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일상
그녀의 일상은 왠지 나와 다른 것 같아
타인의 삶에 침 흘릴 일이 없을 것 같아
특히나 그녀의 일이 그녀를 빛나게 한다고
생각하면 내 삶은 구멍이 숭숭 난 양말처럼
찬바람이 들어오고 한기가 느껴지곤 해
나의 일상은 견고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해
기웃거림은 재발이 빈번한 암처럼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사이에도 그녀는 여전히 그렇게
품질이 균일한 제품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녀에게 정복당한 것 같은 하루가 가고나면
나에게도 견고한 일상이 주어질지 몰라
허나 기다림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상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도착할 수 없는 곳
나의 일상은 무얼 팔아야 할지도 모르면서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어느 가게처럼
아직도 메뉴판을 구성중인지도 몰라
11.19 수요일, 쓰다가 만 것을 이어 쓰다. 시인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고치는 사람이라던데
그래서 나는 시인이 못 되나 보다. 끄적거리고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