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冬安居)와 동면(冬眠)

 

 

 

석 달 겨울을 수행하고 나오는

스님들의 사진을 보던 대보름께,

겨우내 끊어진 나의 관계를

겨울잠이라던 이가 생각난다

 

 

스님들은 무슨 결론을 얻었을까

결론만이 정답은 아니다

과정 없는 결론은 무색무취하다

겨울잠보다 나았을까

 

 

그 겨울에

공허한 제약이 난무하고

소심한 변명에 길들여져

저녁이면 슬며시 막걸리를

곁들이며 이야기를 팔다가

잠을 청하곤 했다

 

 

세팅된 일상의 흐름 속에서

최선의 일상을 만들기 위해

소박한 깃발을 내걸지만

우물쭈물 있는 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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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외버스를 타고

 

 

 

봄이 오는 길에

겨울이 마중을 나온 날

두 계절의 배웅을 받고

시외버스에 오른다 

 

 

차창 밖으로

연이어 지나가는

나즈막한 산들,

무채색의 풍경들

 

 

정돈되지 않은 방처럼

뒤엉켜 겨울을 났을

작은 숲들에게서

보존된 시간을 본다  

 

 

겨울산이 설산이라야 하나

그도 아니면

빙벽이라도 달아야 하나

위엄있는 형세도 아니거니

빛조차 없어 눈을 돌리는데

 

 

나도 저 겨울산처럼

연이어 지나가도

남길 것이 없다며

어쭙잖은 나를 보고  

설산이 아니라고 한다

 

 

 

3.11 고쳐보았다. 그 때의 그 느낌이 살지 않아서. 그 때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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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못 이루는 밤

 

 

설자다 깬 잠이 가슴을 짓누르는 밤에

내집도 아닌 곳에서 잠이 들지 않는 밤에

방을 지나고 주방을 지나 문을 연다

마당을 비추는 가로등을 보며 한 호흡하고

화장실의 불빛을 마주 하며 또 한 호흡한다

 

오늘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깊은 땅 속에 있는 것처럼 낯선 어둠에

갇혀버린 한밤에, 벗어날 수 없는 것을

벗어나려 벗어나려 애쓰는 동안에 나는

의식의 가장 밑바닥 어둠과 마주 하며

 

고스란히 혼자 견디는 양 수선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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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과 봄 사이

 

 

 

이월의 햇살과 바람과 공기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겨울이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거리를 지나 골목길을 지나갈 때

나는 동행으로 인해 팔다리를 힘차게 놀렸습니다.

 

집은 가까워 오는데 동행은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새삼스럽게 말했습니다.

 

내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었군요.

혼자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었군요.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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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동무와 친구 사이

 

   

길동무는 말동무

길 위에서 만나지고

길이 끝나면 돌아서는

길동무는 말동무

 

길위에 서면

나는 너를 탐색하지만

나는 너에게 읽히는

길동무는 말동무

 

길 위에 서면

나는 너를 소비하고

너는 나를 소비하는

말동무는 말동무

 

어느 시인의 시처럼

우리는 모두

꽃이 되고 싶지만  

꽃보다 가까운 말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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