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는 긴축 재정, 무역 자유화, 규제 완화, 민영화 등 이전 20년 동안 볼리비아 경제를 황폐화시켜 온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반대하는 대중들의 항의 물결을 타고 2005년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워싱턴 컨센서스 정책은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국제적으로 가장 힘이 센 3대 경제 기구인 미국 재무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적극 주장하는 정책들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부자 나라들에서조차 신자유주의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개발도상국들에서 운용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재앙에 가까웠다. 이 정책들이 그들의 필요에 특히 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영국에서 공부하기를 원했던 건 한국에서 학부 교육을 받으며 배운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편협하고도 기술적이기만 한 내용에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비스마르크의 유산은 독일 중공업의 발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심지어 그보다 더 중요한, 독일을 훨씬 넘어서는 영향을 끼친 업적을 이루었다. 복지 국가의 확립이 바로 그것이다.

복지 국가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은 극보수의 대명사인 비스마르크였다.

일단 1879년 ‘철과 호밀의 결혼’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한 비스마르크는 복지 정책의 도입에 속도를 내서 1883년에는 공공 의료 보험을, 1889년에는 공공 연금을 제정했다

많은 사람이 ‘사회주의적’이라고 여기는 복지 정책을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것은 사회주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복지 국가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이 제도가 소득 지원, 연금, 주택 보조금, 의료 보험, 실업 급여 등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혜택을 베푸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사실 비율로 따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느끼는 간접세 부담이 훨씬 크다. 예를 들어 2018년 영국에서는 소득 최하위 20퍼센트 가구가 낸 간접세는 소득의 27퍼센트인 데 반해 최상위 20퍼센트가 부담한 간접세는 소득의 14퍼센트에 불과했다.

노동자에게 생계 급여 이하의 임금을 지급해 그들이 생존을 위해 복지 국가에 의존하도록 만들면서 정작 기업 등록을 조세 도피처에 해서 탈세를 하는 기업이야말로 ‘무료로’ 혜택을 입는다고 할 수 있겠다.

복지 국가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대비해 시민 모두가 공동 구매하는 사회 보장 상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복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나라의 시민(그리고 장기 거주자) 모두가 동일한 보험 패키지를 대량 구매를 통해 싼값에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소득 불평등이 더 큰 미국에서는 비율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

가공 식품 산업이 힘이 세기 때문에 미국인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한다.

"안 돼요, 손님, 아에로플로트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사회주의 항공사잖아요. 특별 대우란 건 없습니다."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건 불공평이다

여성들은 화장실에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공간도 더 필요하기 때문에 남녀 화장실 크기가 같은 것은 매우 불공평하다. 영화관이나 음악회장에서 여자 화장실 앞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흥미롭게도 사회주의와는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극단에 선 사람들, 다시 말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도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평등과 공평함에 관해서는 사회주의자들 못지않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타당성을 획득하려면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바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조건이다. 다시 말해 ‘기회의 평등equality of opportunity’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달리기를 할 때 어떤 사람은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면 모두가 출발하는 지점이 같다고 해서 그것을 공평한 경주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의 모든 성원이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기회의 평등 또한 의미를 잃고 만다.

따라서 인생의 경주를 진정으로 공정하게 하려면 그 경주에 참여하기 전 모든 어린이가 경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오래도록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개인의 필요와 역량은 무시한 채 결과와 기회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이다.

좌파는 모든 사람에게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마다 다른 필요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반면에 우파는 기회의 평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개인 간의 역량이 어느 정도는 균등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타는 듯한 느낌, 특히 점막을 태우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매운맛의 주역인 캡사이신capsaicin은 실제로는 직접적으로 조직을 손상하지 않는다. 그냥 몸이 그런 손상을 입고 있다고 뇌를 속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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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들은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의 중요 조건으로 무역 자유화를 내걸곤 한다

인간의 개입 없이는 번식할 수가 없다. 그 결과 이런 방식으로 번식시킨 바나나는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20세기 전반부 내내 미국 해병대가 미국 기업들, 특히 바나나 회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나라들을 침략, 점거하는 일이 잦았다.

미국 바나나 회사들의 악명은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바나나 학살Banana Massacre로 극에 달했다.

바나나 학살 사건은 콜롬비아의 소설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One Hundred Years of Solitude》(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는 것을 고백한다)을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요즘 미국을 비롯한 부자 나라 사람들은 ‘바나나 리퍼블릭’을 의류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원래 부자 나라의 거대 기업들이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던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였다.

다국적 기업의 혜택을 입을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국적 기업이 적절히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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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네아멘툼의 일차적인 뜻은 그은 선(線) 또는 획(畫)으로서, 이를 뜻하는 또 다른 라틴어 단어인 리네아(linea)의 뜻과 같다.

알베르티가 이 책에서 복수형 단어를 일관되게 쓰는 리네아멘타는 여러 개의 선들이라는 뜻을 넘어, 선들의 조합(이 경우 그 조합은 선들 사이에 있는 특정한 각들을 통해 만들어진다) 또는 그것에 의해 생긴 기하학적 형태 내지 도형이라는 뜻을 가진다.

나아가 이 책에 쓰인 맥락상 도안 내지 디자인이라는 뜻을 또한 담고 있다. 팔라디오는 자신의 건축4서에서 이 말을 디제뇨(disegno)라는 이탈리아어로 번역했고 올란디(Orlandi)도 이를 따랐다.

무릇 리네아멘타의 방법과 원리는 건축물의 면들을 이루고 감싸는 선들과 각들을 결합하고 짜 맞추는 올바르고 충분한 방법을 갖는 데 있다.

리네아멘툼은, 정해지고 맞아 떨어진, 정신으로써 미리 그린 것으로서, 학습된 정신과 재능에 의해 만들어져 완벽해진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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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거리는 지붕의 파도와 숨 가쁜 생명의 움직임, 파리의 지붕을 망망대해와 동일시한 은유적 표현은 파리의 문단을 휩쓸었다. - P43

수많은 우주생성론에서는 집을 인간의 몸과 동일시한다. - P52

전통 가옥은 우주적 상징주의를 부분적으로 형상화한다. - P52

‘하늘의 창‘이라 지칭되는 지붕의 천창은 하늘과의 소통을 담당한다. 중국인은 몽골인이 사는 텐트 꼭대기의 창구를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중국어에서 ‘하늘의 창‘이란 표현은 ‘굴뚝‘을 가리키기도 한다 - P52

몽골인의 텐트 중앙에는 말뚝이 있는데, 창구를 통과하여 밖으로이어진다. 이 말뚝은 상징적으로 ‘세계의 기둥‘, 즉 악시스 문디axis mundi‘ 와 동일시된다. 악시스 문디는 집을 지탱하는 중앙 기둥으로 세계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었다. - P52

하늘을 지탱하는 기둥, 대지와 하늘을 연결하면서 생명과 지식을드러내는 나무, 성스러운 세계로 승천하는 것을 돕는 성산 등은 수많은 우주론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초적인 축의 상징이다. 사람들은유추를 통해 그 상징들을 집의 공간에서 찾아낸다. - P53

"우파니샤드‘나 불교 이후의 인도 종교, 즉 비우주적 종교에서 하늘을 향해열린 구멍은 인간적 조건에서 초인간적 조건으로 이행하는 것이 아닌 초월, 우주의 소멸, 자유를 나타낸다. - P53

만일 상품 카탈로그를 보고 ‘집장사꾼‘의 공동주택을 구입한다면, 이는 조상에 대한 폭력이나 이웃을 향한 결별 선언으로 여겨질 것이다.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 P54

하지만 집의 형태는 대체로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대성을 전통에 통합하여 흡수하는 것이다. 좀 더 분명히 말하면, 이런 문화권에서 중요한 것은 선망받는 현대성의 전통을 창출하는 일이다. - P54

1945년에 첫 출간된 《환경과 기술》에서는 주거를 설명하는 데한 장 전체를 할애하여 지붕에 관한 설득력 있는 글을 남겼다. 이 책에서는 "어느 곳에서든지 건축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부분이 지붕이다"라면서 몇 가지 예를 제시한다. - P56

지중해 주변, 중국, 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뿐만 아니라 미국 남부와 멕시코에서도 볼 수 있는 테라스형 지붕,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Ger나 아프리카 전통 가옥의 원뿔형 지붕, 필로티형 가옥의 양면 경사지붕 서까래 지붕 등이다. - P56

특허 보호 기간을 줄이면 지식이 더 빨리 공공 영역으로 나오게 되어서 특허라는 양날의 칼 중 혁신을 방해하는 쪽의 날을 좀 더 무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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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기업은 집단적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음식과 짠 음식을 구분하는 기준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특허는 정부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개발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그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허용하는 대신 그 기술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지식 생산에 가장 중요한 재료가 지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연관 지식의 많은 수가 특허의 보호를 받고 있으면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는 비용이 비싸진다.

맞물린 특허의 문제는 최근 들어 더 많은 종류의 지식, 심지어 유전자 수준까지 파고 들어가는 지식이 특허로 보호받게 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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