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는 것은

 

 

책상 위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다

어느새 새 달력이 필요할 때 오는 것

비어있던 날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것은

그저 일정이었을 수도 있고

남기고 싶은 의미였을 수도 있을

메모들이 보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

 

어제조차도 먼 과거처럼 뒤로 물러가고

지나온 한 해가 까마득한 시절처럼

기억은 엷어지고 추억은 저혼자 쌓인다

달리다 멈춰 두리번거리는 사람처럼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일은

매뉴얼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처럼 엉성하지만

 

그래도 새해엔 마음껏 살아보고 싶은 거다

마음에 품은 것들을 흘려 보내지 않고

하나하나 눈맞춰 주고 시간을 내주면서

나를 찾아오는 것들에 공을 들이고 싶은 거다

어쩌면 맞이해야 할 것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우리가 새 해에 걷게 될 길인지도 모른다

 

 

 

 

 

12. 30.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이만큼 와 있는 것, 그것이 시간일지 모른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이 시간일지 모른다. 그래도 흐르는 시간 위에

        한 점을 찍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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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 대한 두 번째 생각

 

 

길이란 내가 가는 것이라고 했던가

큰길이란 작정하고 나서겠지만

그조차도 생각 같지 않겠지만

길을 낸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나는 길에 대해 수정해야 한다

길이란 보이는 대로 가는 것임을

가다 보면 보이는 그것이

길이 되는 것임을

 

그러므로

우리는 어쨌든 걸어야 한다.

걷다보면 보이는 그 길은

절망의 모퉁이거나

희망의 오솔길이니

 

내가 길이 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먼 길 떠나는 그대여,

길을 찾으려 하지 말기를

걷다보면 어느새 닿아있기를.

 

 

 

 

    12. 24 할 일로 채워진 날들이 이어지며 몸도 덩달아 쉼을 요하지만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신 번쩍 나는 일. 그러기 위해 얄팍한 것이나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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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나무

 

 

봄이면 제 몸을 뚫고 싹을 틔우고

나뭇잎이 달리기 시작하면

그 반짝이는 연한 초록빛으로

세상을 빛나게 하고

가을이면 떨어질 잎조차도

색색깔로 채색하는 나무

 

그렇게 끝인줄 알았던 나무가

겨울이 되니 하얀 눈을 입고

그간의 모습보다 황홀하다

눈나무

동화 속 포근한 눈나라처럼

현실감을 잃은 채 나는 그저

나무에 떨어질 듯 얹혀진

아슬아슬한 눈들을 보고 있다

 

 

 

    12.16 눈이 온 후의 설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이 덮힌 나무가 아닐까.

           어딘가로 한없이 데리고 가다 아무 곳에나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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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쌓인 눈을 보는 아침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나무가

두툼한 솜옷을 마련해 입었다

아들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워-매, 트리가 있네 라고 한다

가게에 손님이 덜 든다는 남편

그래도 내마음은 변함없다는 나

신발이 빠질까 발자국만 따라

걸었다는 딸아이의 등굣길까지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 보따리에 담는다

 

 

       12.16. 올해 처음 제법 많은 눈이 내려 쌓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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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만이 내세상

 

 

그저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너무나 모르는 이가

토해내는 비명 같은 존재감

 

그러니 혼자 남겠지

그러니 걱정도 하겠지

그러니 할말잃은 웃음까지

 

꿈 따라 가는 길에는

세상도 없고

동행도 없고

후회도 없다고

말하는 노가수

 

이절을 들으며 반전을 생각했다

네가 나에게 세상을 모른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나도 너에게

세상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네가 말하는 세상과

내가 말하는 세상

너와 나는

언제나 정의부터 다르다

 

우리들의 삶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그 어느 쯤에서

오늘도 울고 웃으며

가고 있는 것이다

   

 

 

       12.15.. 일요일밤에 이비에스에서 신인뮤지션 연말결선 같은 것을 보게 됐다.

                마지막 순서에 초대된 전인권씨. 검은 선글라스에 묵직한 모습으로 앉아서

                토해내는 노래를 들으며 가사에 신선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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