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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어느 노비 가계 2백년의 기록
권내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9월
평점 :
역사학자인 작가가 논문으로 썼던 내용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판한 역사책이다.
조선시대에 3년마다 호적대장을 기재했다
어느 한 노비 가계의 호적을 추적하여 그들의 신분이 어떻게 바뀌는지
당시의 생활상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독특한 역사책이다.
학생 때 역사 교과서에서 조선시대의 양반은 소수였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민이거나 노비였다는 것을 배웠다.
이것은 우리의 가까운 조상들의 일이기에
현재의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내 친구나 이웃들의 몇 대만 올라가면
조상들의 신분이 나뉘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태어나 보니 노비로 태어났고 양반의 소유물로 착취당하는 삶이 있었고
이와 반대로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양반의 삶이 있었다.
만일 그러한 시대가 몇 백년을 더 유지되었다면
우리도 그러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배울 때 우리는 노비 쪽 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양반의 자손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역사를 배울 때 대다수의 평민과 노비들이 족보를 사서 만들었다는
비겁(?)한 편법을 자행한 것처럼 가르쳤다.
현재의 학교 교과서는 이것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역사를 배운 같은 시대의 학생들은
나만은 양반의 자손일거라는 막연한 믿음들을 가지고
노비나 평민들이 신분세탁을 반칙처럼 느꼈을 것 같다.
호적을 고치고, 관직을 사고, 족보를 만드는
면천의 과정은 소극적이지만
신분제에 대한 투쟁의 방법 중 하나였다고 책에서 말한다.
역사교과서가 나에게 심어두었던 오래된 잘못된 생각하나를
이 책을 통해서 바로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나 스토리가 아닌 논문 같은 책이지만
3년마다 기록하는 짧고 간결한 호적의 내용으로
많은 것을 엿보고 유추하고 발굴해가는 역사학자의 연구를 볼 수가 있다.
200년의 긴 가계도를 따라가보며
신분제도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하층민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실감할 수 있다.
특히 노비의 존재이유 자체가 양반의 재산이며,
경우에 따라 가족이 양반의 자녀들에게 상속되어
뿔뿔이 흩어지는 현실을 볼 때는 그 들의 삶의 무게는 상상하기 힘들어진다.
현재의 우리사회는 아직도 신분제가 남아있다.
재물이라는 것은 과거의 그 시대에도 면천을 해줄 만큼 위력이 있었고
지금은 그 힘이 더 강력해져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시대의 기득권이 신분제도로 여성과, 서자, 평민, 노비들을 눌렀듯이
지금도 그러한 억압은 당연하다는 듯 체제를 만들고 다른 형태로 계속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교훈으로 배워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