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관계
애쓰지 않기 위해
카놀라유 두 병과 참치캔이 세 개 든
동원 선물세트를 들고 가는데
가벼운 선물만큼 준비가 필요해
우리들의 만남은 명절과 같아서
때가 되면 만나고
때가 지나면 그뿐인걸
연례행사의 자연스러움이라니
추억이란 한낱 껍데기 같고
세월은 그저 먼지처럼
구석으로 찾아 숨어들고
돌아와도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온종일 추적자처럼 따라 붙어
나이어야 할 나를 방해하는데
오도 가도 못하게 갇힌 것이라면
껍데기 같은 추억도
먼지 같은 세월도
등 돌리지는 말자
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