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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
이상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1만 시간의 법칙』은 1993년 앤더스 에릭슨 플로리다주립대 교수가 쓴 심리학관련 논문에서 나왔다.
이후 이것에 대한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많았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맬컴 글래드웰이 2009년 발표한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에릭슨교수의 논문에 나오는 일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했다.
이것은 천국과 지옥이 있느냐 만큼 논란이 많은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의 대결에 대한 결론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는 글래드웰이 에릭슨교수의 논문의 한 부분을 뽑아다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웃라이어』가 틀렸다는 반박과 재 반박의 글들이 신문상에 오고 가는 와중에
에릭슨교수는 글래드웰이 자신의 논문에서 잘못 인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자신의 집중된 노력에는 집중적인 코칭을 포함한 효율적인 교육을 말한다는 것이다.
즉 연습하고 잘못된 것을 코칭받고 교정하고 다시 그것을 연습하는 효율적인 연습의 과정을 말하지만
글래드웰은 한 분야에 오랜기간 노력하면 되는 것처럼 이야기 했다고 한다.
언론사 출신의 글래드웰과 같이 현재까지도 언론 기사들은 여전히
에릭슨의 논문이 노력이 천재성을 이긴다는 주장을 한 것처럼 오용되고있다.
노력보다 천부성이 중요한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를 소개하는 언론은
에릭슨교수의 논문과 대치된다고 소개해버리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와 관련된 모든 책을 읽어볼 생각으로 제일먼저 2010년 출판된 이상훈씨의 『1만 시간의 법칙』을 읽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보고 『아웃라이어』를 떠올린다거나 표절이나 모방이 아니냐고 생각 할 수 있다.
두 책 모두 에릭슨교수의 논문의 내용을 토대로 쓴 책이기에 표절은 아니지만
에릭슨교수가 스스로 주장을 할 정도로 잘못 인용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두 작가 모두 기자출신이라는 접에서 전공인 짜집기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래드웰은 비록 잘못 인용되었지만 에릭슨교수의 논문을 발굴하여 세상에 알린 공로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상훈씨의 『1만 시간의 법칙』은 『아웃라이어』의 성공을 보고 썼다는 점에서 모방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웃라이어』를 찾기 위해서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제목이 그대로인 책이 나타난다.
내가 이 책을 먼저 읽게 된 이유도 그것이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이다. 새로울 것도 독창적인 것도 없다.
오히려 동의하기 어려운 어설픈 내용이 많이 있어서 계속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고민도 했다.
예를 들면 책 내용중에 지식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강심장이 되어야 한다고 하다.
긴장하지 않는 배짱을 가졌다면 흐트러질 일이 없다고 단정한다.
현장감에 노출하고 이를 감당하는 반복훈련을 통해서 긴장 상황을 익숙한 상황으로 만들면 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김연아를 예를 든다.
김연아가 실수로 해야 할 점프를 못했지만 다른 것으로 만회 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김연아의 라이벌은 그런 훈련을 게을리 해서 김연아를 넘지 못한 것이 아닐 것이다.
노력과 반복훈련은 응용과 임기응변과 대치되는 양날의 검이다.
양날의 검을 모두 가진 것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보는 편이 더 맞다.
김연아의 위기극복은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강심장으로 위기를 넘긴다고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실패하는 무모한 강심장이 훨씬 많다.
책 속에는 익명의 회사와 익명의 인물들이 많이 예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책의 신빙성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그 실례 내용이 논리성도 부족하여 더욱 더 신빙성이 없다.
금융회사의 중요 팀장의 병가로 찾아온 기회를
어느 팀원이 자청해서 팀장의 임무를 대신하고
그것을 성공으로 이루어 냈다는 예가 그렇다.
평소 가깝게 지낸 임원에게 자신이 해보겠다고 지원을 했고
반신반의 하면서 맡겼다는 내용에 실소가 나올 정도이다.
회사는 그렇게 운영되지 않는다.
더구나 거대한 자본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는 더욱 더 그렇다.
이런 어설픈 주장들은 곳곳에 있는데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의 대사를 다 암기하는 배우들의 암기력에 놀랍다고 하며
IQ 200의 천재들로 배우를 뽑는 것인가? 라는 감탄이 나온다.
역시 IQ가 좋아서 가 아니라 반복 노력이라고 한다.
IQ의 실효성의 논란은 둘 째 치고서 IQ는 암기력과 관련이 없다.
종합적인 사고능력의 측정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줄거리를 떠올리며 외우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반복 노력 이라는주장을 한다.
배우는 암기하듯 줄줄 대사를 읊어가며 대사암기를 하지않는다.
마인드콘트롤로 감정이입과 이중적인 심리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이 된다.
심리적인 이중인격처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몰입하면
그 배역처럼 생각하고, 고민하고, 말하게 된다.
그래서 그 많은 대사를 당연한 듯 외울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혹평을 하는 이유는 전혀 창의성이 없는 데다가
너무 많은 곳에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면서 까지 노력만 강조한다.
갑자기 어느 단락 소제목 에서는
“성공은 오케이 실패는 노케이” 같은 것을 언어의 유희라고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초딩이나 쓸법한 글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뉴스의 분업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자들이 방대한 기사를 다룰 수 있는 이유는
연합뉴스사 같은 뉴스통신기자들이 수집한 기사를 토대로 살을 붙여 기사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연합뉴스기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은 남보다 일찍 출근해서 가장 늦게까지 일한다고 한다.
작가는 연합뉴스에 입사하여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이 정도면 뻔뻔스러울 정도다.
처음 의문을 가졌던 표절과 모방을 잘 피해갔을지 모르겠지만
창의성이 부족하고 부실한 내용과 논리적인 오류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이 책은 표절과 모방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창조는 없고 모방과 발전을 통해 창조를 한다지만
이 책은 그렇게 봐줄만한 것이 없으며 오히려 수준 이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