳에 나타나 있다.

지난 몇 백년간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주장해 미국경제를 공황에서 구해낸 [케인즈], 경제학이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되도록 만들어 달라고 학생들에게 간청한 [마샬], 전세계인의 번영을 위해 '비교우위론을 역설하였던 [리카도] 등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지식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지적유희를 위한 수식이나 모형을 만들어 냈던 것은 아니었다. 현실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의 경제학을 주장했던 그들의 모습에서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하는 참된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책은 유머와 열정과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경제학이 죽어있는 학문이 아닌 살아있는 학문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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