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 이어질 때

여느 날들을 돌아보았을 때

부족한 것은 휴일이 아니었다

반나절을 통화중이라고 해서

긴 하루가 적적한 것도 아니다

거리의 한계를 드리운 채

이해(利害)의 줄다리기를 하며

허공에 말하는 불구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다

 

휴일이 이어질 때

우리의 사연도

휴일처럼 길어지지만

휴식처럼 머물지 않는다

기록되지 못하고 묻혀갈

구전되는 이야기들은

온종일 첨삭되고 있다

긴 것들은 불순하다

 

불러도 불러도 후렴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래처럼

반복하는 가운데

흥분은 곳곳에 잠복해 있다

밤늦게 들여다본 어깨 뒤에

작지 않은 진갈색 흉터 자국

언제부터 내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앎은 모를 때, 가장 확정적일 것이다

 

밤도 깊었으니

이제 나그네는 집으로 돌아오리라

떠돌던 것들에게 뒷모습을 보이고

미련 없이 돌아서리라

한낮의 사연들은

먹은 것을 되새김질 하는 소처럼

다시 한 번 불려올지라도

이렇게 휴일이 이어지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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