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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 First Kiss - 30ml
데메테르
평점 :
단종


첫키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처럼,  달콤하면서 상큼한 느낌을 주는 향수입니다.  

약간 달달한 냄새라고나 할까요? ^^  

약간 블루베리 향도 나고, 꽃향기도 섞여있고, 그렇다고 여름향수의 느낌은 아니구요. 

적당히 진하고 무거운 느낌도 있는 향수랍니다.

여성들이 쓰기엔 딱! 좋은 향수인 것 같아요. 데메테르 향수치고는 지속력도 있는 편이구요.  

혹자는 이걸 보고 페로몬 향수 같다고도 하던데... ^^ 

맡으면 맡을수록 계속 맡아보고 싶은, 묘한 느낌을 지닌 향수입니다.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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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처음에 ‘채굴장으로’ 라는 제목을 접했을 땐, 1950년대 배경의 농촌소설인 줄 알았다.  

그야말로 촌구석인, 한 때 광산업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마을에서  

치매 걸린 시어머니와 무기력한 남편과 함께  

어떻게든 삶을 꾸역꾸역 살아나가는  한 많은 여인네의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그 위에 써 있는 ‘그에게 끌린다, 남편을 사랑하는데......’라는 문구를 보고  

‘.......또 불륜인가......’하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불륜, 연애, 사랑. 왜 다들 그 ‘죽일 놈의 사랑’에 그렇게 열광하는가.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다 욕할 거면서.  

몰래 훔쳐보고 남몰래 고개를 끄덕인 후 당사자들에게 침이나 뱉어줄 거면서.  

왜 다들 불륜에 대해 쓰고, 이야기하지 못해 안달일까.  

 결국은 궁금해서인가보다. 책을 쓴 저자나 그 책을 읽는 나나.

주인공인 세이는 초등학교 양호교사로 화가인 남편과 섬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섬에는 친구이자 동료 교사인 쓰키에,  

쓰키에와 연인 사이인, 가정이 있는 본토,  

때론 심술궂지만 넉살좋은 이웃할머니 시즈카 씨,  

그 외의 착하고 순박한 섬 주민들이 있다.  

(쓰키에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 

얼마나 좋으면 그러겠어―’라고 반응하는 이 사람들은 정말 착한 거다.)  

어느 날 이 섬에 도쿄 사람인 이사와가 부임해 온다.  

그리고 세이는 이사와를 욕망하게 된다. 서서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진 않는다.  

이사와는 섬을 떠나고, 세이는 남편 곁에 남는다.  

하다못해 둘이 자지도 않았다. (정작 이사와와 자버린 건 친구인 쓰키에다.)  

둘 사이에 이루어진 신체적 접촉이란  

이사와가 세이의 입술에 손가락 한 번 대본 게 다다.  

불륜이라면 흔히 상상하게 되는 ‘화끈함(?)’은 전혀 없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러나 세이의 일상이나 대화에서 미묘한 긴장은 감지된다.  

“그랬어예? 같은 사투리를 쓰는 세이가  

이사와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표준말을 쓰며  긴장하고,  

”신랑 품에 안기지 못한 티가 다 난다 아이가.“ 라는 시즈카 씨의 농담에 발끈하며,  

”당신은 남편을 사랑하십니까?“ 라는 무례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세이.  

그녀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1인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내면은 읽어내기 힘들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주변 인물들이다.  

불륜남의 아내와 삼자대면을 한 후 이사와와 자 버리고 그와 결혼하겠다는 쓰키에,  

곁에 없는 남편과 정사를 나누는 꿈을 꾸며 밤마다 음란한 신음소리를 내는 시즈카 씨,  

“쓰키에 씨는 거미 같은 사람이라 난 그녀에게 붙잡힌 것”이라고  

말하며 킥킥대는 이사와.  

세이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그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다.  

주인공인 세이는 오히려 독자의 눈에서 밀려난다.

그러나 “터널을 파나갈 때 제일 끝에 있는 지점을 채굴장이라고 합니더.  

터널이 뚫리면 채굴장은 없어지지만,  

계속 파는 동안은 언제나 그 끝이 채굴장이지예.”(p.258)라는 세이의 말처럼,  

결국 끝에 서 있는 건 세이, 바로 그녀이다.  

그녀도 독자도, 끝에 가서야 숨어있던 그녀의 욕망에 대해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마지막의 평안해 보이는 세이의 미소가 얼마나 많은 담금질을 거친 것인지.  

이 책은 남들이 비난하든 말든 서로 좋아 죽는 뜨거운 불륜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읽는 내내 바삭거리고 건조한 느낌.  

내면이 너무 뜨거워서 정작 표면은 말라버린 느낌.  

폭발할 것 같은 열정이 보이나 싶더니 얼른 뒤로 물러서서 사태를 관망하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숨짓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다.  

건성으로 읽고 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물 냄새보다는 동물 냄새가 나는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세이의 한숨을 느꼈다면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될 것이다. 

끝에 다다른 사람은 어떻게든 그들만의 해답을 찾아낸다고 한다.

그러나 그 해답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평온한 세이에게, 난 그저 이렇게밖에 말할 뿐이다.

참, 용케도 잘 참아냈군요, 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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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다이라 아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이다.  거기다 항상 하하-하고 웃고 있다면 배로 싫어진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몇 년 뒤엔 또 변하겠지? 제발 그러길 바란다.) 비비꼬인 못된 성정을 가졌대도 상관없다. 힘들면 힘든 티도 내고 짜증도 팍팍 내는 것으로 화를 풀어가는 나로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결국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 라는 소리는 그야말로 ‘뭐 같은’ 소리인 거다. 멀리 있어 보이지도 않는 행복보다는, 눈앞에 있는 화내야 하는 일엔 화를 내야 하는 거다. 거스름돈 200원을 주지 않는 불친절한 택시기사 아저씨에게도, 그 나이 되도록 애인도 없냐는 친척의 농담에도, 눈가 주름이 더 는 것 같다는 후배의 장난에도, 일단 터트리고 보는 거다. 내가 왜 참아야 하는데? 날 얼마나 우습게보면 저런 소리를 하겠어? 다시는 날 우습게 못 보도록, 따끔하게 화를 내주겠어! 하고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나이 먹더니 성질만 늘었다-라는 평가를 받기가 일수지만. 

 

다이라 아스코의 단편집인 ‘멋진 하루’에서는 내가 앞에서 열거한 그런 경우보다 열 배는 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전 애인의 돈을 갚지 못해서 자신의 또 다른 전 애인들을 찾아서 돈을 빌리는 남자, 자신의 가족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결혼한, 그러나 몇 개월 단위로 바람을 피우는 남편과 살아가는 여자, 호스티스에 성형수술까지 몇 번 한 현재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아련한 옛사랑을 만난 여자, 기껏 일탈을 해보려다가 듣도 보도 못한 가출한 딸을 닮았다는 이유로 임종을 앞둔 그 딸의 아버지를 만나야 했던 여자. 

 

 ‘ 오늘의 황당 뉴스’ 중 베스트로 꼽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 뉴스였다면 댓글도 줄줄 달리겠지. ‘헐- 님 미친 거 아니셈? 부모자식 간에도 돈 거래는 하는 게 아님-’ ‘바람피우는 남자는 거기를 잘라야 함!(헉-)’ ‘그런 상황에서 짝사랑을 만나다니- 열라 쪽팔렸겠다! ㅠㅠ’ 정도? 누군가의 삶을 타인들은 가볍게 평가하고 때로는 동조해주며 스쳐지나간다. 결국 내 일은 아니니까. 알게 뭐야? 안 그래? 

 

그렇지만 다이라 아스코의 인물들은 정말이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긍정적이다. 첫 번째 단편인 ‘멋진 하루’에서, 결혼을 하고서도 다른 여자를 만나는 전 남자친구에게, 불륜을 저지르지 않으면 협박도 안 당할 거 아니냐고 비난하는 여자주인공에게 전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라도 잠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가 있잖아. 결혼을 해도 그건 마찬가지야. 그게 정상이라구.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것만으로 행복해져서 힘이 생기잖아. 하지만 행복이란 건 이내 사라져버리지. 그러니까 힘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있어. 결혼했으니 이제 평생 다른 누구도 좋아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돼.”

 

만약 내 친구가 저런 말을 했다면, 아마 앞에서는 “어어 그래~” 하며 웃어주고 그 다음부터는 만나지 않을 거다. 속으로는 엄청 욕했을 거고. 그럴 거면 결혼을 하지 말지. 게다가 지가 저런 말 할 처지야? 남의 돈도 못 갚고 빌리는 주제에. 그러니까 네가 인생을 그딴 식으로 살게 된 거야~ 하고 말이다. 

 

이런 짜증들은 글을 읽을수록 점점 증폭되고 있었다. 바람피운 주제에 처제의 상견례에 가서 넉살 좋게 떠들어대는 남자(제발 입 다물고 있으라고 그렇게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와 기둥서방까지 있다는 걸 들켜놓고서는 옛날의 내 얼굴을 이쁘다고 해준 옛사랑에게 기부금을 안겨주는 여자(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다시 보지도 못했을 거다.) 어디서 이런 인간들이 기어 나와서 살고 있는 건가?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도 안 하는 건가? 이런 뻔뻔스런 인간들은 한 일주일 굶겨놔도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올까?  



도대체 그 긍정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삶을 살아가는, 징그럽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긍정. 이런 게 행복일까? 아무도 이들을 절망시키지는 못할 거다. 넘어져도 그들은 다시 일어날 거다. 그들에게 났던 짜증은 결국 나 자신에게 돌아왔다. 넌 뭘 그렇게 열 내고 있니? 그렇게 일일이 화내고 대응할 필요가 있는 거야? 독을 품고 있는 항아리는 결국 깨져버린다는 거 몰라? 
 


그들은 결국 자신에게 완전히 절망하진 않았던 거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은 1% 정도 남겨두는 사람들인 것이다. 화를 낼수록, 절망이 늘어날수록, 댐의 모래구멍처럼 언젠가는 나라는 존재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걸 알고있었던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들.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때, 나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내가 졌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단연컨대, 이렇게 살지는 못 하겠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문제로 소중한 사람들을 열 받게 하지 않았는가. 이건 분명히 뻔뻔한 거다. 다만 새로운 하루는 언제나 시작된다는 것은 믿을 거다. 그 하루는 적당히 뻔뻔하고, 어제보다는 1% 긍정적인 나로 살아볼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다이라 아즈코, 이 바닥에서 마구 설칠 예정이오니, 오래오래 사랑해주세요.”라는 넉살좋은 후기를 남긴 작가처럼 말이다. 고마워요, 다이라 아즈코님. 이건 100%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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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지나 패스트 업소빙 핸드 크림 - 85g
존슨앤드존슨
평점 :
단종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손을 자주 씻는 편이라,  

핸드크림을 여러종류로 사용해 보았습니다. 

뉴트로지나는 워낙 유명하지만, 특유의 끈적임 때문에  

사용감이 별로였어요. 바르고 나면 한 10분 정도는 미끄러움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죠. 

그런데 같이 일하는 원어민 교수님이 이 핸드크림을 쓰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빌려서 한번 발라봤는데, 좋더군요! 

기존 뉴트로지나 제품에서 끈적임만 뺐다고 보시면 됩니다. 

향이나 질감은 거의 비슷하구요.... 

굉장히 만족하면서 쓰고 있는 제품이에요. 물론 가격은 싼 편이 아니지만... 

뉴트로지나의 끈적임이 싫으셨던 분이라면 한번 써보세요!!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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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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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람,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
이 책에 대해서
정말 단순하게 말했을 때의 얘기다. 


 

그리고 역시 살인, 사람,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 및 매일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들에 대해
정말 단순하게 말했을 때의 얘기다.   


 

그리고 이 단순함이란 것은  ‘살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대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끔찍하고 무서운 일, 그렇지만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 이렇게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가벼운 죄책감이 섞인 안도감.
눈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그 후로 10분 쯤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는.
많은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타인’인 우리들의 단순함은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어기제일 것이다.
그 수많은 끔찍함 들을 다 기억한다면 어찌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 ‘이유’는 우리의 소위 ‘방어기제’라는 차양을 들어 올려 무언가를 내민다.  
하지만 무턱대고 들어오는 불한당 식은 아니다.  
그냥 사건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씩 던져준다.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살해된 것은 ‘누구’이며, ‘누가’ 죽였는가.
그리고 사건 앞에는 무엇이 있고, 뒤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본문 p.13)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웨스트타워라는 고층 아파트에서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해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사건의 용의자인 ‘이시다 나오즈미’라는 남자가  
카타쿠라하우스라는 , 자신의 집에서 운영하는 여관에 있다고  
신고하러 온 여학생이 등장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사실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내용은 위에 인용한 3문장에 대한 답이다.  
살해된 사람이 누구인지도, 누가 죽였는지도 첫 부분에 다 나온(일단은)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건이 일어난 이유와 사건 전의 상황과 사건의 후일담이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을, 우리가 읽어야 할까? 알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마지막에) 일단 "Yes"를 선택해보자.


그 후에는 다소 지루하다고 생각될 만큼의  
배경과 인물에 대한 서술과 묘사가 펼쳐진다.  
아파트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세워질 당시 일본의 시대적 상황,  
최초 목격자의 직업과 가족관계,  
아파트 관리인의 나이 및 현재 상황, 아파트가 운영되는 방식,  
하다못해 피해자(로 여겨지는)의 누이의 교육관(그녀의 직업은 교육자이다.)까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헤매다 보면 약간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까 읽었던 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된다.  
이 내용이 맞나?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이 사람이 맞나?  
그런데 뭔가 변화가 생긴다.  
새삼스럽게도, 이 모든 게 나 같은 사람들에게 정말 일어난 일이었구나―라는,  
어떻게 보면 허탈할 정도의 간단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연민도 아닌, 그렇다고 동감이라고 할 수 없는, 차가운 자각이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왜 몰랐을까?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피해자도 살인자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동료일 텐데.  




등장인물들의 이름, 성격, 가족 관계, 경제 사정, 실패 등의 속사정이 더해지면서 
 ‘타인’이었던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덮고 난 후에 알게 된 지금 살아남은 자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피해자 가족들의 우는 사진들, 범죄자의 차가운 눈빛,  
사건 후 몇 년이 지난 후의 인터뷰에서도 
 ‘아직도 우리 애가 꿈에 나타난다.’라고 눈물짓는 사람들을  
멀거니 바라보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들을 이해한다고 한다면 교만일 것이고,  
내가 잘못한 건 없다고 하면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나는 살인자와 다르다고?  
그 말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후의 일에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적어도 ‘내 일이, 내 책임이 아니야-’라고 반응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항상 선이 승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좋은 사회가 유지되려면 선과 악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 악이 선을 누른다면,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위의  문단은 매거진 T,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 군의 인터뷰에서 발췌했습니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남은 이야기들을, 과연 우리가 알아야 할까?



Yes, 그렇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그게 적어도 살아남은 자의, 남겨진 자의 슬픔에 대한 작은 성의이다. 
지금은 단순함을 접고, 끔찍함과 아픔을 기억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누군가가 또 그 아픔들을 담은 채 이 사회를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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