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군주론 - 제5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군주론』을 다시 읽으며, 군주가 될 생각없는 사람은 두번 읽어야할 책

사회지도층에게 회자되는 『군주론』은 애초 군주의 범위에서 한참 벗어난 나에겐 그다지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군주’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 샌가 재독이다. 같은 책이라도 다른 번역, 다른 출판사 서로를 비교하는 기묘하고도 작은 즐거움을 즐기는 편이기에 이 두 번째 독서 또한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번 재독을 통해 나는 대상만이 변화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이 책은 메디치시절의 이탈리아를 둘러싼 역사적 흐름을 펼쳐놓고 마키아벨리가 제시하는 ‘군주로서의 강령’을 수업받게 한다.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저술할 당시, 그는 피렌체 공화정의 몰락과 함께 쫓겨나 시골에 칩거하던 처지였다. 그에게 『군주론』은 새로 권력을 잡은 메디치 가문(로렌초 데 메디치)의 눈에 들어 어떻게든 중앙 정계로 복귀하고 싶어 했던, 이른바 '인생 역전을 노린 포트폴리오'이자 열렬한 구애의 편지였다. 피렌체 공직으로 복귀하고 싶어서 메디치 가문에게 열정적으로 구애하는 정계 복귀를 꿈꾸는 정치인으로서의 매력어필, 마키아벨리의 절박함과 욕망이 엿보여 내내 웃음이 깔리기도 했고 메디치를 향한 열렬한 구애에도 메디치의 군주에게 전달되었는지 읽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 역시 아이러니했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욕망이 단순히 '권력에 눈먼 아첨'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냉철한 분석과 현실감각에 애국심이 더해져 있는 가감없는 지침서로서 적확했기에 대중에게 유통하기에 위험한 책으로 분류된 것이 아닐까 싶다. 금서로 분류된 이유는 반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권력자의 민낯을 고발하는 책이어서가 아닐까. 권력자가 매섭든 달콤하든 그 매커니즘을 알게 된다면, 군주의 신비주의 상실과 권위추락을 막을 순 없을 듯하다. 권력자들에게 『군주론』의 확산은 영업기밀 누설과 같은 공포가 아니었을까 싶다. 바꿔 생각해보자면,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아첨하는 척하면서, 역설적으로 인민들에게 권력의 가면을 벗겨내는 방법을 알려준 셈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야말로 지금 이 책은 더욱 크게 회자되어야 한다고 본다. 소위 ‘군주’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형태의 권력아래에서라도 일반인의 필독서가 아닌가해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 자체가 현재와 미래의 ‘군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경종이 되지 않을까.
재독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기회였다.

#군주론
#나콜로마키아벨리
#까치
#일파만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멜리 노통브는 불친절하다.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발칙함과 거침없는 전개, 맥락 없는 반전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데 망설임이 없다. 럭비공같은 호선을 그리는 이 매혹적인 작가의 세계에 빠져, 나는 그녀의 거의 모든 작품을 찾아 읽었었다.
​신작 《자매의 책》 역시 노통브다운 작품이었다. 외형적인 부피감과 달리 200쪽을 넘지 않고 가독성 또한 여전했다. 예기치 못한 전개 속에서 노통브의 단어는 짧은 서사 안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기도 하고 독자의 서정성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작가는 이 얇은 책 속에 자매와 모녀가 겪는 날카롭고도 미묘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압축해 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 개인의 궤적과 맞닿는 순간이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자매이자 언니로서, 소설 속 '노라'의 모습을 보며 자기반성을 마주했다. 맏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에서 슬며시 뒷걸음질 쳐온 스물몇 자락 이후의 방관자적 나라는 언니를 호출했다.
​언제나 그렇듯 노통브는 친절한 설명 대신 강렬한 타격감을 선택했다. 배경처럼 존재하던 노라가 극의 후반부 던진 정서적 충격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뒤흔든다. 과연 노통브다운, 여전하고도 경이로운 뒷통수 후리기다.

#자매의책
#아멜리노통브
#열린책들
#프랑스문학
#일파만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읽은 책 중 옌롄커의 <딩씨마을의 꿈> 참 잘 읽었다. 중국이나 일본은 가깝지만 문학적으로도 먼 곳이었는데 그 편견을 깬 책이었다. 독서모임이 아니라면 읽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같은 책의 작가인 옌롄커는 중국의 문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누군가에게 추천할 일이 생긴다면 제 1번으로 선택될 작가가 될 것이다. 두번째로 접한 이 책의 결은 옌롄커가 기복없는 작가임을 독자층이 두터운 이유도 알것 같았다.
소설이기보다는 동화와 같은 작품임에도 나날이 늘어가는 햇볕의 무게만큼 읽을수록 마음을 묵직하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 작가서문에서 밝힌 것과 같이 일렁이는 옥수수밭과 해를 통해 느낀 개인적 체험이 어떻게 자라는지 알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애지중지 키운 옥수수한그루처럼 작가안에 발아된 씨가 작품으로 키워졌는지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러한 안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같이 파종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게 한다.

눈이 먼 개에게 말을 거는 노인이 우화같으면서도 일훈 둘의 나이와 가뭄을 이겨내려는 그의 생을 위한 의지와 일갈에서 햇빛의 무게를 달거나
옥수수 한그루를 살리려 애쓰는 그의 손길에서 나는 나 이후의 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생각했다. 나의 옥수수, 나의 장님, 그리고 동전의 선택,
내가 남기고자 하는것이 어떤 의미일지 그게 의미가 있겠나 하는 생각때문에 나는 뭔가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던가 싶다. 자연의 일부로 잘 남는 것은 어떤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 지구 타이드 네오픽션 ON시리즈 39
이경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체>로부터 시작됐던가, SF문학이 거세게 내 피부에 와 닿았던것이. 삼체의 시작이 역사적 사실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면, 동서양의 철학과 인물들이 녹여 있지 않았다면 그 비중이 그만치 컸을까 싶다. 올해초를 메우고 있는 것은 <프로젝트 헤이메리>일 것이다. 아포칼립스적 상황을 상정해놓고도 전체를 아우르다시피한 위트와 반전이 준 재미를 또 매력으로 뽑을 수 있겠다.
<두번째 지구 타이드>는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대안"에 대해서도 생각케한다. 지구에 대한 대안, 신체에 대한 대안,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제2의 터전을 찾기 위한 여정과 사건사고를 통해 생기는 의문을 '프랑켄'이 된 새로운 피조물 아인이 찾아나선다.
상상력의 영역이 작가마다 그리고 나라마다의 철학적 토양이 작용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겁다. 이경작가는 창조주와 피조물에 대해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성은 받았으나 이름은 받지 못한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독자에게 제시하면서 우리에게 이름이 주는 명명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과거를 찢고 나온 미래가 현재가 된" 의혹을 풀어가는 아인의 속도를 따라가며 우리의 현재가 될 미래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퀴벌레 이야기 - 내 삶의 불청객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법
매슈 맥스웰 지음, 앨리 데이글 그림, 김선형 옮김 / 동아시아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삶의 불청객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법"이라니 생각해 본적 없다. 이런 질문을하는 책이라니, 나는 보통 그들을 피하거나 없애려는 쪽이었다.
우선 이 책은 나로서는 답이 정해진 질문에 대해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그것도 어린 소년의 일상으로.
나도 바퀴벌레에 대한 좋지않은 기억이 있고 이 소년과 같은 전환은 이루지 못한채 50이 넘도록 살고 있다. 같은 혐오에 공감하며 들어갔다가 소년의 변환에 놀란다. "넌 뭐니, 정말로?" 혐오, 두려움의 대상이 바뀌는 것에 같은 물음을 던지는 소년과 지금의 내가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는 누군가를 불쾌해 한다. 불특정한 무엇인가를 그렇게 만난다. 그때마다 쿨한듯 지성적인듯 자기방식으로 처리한것처럼 그럴듯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실은 아니다.
실은 아니란 것을 이 작고 조그만 책이 아무렇지 않게 지적한다. 실제와 허상에 대한 반복된 물음을 함께 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 이 책은 치유의 책이다. 소년의 감정과 호흡을 따라가면서 나의 혐오를 실패를 응답없는"걸어나가게 된다. 끊김없이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당신 기억 안의 '바퀴벌레'가 '아름다워'질 기회가 될 것이다. 동아시아출판사란 이름이 주는 신뢰가 이미 깊었음에도 이 책으로 한층 깊어졌다.


#바퀴벌레이야기
#매슈맥스웰
#김선형
#동아시아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