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나무
봄이면 제 몸을 뚫고 싹을 틔우고
나뭇잎이 달리기 시작하면
그 반짝이는 연한 초록빛으로
세상을 빛나게 하고
가을이면 떨어질 잎조차도
색색깔로 채색하는 나무
그렇게 끝인줄 알았던 나무가
겨울이 되니 하얀 눈을 입고
그간의 모습보다 황홀하다
눈나무
동화 속 포근한 눈나라처럼
현실감을 잃은 채 나는 그저
나무에 떨어질 듯 얹혀진
아슬아슬한 눈들을 보고 있다
12.16 눈이 온 후의 설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이 덮힌 나무가 아닐까.
어딘가로 한없이 데리고 가다 아무 곳에나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은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