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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상당히 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읽었다. 책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게 쓰여진 탓도 있지만 내가 배웠던 것들이 딱딱한 경제학 교과서에만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설명 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점이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야 처음 이론을 배울 때 간략한 설명을 듣지만, 솔직히 수식과 그래프가 난무하는 교과서를 보면서 '이것이 이런저런 이유에 의해서 이런저런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기구나' 혹은 '아! 이래이래서 이런 식으로 예측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거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오히려 '이것을 언제 다 외우지' 또는 '아 이것을 어떻게 쓰지' 생각만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이 경제 이론의 현실설명력이나 미래예측력은 시대 배경과 지적조류를 바탕으로 하여 이론을 전개해나가는 이 책의 고유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경제학이 본래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니면 경제학을 영원히 원래 따분한 학문으로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재미 만을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에서는 지식인(지성인)을 좁은 의미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그들의 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대현실을 잘 인식하여, 그러한 불평등한 현실에 반기를 들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에 옮긴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식인은 핍박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끊임없이 도덕적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의 지식인의 의무를 실천하기 위해 고뇌하고 투쟁하는 모습이 책 곳곳에 나타나 있다.
지난 몇 백년간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주장해 미국경제를 공황에서 구해낸 [케인즈], 경제학이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되도록 만들어 달라고 학생들에게 간청한 [마샬], 전세계인의 번영을 위해 '비교우위론을 역설하였던 [리카도] 등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지식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지적유희를 위한 수식이나 모형을 만들어 냈던 것은 아니었다. 현실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의 경제학을 주장했던 그들의 모습에서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하는 참된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책은 유머와 열정과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경제학이 죽어있는 학문이 아닌 살아있는 학문이라고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