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따라 집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알았어요. 세상은 푸른 것처럼 보였지만 하늘은 구름과 조화롭지 못했어요. 대낮의 영화관은 을씨년스러웠어요. 인적을 잊고 시간을 잊은 곳, 잊을거리를 가진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그 날 따라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대낮의 해를 등지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란 두려울 것도 같았어요. 그러나 먼지를 털듯 어둠 속에서 슬픔을 털었어요.
소화되지 못한 것들이 몸 안을 돌아다니며 질서를 해치고 있었어요. 안 되면 배설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소화의 증거는 잘 나타나지 않았어요. 몸 속으로 들어오기는 쉬워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요. 나가지 못하는 것들이 속에서 아우성을 쳤어요. 나를 지켜야 했어요. 내려가라고 삼키며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런 날은 한 다발의 스토크를 사야만 돌아올 수 있었어요. 스토커가 아니라 스토크라며 세심한 발음을 당부하던 꽃집 여자와 시큰둥한 친절 섞인 몇 마디를 나눴어요. 한 대에 이천 원이기에는 부들부들한 작은 꽃잎이 이루는 분홍빛 송이들이 많았어요. 벚꽃이 피고 진 자리에 향기는 남지 않았어요. 건성건성 싸준 듯한 네 대의 스토크 향기를 무심한 듯 들고 드디어 집에 돌아왔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한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