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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행정가 - 한국형 지도자론 ㅣ 나남신서 615
이종범 외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5월
평점 :
행정학과의 학생으로서 행정학을 배우면서 늘 고민했던 문제 중의 하나는 '과연 우리가 배우는 이 학문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행정학의 대부분이 미국의 역사를 배경으로하여 나온 이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행정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는 미국의 이야기이지 우리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행정을 '공공 욕구의 충족과 문제 해결'과정이라고 정의 할때 공공의 욕구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욕구이고 문제라는 것 역시 우리나라라는 토양을 바탕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나라의 행정학은 특히 우리와는 전혀 정서가 다른 미국의 행정학은 무엇을 하는데 참조는 될 수 있겠지만, 주된 것은 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환시대의 행정가>라는 책은 내가 그 동안 꼭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전에 교수님으로부터 이 책의 소개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행정가들을 다루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책에서 나의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국에도 존경받을만한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쓰여졌다고 한다. 한국적 지도자론을 말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이 다른 곳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서론 부분에서 이렇게 시작한다.
'60년대 이후 90년대 초까지 한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고 이 시기의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정치적 변화까지도 포함한다.'
즉 이 책의 제목인 '전환시대'는 그 동안 우리가 겪었던 시대를 명명하는 말인 것이다. 이 전환시대라는 의미는 군부독재, 다원주의사회로의 진전, 경제적 발전 등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시대'의 중심에 저자는 행정가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틀을 바탕으로 하여 7명의 행정가를 각각 분석하여 '전환시대의 한국형 행정가'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냐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에 따라 앞으로 요구되는 행정가 상(像) - 시민형 행정가 - 를 설명하고 있다.
난 이 책의 전제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을 했다. '우리 나라의 역사분석면'에서 적절한 지표를 이용해서 짧지만, 간명하게 '전환시대'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전환시대'를 앞에 서서 행정가들이 이끌고 갔다는 사실 역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회의가 들었다. '압축성장'이라고 불리울 만큼 서구사회가 몇 백년에 걸쳐 겪은 일을 30년 정도에 이루어낸 우리로서는 과거의 행정경험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적절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결론 부분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행정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며 또한 시대가 요구하는 행정가의 모습은 각각 다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소위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근대화시절 즉 60∼70년대 경제성장기에는 '김현옥'같은 인물이 필요했었지만,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루어서 시장경제에 순응해야만 했을 80년대의 경제안정기에는 '김재익'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학렬' 과 같이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지금 이 시대 바람직한 지도자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 곳곳에서 긍정적인 인물로서 언급되고 있는 '강경식'이라는 인물이 IMF환란의 주범으로서 전국민을 암울한 터널 속에 몰아넣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근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몇가지 비판받아야할 사항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한국적 행정학의 모색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고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언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