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는 것은
책상 위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다
어느새 새 달력이 필요할 때 오는 것
비어있던 날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것은
그저 일정이었을 수도 있고
남기고 싶은 의미였을 수도 있을
메모들이 보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
어제조차도 먼 과거처럼 뒤로 물러가고
지나온 한 해가 까마득한 시절처럼
기억은 엷어지고 추억은 저혼자 쌓인다
달리다 멈춰 두리번거리는 사람처럼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일은
매뉴얼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처럼 엉성하지만
그래도 새해엔 마음껏 살아보고 싶은 거다
마음에 품은 것들을 흘려 보내지 않고
하나하나 눈맞춰 주고 시간을 내주면서
나를 찾아오는 것들에 공을 들이고 싶은 거다
어쩌면 맞이해야 할 것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우리가 새 해에 걷게 될 길인지도 모른다
12. 30.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이만큼 와 있는 것, 그것이 시간일지 모른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이 시간일지 모른다. 그래도 흐르는 시간 위에
한 점을 찍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