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털어내지 못하는 일요일

 

 

속살이라고 드러내었던가

삭히지도 못했다는 말인가

젖빛 막걸리에 벌건 얼굴은

철지난 단풍처럼 흉했었던가

의미란 사족에 불과했었던가

 

늦가을 햇살이 등을 감싸던 날

찻집에서 바라보는 호수 위로

눈 온 뒤 햇살처럼 반짝이는데

아메리카노의 쓴 맛만이 남아

다음날 증명되는 과음처럼 피로해

 

달큰한 짜장은 입에는 부드럽지만

속까지 어루만지지는 못하는데

무가 언다고 밭에 가는 길

그새 무를 뽑는 남편은 덥다며

시든 토마토 그늘이라도 찾아가고

나는 따스한 등으로 쑥갓을 다듬는다

 

일요일에도 공부하려 집에 머무는

아이들을 불러내 해 다 진 저녁에

찾아가는 산 속 산책길의 단풍나무

어느새 발목까지 덮은 나뭇잎들이

늦은 방문을 말없이 받아주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오는구나.

 

 

 

 

 

        11. 10  토요일 저녁을 먹다 딸아이와 말다툼, 서운함에 못마땅함에 나는 관계를 부러  벌리고 있다. 내 정신이 약골일 때 아이의 말을 과대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 탓만 하는나. 가끔 싸우지만 아이도 나도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힘이 되어야 하는 거다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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