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과학수사의 모든 것 - 지난 200년 법과학 발전의 놀라운 이야기
발 맥더미드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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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시리즈로 태교를 했다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시기가 있었다. 벌써 20여년이 되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수학도 꽤나 잘하는 "T"형 인간으로 자랐다.
과학적 책 앞에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내적 과학근거를 휘두르고 있지만 아이를 볼때마다
'아, 내가 CSI를 많이 봐서...인가'란 생각이 들때가 필연적으로 많아서 이 책 제목을 봤을때 추억?이 더욱 솟았다.
역시나 여전히 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어릴때 괴도루팡과 셜록에 빠져살았던 만큼 범인잡도리가 취향저격인 것. 20년전 CSI시리즈는 그때의 과학에 머물러 있었다. 지문, 증거보존, 화학곤충학, 범죄심리학 등의 과학적 해설이 그때의 줄기였다. 이 책은 법과학의 탄생과 오류를 통한 또다른 성장까지 아우른다. 실제사건을 예로 들어주기에 더 생생하다.
"진실은 허구보다 더 기묘하다"할 만큼 이 법과학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위대하고 매력적이다. 그들의 탐구와 집착, 또다른 방향의 해석이 법과학을 성장시켰는지를 잠잠히 내게 일깨운다.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그들은 "아티스트"다. 그들은 사랑하면 더 알고 싶다던 성 보나벤투스와 같다.(오늘은 성 보나벤투스 축일이다) 자기 일을 얼마나 사랑하기에 여기까지 가능한 걸까.
적당한 흥미만 돋우는 책들과 다르게 굉장히 풍미있고 다채로운 감각을 독자에게 주는 책이다. 그럴듯한 주제를 포장하는 자극만 주는 구성의 책과 다름에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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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책사 - 한국사의 명암을 가른 관계의 힘
김준태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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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의 명암을 가른 관계의 힘
함께 시대를 만들고 서로를 시험한 왕과 책사의 기록
고국천왕과 을파소부터 고종과 김홍집까지

역사속의 관계에서 현재를 비춰보는 책이다. 독자는 리더일수도 있고 팔로워일수도 있겠다.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엮는것은 인생의 선물일 것이다. 악수를 나누기 위해서도 서로의 내미는 장단과 각도, 힘이 작용하는데 관계를 엮어간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 작용들을 서로 맞춰야하겠는가. 한반도의 역사를 훑어내려 찾아낸 마흔가지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지혜를 얻을 수 있겠다. 어렸을때 읽었던 위인전기 속의 인물들이 서로 짝을 지어 이어지는 이야기라서 재미있었다. 강감찬장군의 에피소드도 생각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 서로 맞잡은 관계도 있었는데 중간중간 자기 자리가 아님을 알고 물러나 적임자를 천거하는 인물들도 보였다. 이렇게 물러날줄 아는 것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여러 관계들의 엮어짐에서 흥과 쇠가 있었는데 믿음이 키워드였다. 내 주위관계에 내 믿음은 어느정도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가장 가까운 아이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너의 하루가 궁금할때 내 하루를 먼저 이야기해 본다. 믿음의 크기가 서로를 더 크게 키울 수 있기를 이 책에서 내 마음을 또 발견했다.
다가오는 방학에 아이들에게 가벼이 건네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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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돌칼에서 AI까지, 물건들이 만들어온 330만 년 인류의 대장정
칩 콜웰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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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멀리스트로 분류되는 인간인 내가 최근 물건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나는 많이 사고 버리지 않는 인간이다. 남편도 나와 동색이다. 그러니 책은 몇년씩 묵도록 버리지 않아 집이 무겁다. 자동차도 그렇다. 그렇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자기 몫을 다한 자동차를 폐차하려고보니 쌓인 내 짐이 참 많았다. 이제 더는 물건을 늘이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는 또한번 내게 나를 둘러싼 내 물건에 대한 역사를 되짚게 했다. "우린 왜 이렇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거야?"란 그의 누나의 질문이 나를 거쳐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같이 기다렸다.
그는 이 질문을
"호모 사피엔스는 어쩌다가 동시에 호모 스투펜시스, 자신의 물건들로 규정되고 형성되는, 물건으로 가득 찬 종이 되었을까?"로 바꾼다.

인류의 세차례 큰도약으로 첫째, 천연 재료가 우리의 상상력과 의지에 따라 다른 무엇으로 변향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둘째, 의미의 탄생(신앙, 화폐), 셋째, 풍요의 발명을 들었다. 그는 이 끝없는 소비주의를 자극하는 마케팅, 지위의식, 욕망 ,강박적 비축 뒤에 인류가 다다를 곳은 무엇인가에 대한 나직한 물음을 던진다. "진화의 전환점"으로 인한 생물학적 변화들. 지금 물건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내게 현실로 움직일 동력을 주었다.

p350. 나는 300만 년간 우리와 물건이 맺어온 관계를 살펴보면서 경이와 공포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러다이트를 지지한다.

그가 지향하는 진정한 러다이트를 통한 물건과의 관계가 미래로 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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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었던 곳
정찬 지음 / 말하는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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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ane『그들이 있었던 곳』
정찬
말하는 나무

『그들이 있었던 곳』을 “인간이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선책하야 하는가”란 근원적 물음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한 철학자 박구용교수의 추천자가 첫 문단을 채운다.
인간과 짐승의 가름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살기를 선택하는 짐승은 있으나 죽기를 선택하는 짐승은 없듯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이 인간과 짐승의 또 다른 점이 아닐까.
‘저항함으로서 실존적 자유를 느낀 노동자 김선욱’을 보며 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자,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선택 할 수 있는 자,
소리를 들었던 자와 귀를 막았던 자,
외치는 자와 숨죽인 자,
목도한 자와 눈감은 자.
2024년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시적인 문체로 엮어주신 데에 깊이 감사했다. 그 소설에는 슬픔은 있었으나 피비린내는 없었으므로. 피로 기록될 수밖에 없는 폭력을 다시 읽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으므로.
『그들이 있었던 곳』 은 1980년 5월 광주에 ‘산 자’로 있었던 자들의 죽기를 선택한 저항의 기록이다. 그 자리에서 ‘인간’으로서 살기로 선택한 삶의 기록이다.
배제고야구부의 사과방문이 광주일고와 5.18기념묘역에서 이어질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그들이 있었던 곳』을 읽으니 더더욱 우리는 너무 5.18을 광주 안에 가두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 안에 머물게만 둔 게 아닌가. 그로 인한 현재를 누리를 대한민국의 모두가 함께 ‘내 것-내 자유’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 올랐다. 그랬다면 지역혐오가 아닌 나자신을 혐오하는 것이란 걸 느끼지 않았을까.
『그들이 있었던 곳』은 5.18의 시작부터 간명하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광주만의 일이 아니었고 모두의 일이었지만 광주는 그만두기를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은 그들의 선택의 기록이다.
1980년 5월의 봄은 따뜻했으나 엄혹했고 죽은 자들이 산자를 살렸던 지난 2024년 12월은 추웠으나 꽃이 피었다.
‘5.18? 난 아는 게 별로 없어.’란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 그들의 선택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지, 같이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P198. “이 죽음들이 무슨 뜻인지 저에게 가르쳐주십시오.”


#그들이있었던곳
#정찬
#말하는 나무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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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팅 - 유령화 시대의 사랑
도미닉 페트먼 지음, 최리외 옮김 / 동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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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고스팅한 삼촌 가브리엘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의 고스팅에 대해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주제였다. 우린 이런 행위에 대해 흔히 용기없는 사람들이 택하는 회피형 선택이라고 말한곤 한다.
고스팅한 인간이 남긴 자리를 ‘부재하는 검은 양’이라 표현한 것에 웃음이 났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겪는 사회활동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연인, 가족, 우정, 자기자신에 이르기 포괄적으로 나타나는 고스팅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음가는대로 새로운 길을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하고 누군가에 유령으로 남는, 효용이 다한 사회적 관계가 그러하고 접점이 닿지 않아 소원해진 친구가 그러하다. ‘자기돌봄’보다 외부에 눈을 돌리는 사람도 자기자신을 유령화하는게 아닐까.
작가는 sns문화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친구가 되는 의무는 생략하고 친구갖지만을 바라는 사람”되어 있지는 않는지, 내 일상에서 유령화된 누군가를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가 유령화되었는지 혹은 내가 유령화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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