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대한 나의 열망으로 버무리다

양념으로 제 맛을 잃어버린 요리처럼

지난 해 끄트머리에서 새 해를 맞아

다짐거리를 끄집어내 펼쳐 놓는다

 

마흔 일곱 번째 맞이하는 새 해는

여전히 새로 산 책처럼 말을 건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있는데

급하게 또 한 권의 책을 사버렸다

 

헌 삶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내 몸에 한계의 문신을 지우기 위해서는

땅속으로 흐르던 지하수를 품어 올리기 위해서는  

 

펌프의 힘과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물이 솟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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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끝난 사랑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가보지 못한 길이

매력적이라고 했던가

지나가는 것들은 애닳다

 

석 달이든 일 년이든

약속된 시간은 짧을 뿐

끝내고 싶지 않은 사랑이어서

가보고 싶은 길이어서

삶은 잠시 눈이 부시다

 

그러나

짧은 사랑 뒤에도

새로운 사랑은 찾아오고

가보지 못한 길 위에

가는 자도 마음을 남기니

 

어정쩡한 정착에 위로받지 말기를

구걸하듯 연명하지 말기를

가보지 않은 길에 지침없이 서기를   

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매

삶에 대한 나의 자세를 고쳐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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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지는 틈

붙었다고 믿은 만큼

틈은 벌어진다

 

그 틈 속의 낯선 얼굴

조금만 벌어져도

보이는 예정된 거리

 

우리들의 거리는

예사 거리가 아니다

마음의 자를 가진 거리

 

자책을 하고

관계를 점검하고

성을 정비하며

 

불안한 자의

어설픈 이상주의와

잠시 결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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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을 하는 차안에서

저녁 구름을 보며 울었다

 

you need me

필요로 하지 않아

슬픈 저녁에

you need me

 

오고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오고도 가지 않으려는

 

잉여의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음을

알아채게 해 주었을 뿐

오오, you need me

 

미련이란 미련하기도 해서

훌훌 털어버리기에는

세월의 더께가 쌓여서

 

웃다가 우는 날에

어디 왔다 간 것이

그것뿐이었냐고

그저 지나갈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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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혹은 이십 년 넘게

연락이 뜸한 사람들을

온라인상에서

우연인 듯 마주치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저 깊은 곳의 생각을

오늘 아침의 출근길 풍경을

기사인 듯 읽으며

 

멈칫하다 멈춤은

평행선을 벗어날 수 없는

언제나 저만치의 거리

바라만 보는 그 거리 때문에

 

우리는 어떤 사이인가

소식을 듣는 사이인가

한 번은 만나지는 사이인가

옷깃을 스치는 인연은 되는가

 

얻음과 잃음의 좌표 위에서

일상과 일탈의 양극 속에서

만나지 않거나 혹은 연기되는

너를 지식처럼 알아간다

 

혼자 만나고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돌아가는

일방적인, 너무나 일방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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