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점은 지구적 차원의 분배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세계 시민주의 정의론의 시작이 바로 『정의론』의 차등 원칙이라는 점이다.

롤스의 많은 제자들이나 지지자들이 이 차등 원칙에서 영감을 얻어,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반복되는 착취 등으로 생겨나는 개인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세계 시민주의 프로젝트를 추구했다.

"가능한 것의 한계는 현실적인 것이 짓지 않는다"

들뢰즈는 니체의 가장 난해하고 비밀스러운 사상인 ‘영원 회귀’를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여 ‘차이와 반복’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차이’란 생성의 본질이며 ‘반복’이란 생성의 순간의 되풀이이다.

자신의 힘의 끝까지 펼침으로써 그 어떤 회한도 남기지 않을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것

신경 체계에 직접 작용할 수 있는 감각을 창작하라는 것

입문을 위해 가장 적합한 책은, 이정우가 번역에 참여한 우노 구니이치의 『들뢰즈, 유동의 철학』이 아닐까 한다.

입문자에게 권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원전으로는 『디알로그』(1977)를 꼽고 싶다.

들뢰즈의 가장 중요한 저술은 『차이와 반복』도 『의미의 논리』도 아닌, 『니체와 철학』이다.

니체 철학을 구성하는 두 축인 ‘힘’과 ‘권력(권력 의지)’은 니체 자신과 들뢰즈 자신에 대한 숱한 오해를 낳는 부분이면서도 결국은 들뢰즈 철학의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욕망의 본질이 생산과 구성이라는 점은 니체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들뢰즈를 소개한 중요한 학술서로는 서동욱이 2000년대 초반에 출판한 『차이와 타자』 및 『들뢰즈의 철학』을 꼽을 수 있다.

『카프카』와 『철학이란 무엇인가?』의 번역 및 역주는 끔찍한 수준이다.

직전 저작인 『의미의 논리』에 등장하는 ‘종합 이론’은 완전히 폐기되며, 『안티 오이디푸스』에 이르러 비로소 끝까지 지속될 갱신된 모습으로 정립된다.

또한 정신분석을 현대의 신학이라 비판하면서 완전히 결별하고, 혁명적 정치를 위해 ‘분열-분석’이라는 새로운 실천학을 제시한다.

나아가 국가의 역할, 자본주의 체제, 화폐와 시장에 대한 면밀한 역사적-논리적 분석을 통해 현재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선견지명 있는 고찰을 보여 준다. 그리고 니체와 마르크스의 행복한 결합을 성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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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모든 입자가 허파 속으로 들어갈 위험 — 후두가 닫히게 만드는 교묘한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 이 있음에도 기도의 입구 위를 통과해야만 하는 이상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고등 척추동물의 아가미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으나, 배(胚)에서 나타나는, 목 양쪽으로 난 갈라진 틈과 고리 모양으로 형성된 동맥은 지금도 예전에 아가미가 존재했던 위치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아가미가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자연 선택을 통해 서서히 변했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기관의 점진적인 전이에 대해 고찰할 때, 어떤 기능에서 다른 기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

자연은 변이를 일으키는 데는 너그럽지만, 혁신을 일으키는 데는 인색하다

자연 선택은 오직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소한 변이들을 취함으로써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절대로 도약할 수 없으며, 다만 짧고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으며 전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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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명 시절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은 2천 년 이상 지속된 서구 문명의 역사가 자연의 탈신화화에서 시작되었으나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를 거쳐 인간이 다시 신화적인 자연 상태와 다름없는 세계에 예속된 것을 계몽의 변증법적 발전 과정으로 파악한다.

미국 망명 시절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은 2천 년 이상 지속된 서구 문명의 역사가 자연의 탈신화화에서 시작되었으나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를 거쳐 인간이 다시 신화적인 자연 상태와 다름없는 세계에 예속된 것을 계몽의 변증법적 발전 과정으로 파악한다.

‘반유대주의’에 기반을 둔 독일 나치즘이 독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회에 통합되지 않는 타자를 배척하고 제거하는 정치적 전체주의라면,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와 기술의 결탁을 기반으로 탄생한 획일적인 대중문화인 ‘문화 산업’ 역시 개인의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마비시키고 체제 순응을 강요하는 문화적 전체주의가 되는 것이다.

『한 줌의 도덕』은 올바른 삶에 대한 신념이 배반당하고 전통적인 윤리적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다만 유토피아적인 이념의 편린들에 들어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전할 뿐이다.

아도르노의 사상과 저작들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전제로서, 사유는 현실의 부정적인 현상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부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부정 변증법은 사물을 인식하는 주체인 인간 정신을 절대시함으로써 기존 세계의 긍정에 빠진 헤겔이 대표하는 관념론적 변증법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데 주력한다.

모든 경험적 현실을 초월한 존재의 이념을 상정하는 하이데거의 존재론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아도르노는 관념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던, 과학주의를 숭상하는 실증주의뿐만 아니라 독단론으로 흐른 유물론의 한계 또한 지적한다.

그처럼 예술의 역사적 발전과 사회적 위상을 고찰할 때, 객관적 세계의 물화 경향과 이에 상응하는 주관적 의식의 물화 경향이 가속화된 산업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시작된 현대 예술은 이제 더 이상, 이른바 순수 예술이 탐닉했던 아름다운 가상의 세계로 도피할 수 없는 것이다.

태고의 주술적 단계를 거쳐 중세와 근대의 종교적·정치적 속박에서 해방됨으로써 획득된 예술의 자율성은 19세기 말을 풍미한 유미주의에서처럼 점차 현실과 유리된 채 스스로 신화화됨으로써 기존 현실 세계를 긍정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완성 유고로 출간된 『미학 이론』에서 아도르노가 예술의 자율성이 지니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에 가하는 비판의 궁극적인 목적이 예술의 자율성에 내포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잠재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 있음은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이데올로기적 성격으로 인해 해체되기 시작한 예술의 구제는 오직 경험 세계에 대항하는 비판적 잠재력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해야 하는 예술의 자기비판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부정적 현실과 미메시스적 상관관계에 있는 예술은 동시에 부정적인 현실을 넘어서는 유토피아적 화해 이념을 선취함으로써 사회에 대한 올바른 비판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롤스의 사상은 칸트, 로크, 루소, 헤겔, 밀 등의 영향을 받았으며 자유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마르크스에도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혁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롤스는 기업가 계층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사회 구성원과 비숙련 노동자 계층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구성원들이 출발선상에서 지니는 삶의 전망의 불평등을 직시하며, 이런 최초의 불평등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묻는다.

제1원칙에 따르면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언론과 집회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유 재산권, 부당한 체포나 구금을 당하지 않을 자유 등은 시민들의 기본적 자유로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할당되어야 한다.

한편 두 번째 원칙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규정하고 확립한다.

제2원칙에 따르면 재산과 소득의 분배가 반드시 균등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불평등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차등 원칙).

그리고 공직을 비롯한 사회적 직책은 누구나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공정한 기회의 원칙).

롤스는 누군가에게 ‘합리적인 것’이 동시에 누군가에는 부당하고 심지어 무법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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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사실로 미루어 보아 어떤 예민한 신경이 빛뿐만 아니라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공기 중의 약하고 부정확한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마 척추동물이라는 이런 거대한 강에서 눈이 완성된 초기 단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화석을 함유한 지층 중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데까지 내려가야만 할 것이다.

체절동물은 다른 메커니즘이 없이 단순히 색소 물질로만 덮인 시신경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시작으로 눈의 발달이 이어진다.

자연 선택이 단순히 색소 물질로 덮여 있고 투명한 막으로 싸여 있는 시신경이라는 단순한 장치를, 체절동물이라는 거대한 강의 일부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완벽한 시각 기관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변이는 사소한 변화들을 만들어 낸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 변이들은 무한대로 증가하며, 자연 선택은 언제나 정확한 기술을 가지고 각기 개량된 것들을 골라낼 것이다.

만약 수많은 연속적인 사소한 변화들을 통해서는 형성될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기관이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나의 이론은 완전히 뒤엎어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경우를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원래 부레는 물속에서 뜨기 위한 목적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지만 완전히 다른 목적인 호흡을 위한 것으로 변형되었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어떤 물고기에서는 부레가 청각 기관의 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나는 진짜 허파를 가지고 있는 모든 척추동물이, 부유 장치, 즉 부레를 가지고 있었던 알 수 없는 고대의 원형으로부터 일반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이어져 내려왔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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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설정을 굳이 분명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평범한 소년에게동일화시켜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라는 것이 《이리야》의기법이며 그러한 개인적인 이야기야말로 먹힌다고 아키야마는 감지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키야마는 작품에서 설정을의식적으로 배제하고, 타카하시 신이나 신카이 마코토 같은 이야기를 굳이 택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90

이러한 의미에서는 ‘너와 나의 연애가 세계의 운명에 직결‘하는 구도는 사회(군대는 분명 관료 조직의 전형이다)가 만들어 낸 세계라는 것이 된다. - P91

《이리야》가 완결된 시기는《최종병기 그녀》나 <별의 목소리> 발표 후이니, 이 결말부에서 앞의 두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읽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너와 나의 연애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사회가 그렇게 디자인해놓은 것에지나지 않는다‘라고 말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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